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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My Review MCMXCVI / 문학동네 23번째 리뷰] 문득 원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泣き虫チエ子さん'(울보 치에코 씨)란다. 작품 속에서도 치에코 씨는 많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를 보는 남편 사쿠짱은 속으로 '또 눈물을 흘리는구나'하며 아내를 달래는 모드로 잽싸게 전환한다. 이런 부부의 일상을 '소소한 행복'이라고 뒤쳐낸 것이라고 하면 한국 독자들은 꽤나 의아해할 것이 틀림없다. 한국인의 정서상 눈물을 짜내는 장면은 그리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의 눈물'은 말이다.
남자들은 '여자의 눈물'에 많이 약하다. 우는 여자 앞에서 남자는 '강한 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심할 때는 옴짝달싹조차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우는 것인가? 그나마 '감정적인 원인' 때문에 우는 경우라면 둔한 남자라도 얼추 짐작할 수는 있다. 남자도 '감정'은 똑같이 느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성적인 판단'을 하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여자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 남자는 '이성적인 모드'일 때는 냉철해지고 날카로워지기 때문에 울기보다는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간혹 '이성적인 대화'를 하다가 우는 남자가 있다면, 남자들은 호되게 혼쭐이 나거나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남자는 '눈물, 울음'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심지어 '남자답지 못한 짓'으로 인식하여 점점 더 눈물을 매말려 갈 뿐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우는 여자' 앞에서 어떡할 줄 모르고 당황해 하는 것이다. 남자끼리 있을 때처럼 '놀림'을 해서도 안 되겠고, 더구나 '폭력'은 더더군다나 할 수 없고, 눈물을 멈추게 하려고 '화'를 낼까 잠시 생각하지만, 결국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태가 되어서 대개는 '짜증'을 내곤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남편인 사쿠짱은 눈물 많은 아내 치에코 씨를 그냥 '방치'한다. 신경 쓰지 않고 '외면'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울고 있는 아내가 충분히 울 수 있도록 편하게 해준다는 말이다. 남편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다 울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말이다. 물론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가 눈물을 보일 때, 재빨리 사과하거나 달래주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를 기막히게 알아차린 사쿠짱은 '파블로프의 개'가 무조건 반사를 보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인정'해버린다. 그러면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며, 울던 아내가 맥심기관총(분당 100발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울고 있는 까닭을 다다다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때 사쿠짱은 영리하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물론 속으로는 '불공평해'라고 생각하지만, 우는 아내 앞에서는 절대 그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런 행동은 아내의 눈물을 멈추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남자들은 '눈물'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는 여자 앞에서 당황해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절대 당황할 필요가 없다. 여자의 눈물은 오히려 '긍정적'인 경우가 꽤나 많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감동의 눈물'인 경우인데,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리는 것이 여자다. 그럴 때 눈치 없이 "왜 울어?"라고 묻지 말길 바란다. 그냥 눈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다시 말해, 감동의 여운이 다 지나갈 때까지 그저 든든하게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 때로는 '모른척'하고 가만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작 '부정적'인 의미로 눈물을 흘릴 때에는 여자들도 가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속에 있던 말을 다 꺼내놓으며 화풀이 하듯 쏟아낼테니, 그때에도 그저 기다리면 여자가 화가 난 이유를 말해줄 것이다. 오히려 부정적인 화풀이인 경우에 여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럴 땐 잽싸게 도망가는 것이 훨씬 낫다.
한편, 남자들이 굉장히 약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여자들은 자신들이 불리할 때 '눈물'을 흘린다. 남자들이 우는 여자 앞에서 굉장히 약해진다는 것을 간파한 약싹빠른 여자들의 '회피수단'인데, 이럴 때에도 기다려야 한다. 화를 내고 따지더라도 일단 '눈물'이 마르고 난 다음에 해야 남자들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장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데, 작가가 '여성'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한다. 이런 여우짓을 하는 여자들은 대개 '미녀'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는 '드라마'가 만든 환상일 뿐이다. 세상 모든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눈물'을 이용한다. 외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주먹이 마동석만한 여자도 이런 여우짓을 하니 절대로 넘어가지 말고, 피하지도 말고, 그저 눈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이런 여우짓은 단 둘이 있을 땐 잘 쓰지 않는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여자를 울리는 나쁜 남자'라고 오해하기 딱 좋기 때문에, 주위에 보는 사람이 많을 경우엔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토닥토닥 달래주는 척하면 좋고, 안아주는 걸 거부한다면 최대한 자연스럽고 천천히 그 자리를 이동하며 걸으면 된다. 단, 여우짓이 아니라 진짜 화를 내면서 우는 경우엔 잽싸게 도망가라. 그건 남자인 네가 여자를 울린 장본인일 경우가 10000%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고 싶으면 '달려라 하니'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가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상, 모태쏠로인 남자가 쓴 '우는 여자 대처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