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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가 ㅣ 스켑틱 SKEPTIC 22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SKEPTIC Korea (계간) : 22호_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가> 스캡틱 협회 / 바다출판사 (2020)
[My Review MDCCCXCV / 바다출판사 12번째 리뷰] 대한민국 사회에 '음모론'이 다시 판을 치고 있다. 아니 '탄핵정국'을 맞아 일련의 음모론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의 활성화는 그 주역이 '현직 대통령'이기에 더욱 심각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음모론'이란 과연 무엇이고, 사람들은 왜 '음모론'에 쉽게 빠져드는지 탐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에 쓰여져 있으니 참고하시고, 나는 현 상황에서 '음모론'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경에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비상계엄선포'를 하였다. 그런데 이 선포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띤다. '반국가단체'가 국회에서 선동을 하니 신속한 조치를 한다면서 대한민국 현직 국회의원들 다수를 체포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불허한다고 했다. 또한 '부정선거'가 의심 되니 선거관리실의 서버를 장악하여 관련 의문을 전부 밝혀내겠다고도 했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를 선포했지만 '음모론'에 관련된 것은 이 두 가지로 집중해서 볼 수 있겠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 '음모론'인데, 이를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비상계엄'을 통해서 말이다. 아니 '음모론'은 음모론으로 끝나야지 그걸 '기정사실'로 삼아서 반국가단체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지난 선거에서 부정이 일어난 게 확실하니 현직 국회의원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는 도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이냔 말이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저지른 '총풍사건'과 부정선거 의혹들을 제기하며 자신들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암튼, 중요한 것은 '음모론'이 진실이냐? 거짓이냐? 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얘기다. 왜냐면 음모론을 믿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심리는 "음모론이 진실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믿고 싶은 내용이기 때문에 음모론을 믿는다"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 음모론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심리경향은 믿고 싶은 쪽(확증편향)을 믿는 것이 덜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단다. 다시 말해, 아무리 증거가 넘쳐나도 '믿고 싶은 증거'만 선별해서 믿기 때문에 음모론에 점점 더 빠져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음모론을 한 나라의 최고통수권자가 믿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걸 우리는 어찌 대처해야 하는가? 설마 대통령이 바보 멍청이가 아니라면 절대 일어날리가 없다고 믿었던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음모론에 빠진 최고권위자의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원흉 '아돌프 히틀러'에서도 찾아 볼 수도 있다. 그가 썼던 <나의 투쟁>이라는 책이 바로 그런 음모론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의 독일이 패배감과 자괴감에 빠진 탓을 인종의 쓰레기 '유대인'들 때문이라고 교묘하게 둘러댔다. 그러면서 위대한 독일인(아리아인)이 '인종청소(홀로코스트)'를 단행하면 자연스럽게 독일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그것은 명백한 독일의 운명이라고 외쳐댔다. 그 결과, 대다수의 독일인들은 히틀러가 마련한 망상에 취해 끔찍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지금 윤석열이 저지른 행태는 바로 이런 역사적 과오를 점철하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우리 나라에서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한 '선거부정 음모론'을 대통령이 직접 걸고 넘겼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음모론'에 불과했던 선거부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선거판은 요동을 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치뤄질 선거의 공정성을 아주 크게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나라 선거의 역사에서 '정당의 유불리'를 따지던 음모론을 넘어서 '대통령 선거', '지지율 여론조사' 등등에 끝없는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진짜 '선거부정의 근거'가 나온 적이 있느냐? 안타깝게도 '부정의 근거'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역대 정권에서 선거부정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투표함을 열고 개검표까지 해봤지만, 선거결과를 뒤집은 적이 몇 차례 있기는 했어도 '선거부정의 확실한 근거'는 샅샅이 조사해도 찾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선거부정 의혹'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는 우리 정치의 신뢰도가 형편없을 정도로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래서 '선거부정 음모론'은 끊임없이 재생산 된다. 그걸 현직 대통령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정치공세를 피해보겠다고 '히든카드'로 써먹었으니 이제 대한민국 정치판은 더욱더 수준 낮게 놀아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긴, '음모론'만 탓할 것이 아니다. 그에 못지 않은 '가짜뉴스'도 엄청 불티나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음모론의 최종소비자는 '특정인'이 아니다. 흔히 얘기하는 극우나 극좌 유튜버들이 문제라고 말하긴 하지만, '음모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불특정다수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던 '믿고 싶은대로 믿으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이 재생산되고 빠른 속도로 널리 퍼지는 까닭도 바로 이런 '믿으면 편해요'라는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음모론, 또는 가짜뉴스가 얼마나 유행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바로 '팩트체크'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느냐로 알 수 있다. 어느 새, 우리는 거의 모든 뉴스에 '팩트체크'를 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이는 전적으로 '신뢰도'의 문제다. 한마디로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못 믿겠다'는 심보다. 여기에 음모론자들은 '그런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못 믿겠다. 나는 누가 뭐래도 믿고 싶은 것만 믿을 거다'라는 심보가 바로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음모론'에 휘말려서 허둥거리기만 해야 하는가? 어렵게 쌓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이렇게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려도 괜찮냔 말이다. 방법은 있다. 음모론이든, 가짜뉴스든, 믿든지 말든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믿은 뒤에 벌어질 '결과'다. 만약 그 결과가 '좋다'면 뭘 믿든 뭔 상관이란 말이냐. 그러나 그 결과가 심각할 정도로 큰 피해를 준다면, 그 믿음을 철회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히틀러의 예를 굳이 들 필요가 있을까? 음모론에 심취한 히틀러의 말로가 어땠는지 궁금하다면 '검색'을 해보시라. 그리고 그런 히틀러의 음모론에 휘둘린 선량한 독일국민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도 함께 검색해보라.
대한민국의 현재는 매우 위중한 상태다. 이대로 전쟁이나 경제적 급변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들이 당하게 된다. 그때 가서 '음모론' 따위의 진실공방이 무슨 소용이냔 말인가. 중요한 것은 '음모론'을 믿던 말던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발 '음모론' 따위에 휘둘리지 말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절대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설령 그 절대다수의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도 일단 따라야 한다. 그 '절대다수의 목소리'가 히틀러의 망상추종자의 목소리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걱정은 하지 말아라. 현재는 '팩트체크'가 바로바로 가능한 시대다. 나의 믿음은 틀릴 수 있어도 '절대다수의 목소리'는 그런 검증을 이미 통과한 믿을만한 목소리이니 따라도 무방하다. 21세기 음모론의 특징은 결코 '절대다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내란수괴와 내란동조범의 숫자가 극히 적은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그 절대다수라는 조사결과조차 '거짓선동'된 가짜뉴스라면 어쩌냐고? 그것조차 가짜뉴스로 믿는 당신이 바로 '음모론'을 정말 좋아하는 확증편향적인 '믿으면 편해요'를 맹신하고 있는 음모론자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잘못을 믿으면 모두가 망하는 길밖에 없다. 제발 선동 당하지 말길 바란다. 진짜 착한 사람은 "나조차 믿지 마세요. 모든 걸 의심해야 진실이 보여요. 나에게 후원금이나 좋아요, 구독꾹 따위도 하지 마세요. 그걸 구걸하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을 망치는 음모론자들이랍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 반대면 바로 삭제해도 무방하다. 당신의 소중한 것을 앗아갈 나쁜 음모론자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