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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4 : 말세편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CMIII / 엘릭시르 16번째 리뷰] '말세편 4'의 핵심주제는 '최후의 심판'이다. 히브리어로는 '하르마게돈', 영어로는 '아마겟돈'으로 불리는 바로 그것, 맞다. 최후의 심판에는 악을 상징하는 동쪽의 왕들과 선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세력 간에 결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언이 <요한묵시록>에 기록되어 있다. <퇴마록>에서는 이를 기초로 삼아 전세계의 능력자들이 총동원이 되어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장으로 '말세편 4권'을 온통 장식했다. 그야말로 장엄하게 말이다.
정말이지 총출동이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타노스와 결전을 벌이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가 "어셈블(집결하라!)"을 외치는 것처럼 그간 <퇴마록>에서 나왔던 모든 집단과 세력들의 능력자들이 총출동을 했다. 그리고 '하르마게돈'에서 언급한 것처럼 '악을 상징하는 동쪽의 왕들'이라는 묘사에 어울리게 결전장은 동방의 대표적인 나라인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선과 악의 결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출연자들의 면면을 살짝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퇴마사들 네 명이 드디어 한 자리에 다 모였다. 박운규 신부와 현승희가 먼저 도착했고, 뒤따라서 장준후와 이현암도 도착해서 드디어 '원팀'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서 모진 활약을 해야 했기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지요. 하지만 든든한 신부님이 계시니 이제 한 마음 한 뜻으로 세상의 모든 악과 맞서 싸우겠다 싶었는데, 준후가 이상합니다. 준후는 먼 옛날 치우천왕의 우사가 남긴 예언서 <해동감결>의 내용을 파악하고 난 뒤부터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왜냐면 그 책에는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한 예언들이 너무나도 정확히 수록되어 있기에 온 세상에서 오직 준후만이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지어질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러자 준후는 아주 혼란스러웠답니다. 나이가 가장 어린 준후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 찾아온 것이지요.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신부님이나 형, 누나에게 털어놓고 고민을 해결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이번 고민은 '세상의 종말'에 관련된 내용이었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일종의 '천기누설'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네 명의 퇴마사가 오랜만에 다 모인 자리에서도 준후는 '독자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조차도 <해동감결>에 다 적혀 있는 예언이랍니다.
자, 세상에서 가장 선한 네 명이 모였으니, 그에 걸맞는 상대가 필요하겠지요. 먼저 '결코 죽지 않는 자'인 아하스 페르츠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무려 2000년이나 죽지 않고 살았답니다. 왜냐면 그가 예수님을 모독한 까닭으로 '예수에게서 저주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다시 재림하는 날까지 기다리라는 말 한마디가 아하스 페르츠를 죽지 못하게 만들었답니다. 처음엔 저주를 받았던 모습 그대로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알던 '지인'들이 하나둘 죽어가는데 홀로 늙지도 않고 젊은 모습 그대로 살아있으니 그리 좋은 일도 아니었답니다. 심지어 늙지 않는 아하스 페르츠를 주변 사람들은 '괴물'이라 부르며 죽이려고 들었다지요. 허나 아하스 페르츠는 죽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누구도 죽일 수가 없었죠. 상처를 받은 아하스 페르츠는 스스로 자살까지 시도합니다. 그래도 죽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 세상의 지식을 배웠고, 심지어 마법이라 불리던 온 세상의 주술도 다 배웠지만, 결코 죽음에 이를 수 없었어요. 그러자 아하스 페르츠는 세상을 저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을 수 없다면 세상을 종말에 이르게 하겠다는 일념을 갖게 되죠. 그렇게 아하스 페르츠는 온 세상의 가장 강력한 악마가 됩니다.
다음 악마는 인도 힌두교의 한 일파인 '칼키파'의 고반다입니다. 악마라고 했지만 힌두교도들에겐 대성인 '바바지'와 함께 신성하게 섬김을 받는 사람입니다. <퇴마록>에서도 그의 몸에선 오라가 뿜어져 나오며 그 어떤 불경한 것도 고반다를 해칠 수 없게 만드는 거룩한 빛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묘사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박신부의 오라보다 더 환히 빛나며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도 하고요. 이런 성스러운 오라를 가진 사람이 어찌 나쁜 짓을 일삼는 악마가 될 수 있을까요? 심지어 고반다는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거짓말을 해본 적도 없답니다. 이런 사람이 악마가 될 수 있을까요? 실은 그는 악인이 아니지만, 그를 추종하는 집단이 '악의적 광기'를 갖고 있어서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살상하는 짓도 서슴지 않고 있었답니다. 그런 광인집단의 우두머리 역을 맡고 있으니 악마와 다를 바가 없지요. 그 자신은 거룩하고 선량한 빛을 뿜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런 집단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는 이상, 결국 '그 자신'도 결코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퇴마사들의 힘을 빌려 '궁극의 적'인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려 했고, 그 틈에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려 했다는 것이 들통이 나고 말지요. 그래서 끝내 아하스 페르츠와 대결을 벌이게 되지만, 끝나지 않을 싸움(왜냐면 아하스 페르츠는 '죽을 수 없는 몸'을 지녔고, 고반다는 '죽일 수 없는 몸'이기 때문)에서 서로 지치자, 교묘하게 서로 연합을 하고 힘을 합쳐 퇴마사 일행을 공격하게 됩니다.
이렇게 세 집단 간의 대결이 벌어지는 와중에 수많은 세력들이 이 대결이 펼쳐지는 장소(하르마게돈)로 속속 찾아옵니다. 바로 '유대인들의 성궤'로 알려진 '언약궤(타보트)'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말세편 1권부터 등장했던 '성당기사단', 그리고 교황청의 '이단심판관', 유대인 암살조직 '검은편지결사', 산중노인 하산의 후예인 '어쎄신', 불교의 한 일파인 '용화교', 그리고 결전장소의 원주인인 '칼키파'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인물들이 총집결을 해서 목숨을 건 승부를 펼쳐보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심판'에 따른 세상의 종말이 다가옵니다. 다음 5권에서 말이죠.
줄거리만 간단하게 정리해도 이만큼이다. 퇴마사들의 이야기를 마무리를 장식하기 위해 벌어진 일들이지만 정말이지 엄청난 스케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영화로 제작한다면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 맞먹는 대결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 곳(하르마게돈)에 모여 '최후의 결전'을 벌일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해동감결>에서 시작되어 '에메랄드 스톤(녹비)'에 이르는 '종말의 예언'을 해독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전편인 '홍수편'에서 온 세상을 물에 잠기게 만들려는 시도도 결국엔 '종말론'의 하나였던 것이다. 성경에서도 '노아의 일가족'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대홍수로 죽임을 당했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타락한 인간들을 벌하기 위해 '최후의 심판(하르마게돈)'을 내리고, 이 최후의 심판에 발악을 하는 악마들을 제압하기 위해 하느님의 군대인 천사들이 출동하여 벌을 주고, 이 과정에서 온세상은 종말을 고하고 인간은 하느님의 '선별작업(?)'을 거쳐 영원한 구원과 영겁의 지옥불, 둘 중 하나를 선택받게 된다는 것이 '최후의 심판'의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면 퇴마사들은 '최후의 심판', 즉 종말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걸까? 바로 '최후의 심판'을 시작하게 만드는 '징벌자의 등장'을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아기 예수의 탄생'이 있었던 것처럼 세상을 벌주고 멸하기 위해 '징벌자의 탄생'도 있을 것이라는데, 그 '징벌자'가 탄생하는 순간 '최후의 심판'은 자동으로 세팅이 되고 순차적으로 종말은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종말을 막기 위해 퇴마사들은 '징벌자의 탄생'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징벌자'가 누구인지, 누구에게서 태어나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징벌자' 스스로도 자신이 징벌자인지 모르고 태어나, 자라서, 끝내 세상을 종말에 이르게 만드는 '파멸자'가 되고 만다. 하지만 세상에 '악'이 등장하면, 그에 걸맞는 '선'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세상의 '이치'고, 하늘의 '법칙'이다. 즉, '징벌자'가 탄생하는 순간에 징벌자를 막을 '구원자'도 함께 태어난다고 한다. 이 '구원자'도 마찬가지로 누구인지 알 수 없으며, 누구에게서 태어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퇴마사들은 '징벌자'를 죽이고, '구원자'를 찾아내면 종말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징벌자를 막겠다고 '어느 날'에 태어난 아기를 모두 죽여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징벌자의 탄생'을 막았다손치더라도 '징벌자'만 죽는 것이 아니라 '구원자'까지 함께 죽이는 것이며, 징벌자는 '다른 날'에 다시 등장하겠지만, 그때에는 구원자는 다시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에 남겨졌단다. 정리하면, 징벌자는 계속 등장할 수 있지만, 구원자는 오직 한 명 뿐이란 얘기다. 마치 단 한 명의 '예수 그리스도'처럼 말이다.
이제 <퇴마록>의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진다. 5권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