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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대넓얕 2 : 자본이라는 신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ㅣ 생각을 넓혀 주는 어린이 교양 도서
채사장.마케마케 지음,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2년 1월
평점 :
[My Review MCMXXIII / 돌핀북 2번째 리뷰] 1권에서는 '생산수단'의 관점으로 구석기부터 근대 이전까지 경제적인 역사를 살펴보았다. 이제 2권에서는 '자본주의시장'이란 주제로 근대 이후에 펼쳐진 경제상황을 살펴볼 것이다. 과연 '자본'이란 무엇이며, 그에 따른 '노동의 가치'를 살펴보자.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난 뒤의 경제모습은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중세까지는 '농업'이 경제의 중심이었기에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농사꾼'이 더 많은 부를 쌓게 해주었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일꾼을 '토지'에 얽매이게 만들었고, 이들을 '농노'라 불렀다. 그리고 이들을 지배하는 '영주'라고 불리는 지배계급이 '토지(생산수단)'를 소유하고 있어서 농노가 만들어낸 '생산물'을 독점하며, 부를 늘려갔다. 이를 '장원경제'라 부른다. 원시공산사회였던 '석시시대'에는 함께 노동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어서 불만도 없고, 지배자도 없었지만, 경제생산력은 형편없이 낮았다. 그래서 조그마한 '(자연)환경변화'에도 인간들은 쉽게 굶주렸고 죽어나갔다. 이를 극복하고자 더 많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고, 단순한 돌칼이었지만, 농사일을 더 쉽게 해주는 원리를 터득하고부터 인간은 '생산량 증대'를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중세의 봉건제와 장원제도가 정착되면서 인간은 더이상 평등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 사실상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계급이 구분된 것이다. 그리고 생산수단을 독점한 지배자들은 피지배자들이 생산한 물질을 가로채면서(세금 따위) 일하지 않고도 부를 늘려가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들은 '생산수단'인 토지를 독점하거나, '생산도구'인 철제농기구, 가축, 그리고 강력한 무기 등을 이용해서 피지배계층이 생산한 물질을 착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평등했던 인간이 불평등해진 까닭이다. 부의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이러한 '구체제'는 빠르게 무너졌다.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피지배계층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왕이나 귀족, 성직자 같은 이들은 스스로 '신'을 자처하거나 '신에게 위임(왕권신수설)'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억압과 착취를 당연시 했으나, 르네상스 이후 '신중심의 사상'에서 '인간중심의 사상'으로 바뀌게 되자 더는 피지배계층이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에 참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왕과 귀족, 성직자 들의 권력을 흔들어버리고 난 뒤에 '평등한 세상'이 찾아왔을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겉으로는 왕과 귀족같은 '특권계층'이 사라진 듯 싶었지만, 그들을 대신할 '부르주아' 계층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점한 '부'를 이용하여 빠르게 '자본화'하였고, 그 많은 자본을 바탕으로 빠르게 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본을 이용한 부르주아들이 '지배계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피지배계층의 생산물을 또다시 착취하는 구조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노동착취'다. 노동자가 당연히 일을 한만큼 정당하게 받아야 할 '임금'을 경쟁의 논리를 내세워서 '저임금'만 주고 하루 15시간 이상 부려먹는 구조를 만들어나간 것이다. 그렇게 몸을 혹사당한 노동자가 다치거나 병들어서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그냥 '해고'를 하면서 말이다. 왜냐면 아픈 노동자를 대신할 건강한 노동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은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더욱 가속화되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노동자보다 농민들이 훨씬 더 많았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기보다는 농장에서 먹거리를 생산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공장'에서 만들어낸 생산품을 판매해서 얻은 이익으로 먹을거리를 사다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 일이었다. 국내에서 먹을거리가 부족해지면 외국에서 수입해오면 그뿐이었다. 이젠 '공장'을 얼마나 더 많이 돌리느냐가 '자본증식의 관건'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공장의 수를 늘려나가다보니 더는 '수익창출'을 하기 힘들어졌다. 왜냐면 '공급과잉'으로 인해서 더는 생산품을 판매할 곳(시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유럽국가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저생산저성장 경제구조로 경제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럽국가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건 바로 '시장개척'이었다. 공장에서 만든 생산품을 판매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주의'는 더 많은 생산을 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팔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기계'를 도입해서 더더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면 그뿐이었다. 그런데 유럽국가들 안에서는 더는 '시장'이 확보가 안 되니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를 입게 되었다. 그렇다면 공장문을 닫고 기계를 멈추는 것이 '순리'겠지만, 자본주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생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늘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유럽의 각국은 시장개척을 위해서 '식민지쟁탈전'을 벌였다. 그로 인해서 인간(백인)이 인간(유색인)을 죽이고 땅을 빼앗고, 원재료를 헐값에 사들이고, 자신들이 만든 생산품을 고가에 강매하는 짓을 서슴치 않았다.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도 자신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미개한 사람들을 문명화시킨다'라는 제국주의를 퍼뜨려서 인간사회에 '약육강식의 이론'을 적용하는 무리수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렇게해서 '자본주의'는 유럽인들을 배불리 먹여 살렸다.
그런데 발빠르게 식민지점령에 뛰어든 선발주자들은 배불리 먹었지만,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후발주자들은 '식민지'로 삼을 만한 땅이 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벌어진 것이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사건으로 촉발된 전쟁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그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본주의의 탐욕'이 부른 당연한 귀결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엄청난 인명살상이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직면하고서 탐욕을 조금이나마 줄이게 되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자본주의는 엄청난 인명살상과 파괴를 일삼고 온통 폐허가 된 자리에서 또다시 엄청난 수익창출을 해냈다. 각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서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전쟁물자'를 더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더 강한 무기를 만들려는 욕망 덕분에 '과학기술력'은 더욱더 발달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는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른바 '수요폭발'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는 또다시 공장을 더 많이 만들고, 기계를 가동시켜서, '공급과잉' 상태를 지속하게 된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으로 말미암아 만드는 족족 '생산품'을 팔려나갈 테니까 말이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에도 '전후 복구사업'으로 인해 경제호황은 계속 이어나간다. 사람들은 호황속에서 노동만으로 돈을 버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주식투자'라는 새로운 수익창출 방법을 익혀 나간다. 경제호황 상황에서 '투자'는 곧 '이익'이니까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주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은 돈을 엄청 벌게 되고, 그 덕분에 돈을 펑펑 쓰기도 한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돈을 더 많이 벌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면 언젠가 '시장'은 포화상태가 된다. 세계대전이 끝났을 무렵에는 전세계에 더는 '식민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도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는 정말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장'문을 닫아야만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멈추는 순간 큰일이 난다. 그동안 받은 '투자금'이 얼마인데, 그 투자금에 이익까지 챙겨서 투자자에게 돌려주려면 결코 멈출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공급과잉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다. 물건을 만들어서 내놓아도 사줄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임금을 줄여서라도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경쟁사도 금방 따라한다. 경쟁사는 더 싸게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럼 노동자를 해고해서라도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경쟁사가 금세 따라한다. 경쟁사는 더 싸게 물건을 판매하다가 그만 망해버렸다.
이제 시장에는 '값싼 물건들'이 넘쳐난다. 소비가 살아났을까? 소비를 해야할 주체가 바로 '노동자'였다. 그런데 그 노동자가 방금 '해고' 당해서 실업자가 되었다. 소득이 없어졌으니 생계가 막막하다. 그래서 소비를 더욱 줄인다. 그리고 맡겨놓은 예금과 내일을 위해 투자했던 원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가지만, 이미 늦었다. 공장들이 줄줄이 파산을 하니, 그 공장에 대출을 해주었던 은행도 뒤를 따라서 도산을 해버렸다. 노동자들은 실직에, 예금에, 투자금까지 다 날려버려서 살길이 막막해진다. 바로 미국 월가의 '검은목요일'과 뒤이어 벌어진 '경제대공황'이다. 이때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미국을 강타한 경제대공황은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퍼져 나간다. 그나마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국에 닥친 대공황의 여파를 '식민지'에 떠넘기면서 용케 해쳐나가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식민지에서는 그야말로 산 사람 입에 거미줄을 칠 정도로 극심한 가난을 겪게 만들었다고 한다.
자,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경제상황을 만든 '자본주의'는 이후로 정신을 좀 차렸을까? 발빠르게 성장하고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원동력 '공급과잉'이 저지른 폐해를 목도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인간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2권의 내용은 여기까지고, 그 뒷이야기는 3권에서 펼쳐질 것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1930년대다.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와 불과 100년의 차이만 있을 뿐인데, 자본주의는 참으로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그런데도 현재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경제체제로 작동하고 있다. 대안이 시급해 보이지 않은가?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과연 3권에서는 그 '대안'이 보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