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2 18호 - Vol 18 : 진실이 사라진 시대의 진실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8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y Review MDCCCLXXXVIII / 바다출판사 11번째 리뷰] 이 잡지를 다시 명명해야겠다. '우주를 생각한다' 편을 읽고서 과학잡지로 단언했었는데, 논리적인 논거가 담긴 '인문학잡지'로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 같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기고의 내용을 정리하는 경향이 상당히 '논리적인 전개'여서 읽기에 편하고 익숙했던 것이 '과학적인 주제'의 경향에 휩쓸려 그런 판단을 했다. 이번 주제는 '진실'를 다루고 있으니 인문, 사회, 문학까지 다양한 인식적 접근을 보여주며 흥미를 돋우어 주었다.

우리는 진실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믿고 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별로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쯤되면 진실은 위협 받는 것이 아닌 '모욕'을 받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날의 세상은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따위가 중요하지 않게 여기고 있을 정도다. 되려 진실보다 '상황', 상황보다 자신의 '믿음 또는 신념'에 따라 행동하길 주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부끄러움까지 내던져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리하면, 진실이 밝혀져도 자신의 믿음을 바꾸려하지 않고, 정황이 명백히 드러나도 한 번 머리속에 새긴 신념을 돌리려하지 않는다. 왜냐면 부끄럼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이 아닌 거짓을 일삼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도 모르니 반성 따위는 어따 갖다 버렸는지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진실이 사라져 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어 보았는가? 소설에서 주인공은 '진실'을 조작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조작을 하더라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까지 조작할 수는 없다는 진실에 봉착하고서 자신이 하는 일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게 가능했다. 남아 있는 기록을 '왜곡'을 통해서 엄연한 사실을 그럴 듯한 거짓으로 바꿔치지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진실조차 폭력과 협박을 통해서 그럴 듯한 '새진실'로 세뇌를하는데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런데 문제가 남았다. 이 모든 '조작 사실'을 알고 있는 주인공 자신의 '진실'은 어떻게 조작할 것인가? 그런데 그것도 조작이 가능했다. 바로 '고문'을 통해서다. 한가닥 남은 진실까지 '스스로 부정'하도록 만드는 고문을 통해 주인공은 모든 것에 굴복하고 다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도 알고 있던 '진실'을 절대 발설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세상은 온통 '거짓'으로 가득한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과연 이런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진실마저 '통제'가 가능한 세상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함'이 선사한 행복을 누릴 수는 있어도, 알고 있는 진실을 부정하며 살아가는 삶은 양심이 짓누르는 엄청난 죄책감 때문에라도 하루도 편히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파렴치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믿기 힘들지만 양심도 팔아버린 냉혈한이 이 땅에 '같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바로 내란우두머리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다.

어제 12월 27일자 뉴스에서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바탕으로 '윤석열, 비상계엄선포의 진실'이 밝혀졌다. 야당의 폭정과 국회의 폭거에 행정마비를 우려한 '우발적'인 계엄령 선포가 아니라 지난 3월부터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을 비롯한 약 30여 명의 인사들을 일거에 수감시키고 사살, 또는 고문을 통해서 자신의 독재정권을 영구히 완성하겠다는 시나리오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 12월 3일 밤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고 만 것이다. 과연 윤석열만 이런 시나리오를 알고 있었을까?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알았을 것이다. 아무리 늦게 알았어도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 날 그 자리에 있었을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아무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위원들이 없었다는 것이 '진실'이다. 또한 국민의힘 추경호의원은 비상계엄이 있던 날, 국회의사당이 아닌 여당당사로 자신들의 소속의원들을 불러 모았다. 왜? 윤석열이 '비상계엄 무효'를 선언하지 못하게 국회의사당에 계엄군을 출동시켰고, '발포 명령'까지 내렸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그날 그 자리에 가면 '죽을 수'도 있으니 가지 말라고 하였다는 정황이 딱 들어맞는 셈이다. 국회로 가는 길이 막혔다는 둥, 당내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등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윤석열이 '지시한 사항'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점은 그때 '한동훈과 친한파의원들'만이 아무 것도 모른채 국회의사당으로 가서 표결에 참여했다는 것이 이런 정황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또한 앞으로의 수사과정을 통해서 '진실'로 밝혀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감출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나는데도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다시 대통령 자리로 복귀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자기들의 허물인 '내란죄'에는 눈을 감고, 야당 대표인 이재명의 '범죄사실'만 목소리를 높이며 대통령 탄핵이 불발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얼마나 윤석열과 합을 맞춰 왔는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윤석열의 실책'을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의지가 전혀 보이질 않았지 않은가 말이다. 오히려 그런 윤석열을 두둔하고 '자기 대통령'이라면서 감싸주기에 앞장 서왔다. 그런 행위들이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졌는데도, 그짓을 멈출 줄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의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대외신인도'를 추락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그짓이 잘못인줄 모르고 있는듯, 계속 패악질을 하고 있다. 그렇게 윤석열 독재권력을 되찾았다고 쳐도 윤석열 치하의 대한민국이 잘 살 것이라고 보는가? 망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저짓꺼리를 멈출 줄 모르는 '윤석열과 그 일당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재명에게 죄가 있다면 엄벌에 처하면 그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윤석열도 엄벌에 처해야 할 것 아닌가.

이제 '진실의 시간'이 열렸다. 우리가 명심할 것은 '진실, 그자체'가 정의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 진실이 밝혀진 뒤에 따르는 우리의 행동들이 '합당'해야 비로소 정의로울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은 그저 거짓으로 인해 어두워졌던 것을 밝은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백주대낮' 같은 밝은 곳으로 드러난 진실을 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의로울 수 있게 우리 모두 '양심의 촛불'을 밝혀야 한다. 다시 어둠이 찾아오더라도 한 번 밝혀진 진실이 다시 어둠속으로 숨어들거나 감춰지지 않도록 촛불을 밝게 밝혀야 한다. 이번에는 촛불이 '응원봉'으로 바뀌었다. 10대, 20대 여성들을 주축으로 세상이 어두워지자 집에서 가장 밝은 빛을 들고 참여한다는 의의를 밝혔는데, 정말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탄핵정국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전세계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열광적으로 응원하게 될 것이다. 결코 그 반대의 경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