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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랑 춤출래! ㅣ 쾌걸 공주 엘리자베트 1
아니 제 지음, 아리안느 델리외 그림,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3년 1월
평점 :
[My Review MCMLXXII / 그린애플 4번째 리뷰] '공주 탐정 엘리자베트' 시리즈의 후속편으로 '쾌걸 공주 엘리자베트'라는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시대적 배경은 '18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조'로 루이16세가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벌어지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풀어간 '순정동화'다. 어릴 적에 소녀들이 주로 읽던 만화를 '순정만화'라고 불렀는데, 이 동화책도 여자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기에 '순정동화'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다.
이 동화책에는 실존 인물인 '엘리자베트 공주'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30대에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결혼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혁명'이 그녀의 인생을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동화책은 엘리자베트가 10대 어린 시절 베르사유 궁전에서 지내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사건은 동화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진난만', '천방지축'인 말괄량이 공주가 벌이는 요절복통 대소동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지경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다만, 하기 싫은 공부를 강요하는 '수석 가정교사 마르상 부인' 때문에 불행하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 번 '뮤직박스 사건'을 계기로 함께 공부하기로 한 친구 '앙젤리크'와 그녀의 어머니이자 엘리자베트의 새로운 가정교사 '마코 부인' 덕분에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그래서 엘리자베트도 상당히 똑똑해졌고, 공주다운 예절도 제법 티 나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곧 이웃나라 왕자와 결혼 약속을 한 언니 '클로틸드 공주'가 무도회 때 출 '춤곡'을 연습하는데, 엘리자베트도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엘리자베트는 춤을 출 수는 없었다. 아직 열 살밖에 되지 않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동화책은 이처럼 좀처럼 배우기 힘든 '궁중 예법'과 같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 역사'를 이야기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재미난 동화책을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도 함께 익힐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는 베르사유 궁전 안에 있던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다. 이 동물원은 루이 14세가 손자며느리인 '마리 아델라이드'에게 선물로 주면서 만들어졌는데, 마리 아델라이드는 이 동물원에서 수많은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방문자에게 환영의 뜻으로 물벼락을 내리는 장난도 이때 생겼고 말이다. 하지만 루이 15세는 동물원에 관심이 없어 동물원 관리는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새 동물들은 점점 불어났다고 한다. 부실관리를 하는데도 '동물원 식구'는 점점 늘어나자 동물원은 더욱더 망가지게 되었단다. 루이 16세 때는 엉망인 동물원을 '간소하게' 복원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는 바람에 동물원의 동물은 그대로 달아나거나 일부는 시민들이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 일을 겪고도 남아있던 동물은 '파리 식물원'으로 옮겨져 대중에게 공개되었고, 그 당시에 공개되었던 사자의 이름이 바로 '으와카'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자가 맞다. 그리고 그 사자와 함께 지내던 개가 있었는데, 그 개가 죽자 으와카도 활기를 잃고 병들었다고 한다. 현재 '베르사유 동물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혁명 이후 버려지고 파괴되어 철거되었다고 한다.
그럼 동물원과 궁중의 공통점이 있을까? 오늘날 몇 남지 않은 '왕실 사람들'이 동물원에 갇힌 동물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한 사실을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막강하고 화려했던 '왕실 가문'은 현재는 대부분의 권력을 잃어버리고 명목상 '군주의 역할'만 수행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왕실 사람들도 대대로 내려오는 '사업'을 통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직접 벌어서 쓰기도 하지만, 대개는 국가의 세금으로 '왕실 사람들'이 쓰는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왕자와 공주인데도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년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을 축내던 것을 깎을 수도 없다. 적어도 '체면 유지'는 해야 하기에 엄청난 비용을 청구하고, 그보다 더한 비용을 사용해서 해마다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왕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영국왕실은 부족한 예산과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왕실의 일상'을 TV에 방송을 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단다. 엘리자베스 2세의 결단이었다는데, 그로 인해 영국 왕실이 전세계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결혼과 이혼 등의 사사로운 일상까지 다 공개되는 바람에 망신을 당하기 일쑤고, 심지어 '다이애나 황태자비'는 파파라치에게 쫓기다 사망하고 마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정말 '동물원'에 갇힌 동물 신세와 다를 바 없는 처량한 신세가 아닐 수 없다.
한편,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행복한 걸까? 과거에는 '동물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기한 동물들을 보며 '견문'을 넓히는 유익함도 있었고,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을 전세계에서 잡아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나라의 '국력'을 과시하는 일이었기에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이 곧 '왕권의 파워'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그럴까? 오히려 인간에게 주어진 '인권'이 소중한 만큼 동물에게도 '동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구나 원래 살던 환경과 아무리 비슷하게 꾸미고, 동물원 사육사가 훌륭하게 돌봐준다 하더라도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은 낯선 환경과 수많은 관람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증세'를 보이는 동물들도 많다고 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험한 야생환경에서 살다가 쾌적하고 편안한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안전하고 풍족하게 관리를 받는 것을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밀렵이나 사냥으로 희생을 당할 뻔한 동물을 구해다가 '동물원'에서 보살펴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겠냐는 주장도 있다. 허나 거꾸로 생각을 해보자. 누군가 당신을 안락하고 쾌적한 '요양보호소'에 가둬놓고서 자유를 박탈해버린 것을 두고서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질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캐어'가 필요한 분이 아니라면 건강하게 뛰놀 수 있는 '야생동물'을 강제로 잡아다가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어찌 행복의 이유가 될 수 있겠냔 말이다.
심지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일이 태반이고, 인간들이 사는 공간에서는 반드시 '목줄'을 채워야 하고, '인공사료'만 평생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 반려동물 또한, '행복'을 논할 수 있느냔 말이다. 물론 '동물권'을 보장하고 인간과 친숙하게 지내는 동물을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명칭을 바꿀 정도로 인식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요즘엔 집밖에서 기르지 않고 '집안'에서 기르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정도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다. '인간 위주'의 판단이 아닌 '인간과 동물의 공생'이 가능하고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말이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한 생명'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사명감으로 길러야만 한다. 쉽게 구매했다가 쉬이 버려도 되는 '장난감'하고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정성으로 '동물원 관리'도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인간과 친숙한 몇몇 동물을 제외하곤 '야생동물'이 원래 있던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니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관람할 때에는 동물을 최대한 안심할 수 있도록 예절(?)을 지키며 차분히 관람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당신 집'을 구경하겠다고 찾아와서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함부로 당신 집의 물건과 당신을 대한다고 생각해보란 말이다.
참, '순정동화'라고 소개를 하고서는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엘리자베트가 쿠키라는 이름의 '퍼그' 강아지를 선물로 받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마리 앙뜨와네트 왕비의 시종인 '모리스 드 퐁텐' 귀족이 지난 번 옷장에 갇힌 사건에 대한 앙심을 품고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쪽지를 남기고 귀여운 강아지를 납치해서 동물원에 갇힌 사자우리에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엘리자베트는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하지만 '공주 신분'답지 않은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는 '마르상 부인'의 감시와 눈길을 피해서 귀여운 강아지 구출 작전이 펼쳐진다. 쾌걸 공주가 아름다운 궁전에서 벌이는 대소동의 결말은 어떻게 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