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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 3 : 우리의 첫 주식 투자 - 어린이 금융 습관 기르기 프로젝트 ㅣ 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 3
주언규 기획, 박종호 그림, 달콤팩토리 글 / 아울북 / 2023년 5월
평점 :
[My Review MDCCCLXXXIX / 아울북 22번째 리뷰] 헌옷을 새옷으로 '업사이클'하여 판매하기 시작한 호야와 친구들은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든다. 그런 과정에서 경쟁관계에 놓인 못된 라이벌에게 사기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호야와 친구들은 이를 계기로 더욱더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무겁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모로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과연 호야와 친구들은 올바른 주식 투자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책 <호야의 티키타카 경제왕>은 어린이책치고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소개하자면 어른들의 전문적인 영역을 '어린이 주인공'을 앞세워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 '어린이'인 것을 빼고는 그냥 어른들의 주식투자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과연 어린이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그 내용면에 있어서 상당히 '경제학의 기초'를 다루고 있기에 어린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청소년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생각해볼 일이다.
다시 돌아와서, 헌옷을 모아다 새로운 옷으로 재디자인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업사이클 사업'을 과연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일지 고민해보잔 말이다.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유튜브 채널'을 홍보수단으로 사용하고, 이를 전문 편집자가 여러 상품을 비평하는 영상을 찍어서 선보이고, 이를 '간접홍보(PPL)' 마켓팅 차원에서 의류브랜드에서 런칭하여 광고비를 지급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수익자가 바로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이 그닥 실감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못한다는 단정을 짓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를 따라해서 '성공스토리'를 이룰 수 있는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는 문제다. 어린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문방구털이' 정도를 사업아이템으로 잡아 각종 학용품의 성능 비교를 하면서 문구제품 비교영상을 제작해서 수익을 창출했다는 이야기 정도였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말이다.
3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업사이클 의류 사업'을 주식에 상장해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려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앞서 '주식투자의 기본'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어린이 주식투자'에 사업의 투명성을 눈여겨 보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지, 낮은지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하기 좋은 기업으로 'ESG 경영체제'를 갖춘 기업을 찾으라는 내용이나, '경제적 희소성'을 판단해서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투자하려는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이 필수라는 등 어린이가 직접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을 가르쳐주고 있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물론 어린이책치고 살짝 난해한 책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른들이 주로 읽는 주식투자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이라면 굳이 '어린이책'이라고 차별화를 둘 필요 없었을 것이다. 굳이 '학습만화'라는 형식을 띨 것도 없이 그냥 '교양웹툰'으로 제작해도 됐을 거라는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어색함은 바로 이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유익한 책'이라는 점에 공감할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제학습만화가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학부모가 겨우 이해할 수준의 난해한 내용을 담아놓은 의도가 과연 훌륭한 전략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어린이책을 선별하려는 점에서 이 책은 '난이도 조절의 실패'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이 경제 심화 학습서'라는 타이틀을 달아주면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재미있다'는 수식어는 인정할 수 있겠지만, '쉽다'는 수식어는 곱게 받아들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