퇴마록 국내편 2
이우혁 / 들녘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퇴마록 국내편 2 :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  이우혁 / 들녘 (1994)

[My Review MMXXXI / 들녘 6번째 리뷰] <퇴마록>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서 다시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물론 '개봉작'을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했다. 그리고 작가 이우혁이 "이것은 '퇴마록'이 맞다"고 인정할 만큼 싱크로율이 높은 작품이었다. 원작소설의 팬들이라면 다들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다만 '원작'과 '애니'와의 간극은 있다. 우선, 무려 30년이라는 '시공간의 차이'가 발생했다. 단순히 시간만 흘러간 것이 아니라 '원작소설'의 주무대가 된 공간조차 세월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핸드폰'이 있긴 했지만 크기가 무려 '벽돌'만해서 벽돌폰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런데 2025년에는 '스마트폰'을 전국민이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물론 올드팬들은 '향수'에 젖어 들고 '추억'에 흠뻑 빠져들 수 있겠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감동은커녕 '공감'조차 할 수 없는 대목일 것이다. 그래서 '퇴마록씨네마유니버스(이후 '퇴씨유')'가 필요할 것이다. 정확히는 '애니메이션'이 되겠지만, 뭐 어쨌든, 원작소설과는 사뭇 다른 '퇴씨유'의 세계관으로 대폭 바뀌어서 <퇴마록> 애니메이션이 올드팬과 젊은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접점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원작소설'과는 사뭇 다른 '애니메이션'의 줄거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마치 '마블코믹스의 원작만화'가 <어벤져스>라는 MCU(마블시네마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으로 다시 재정립한 것처럼 말이다. 첫 번째 애니에서는 <퇴마록 국내편 1권>의 내용을 십분 활용하여 네 명의 퇴마사들이 모두 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교주가 폭주해서 악령으로 등장하는 '하늘이 불타던 날'을 주요 테마로 삼아 줄거리를 전개하였다. 하지만 올드팬들은 성당에서 '대악마 아스타로트'가 처음부터 등장하는 장면에서 전율했을 것이다. 원래는 <퇴마록 세계편 3권>의 마지막 장면인 블랙서클을 이끄는 마스터가 불러낸 악마였는데, 이를 살짝 비틀어서 <퇴마록 국내편 1권>에 나오는 '파문 당한 신부'의 클리세를 오브지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거기다 나중에 합류하는 '현승희'까지 함께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현승희가 '애염명왕의 아바타라'였는데, 박신부 앞에 나타난 아스타로트를 제압하기 위해서 현승희의 몸에서 몸소 밖으로 힘을 표출하여 막아내는 장면까지 연출하였다. 아쉽게도 승희의 등장은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엔딩 쿠키영상'에서 성당에서 기절하여 쓰러진 현승희의 스마트폰 액정에 '현웅(승희의 아버지)'이 등장하였기에 <퇴마록 애니메이션 2편>이 굉장히 기대가 된다. 여기 <퇴마록 국내편 2>의 제목이 바로 '승희의 아버지'가 등장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승희가 퇴마사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짐작컨대, 애니메이션 <퇴마록 2편>은 승희의 합류를 다룬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로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현암의 무기인 '월향검'이 1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기에, 2편에서는 '귀검 월향'에 대한 서사도 함께 서술해야만 한다. 그래야 2편의 주요 줄거리인 <생명의 나무 : 사악한 뱀신의 등장, 브리트라>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1편에선 해동밀교의 교주가 <해동감결>에 적혀 있는 예언을 바탕으로 서교주 자신이 해동밀교를 크게 부흥시킬 적임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데 반해서, 2편에서는 아마도 '잘못된 신앙심'으로 말미암아 '사악한 주문'조차 영생을 하려는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으로 실현되는지 스펙타클하게 보여줄 것이다. 1편에서도 박신부와 이현암, 그리고 장준후가 보여주는 '퇴마합진'이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새로 합류한 '현승희'가 더욱더 강렬한 '퇴마합진'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면 현승희의 능력이 바로 '퇴마사들의 영능력'을 더욱 높여주고 '힘'도 증폭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원작소설 <퇴마록 국내편 2>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부분은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와 '귀검 월향', '생명의 나무'. 이렇게 세 편이다.

하지만 '태극 기공'에서는 현암이 한빈거사와 도혜 스님에게 각각 받은 '무예 실력'과 '70년 내공'으로 얼마나 대단한 기공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배경지식이 되는 내용이라 꼼꼼하게 읽어두면 좋다. 게다가 '영을 부르는 아이들'은 장준후의 능력과 선한 마음씨를, '낙엽이 지는 날이면'과 '귀화(鬼火)'는 이현암의 강인함 이면에 숨겨진 세심함을, '아무도 없는 밤'에서는 뒤늦게 발현되는 현승희의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원작소설이 좀 낯선 세대들도 있을 것이다. '영을 부르는 아이들'에서는 친구에게 직접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네 '집전화'로 전화를 걸어서 '친구의 어머님'이 연락을 받고서 친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낙엽이 지는 날이면'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직접 받은 스트리밍으로 바로 '연주곡'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태여 '레코드판(LP판)'을 사모으며 음악을 감상한다는 설정이 꽤나 올드해 보이고, '귀화'에서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캐비넷 속 중요서류들'이 불에 타서 난감해 하는 직원들의 풍경이 꽤나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 같으면 '서버실'에서 화재가 나서 '데이터'가 모두 타버렸다고 설정을 바꿔야 할테니 말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밤'에서는 난데 없는 '하이텔'이 등장해서 '랜선'도 아닌 '전화선'을 타고서 통신을 주고 받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지금은 구경하기도 힘든 '투견장의 살풍경'이 묘사되기도 했는데, 애견인구 1000만을 돌파한 현시점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퇴마록>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퇴마사들이 사악한 악령을 퇴치하는 장면만이 아닌 '악령으로부터 구하려는 하나 뿐인 목숨과 순수한 영혼'에 대한 숨가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비록 퇴마사들은 악령을 퇴치하다 죽을지언정 '단 한 사람의 목숨과 영혼'이라도 살려내려 들고, 심지어 '악령의 조종'을 받아 제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퇴마사들의 목숨을 앗아갈 지경에 이를지라도 퇴마사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으려 든다. 이 얼마나 숭고한 사명감이란 말인가. 이게 진짜 멋진 모습이다. 마치 화재가 발생하면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어서 화마가 앗아가려는 '한 생명'을 구해내는 소방관의 모습과 겹쳐 보일 정도다. 우리는 자신의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위험한 현장에서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분들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느냔 말이다. 퇴마사들도 바로 그런 영웅과 다를 바가 없다.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과연 3권에서는 어떤 감동스럽고 영웅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