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1 15호 - Vol 15 : 우주를 생각한다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5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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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XIV / 바다출판사 10번째 리뷰] 계간지 <스캡틱>에 이어 또 하나 꽂힌 잡지가 바로 <뉴필로소퍼>다. 물론 잡지의 세계에서 잡지는 대개 다 거기서 거기라는 비평에 딱히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문학잡지'보다는 '과학잡지'가 훨 낫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건 어찌 보면 내가 '이과'를 선택한 '공대생' 출신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딱히 전공을 살리지 못했다. 서른 살이 되어서 '논술쌤의 길'을 걸었고, 지천명이 다 된 현재까지 '문과생'보다 훨씬 더 많은 '문사철' 관련 서적을 더 많이 읽었다 자부한다. 그런데도 잡지는 '과학분야'를 읽어야 제맛이다. 왜 때문일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딱히 그 까닭을 모르겠다.

암튼 이 책 <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의 원형을 찾고자 출간의 뜻을 두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잡지의 성격이 '철학사상'을 주로 다룬 인문잡지일 듯 싶은데, 읽다보면 과학적 탐구방식으로 각 주제의 논점을 풀어내고 있기에 '과학잡지'의 성격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뭐, 이번 주제가 '우주를 생각한다'로써 과학적 접근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과학적인 주제를 꽤나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 우주를 개발하면서 '한껏 욕심'을 부리고 있는 점에 일침을 놓았기 때문이다. 첫 서문부터 공격적이다. 바로 '행성 B는 없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인간이 우주를 탐사하는 목적이 '인간이 거주 가능한 또 다른 행성'을 찾는 것인데, 지금까지의 탐사 결과로는 꽤나 절망적이다. 인간이 거주 할 수 있는 지구 이외의 행성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인간이 거주하려면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을 찾아야 하는데, 결론은 없었다. 그래서 탐사범위는 더욱 확대하고 탐사목적은 확 줄였다. 바로 '물의 존재'와 '탄소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냐면 생명이 활동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물'이고, 활동 가능한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유기체', 다시 말해 '탄소화합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우주속을 다 뒤지다시피해서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수색했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인간이 살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행성은 단연코 '화성'이다. 지구보다 조금 더 멀리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고, 지구보다 조금 더 작은 행성이고, 화성의 극지방에 다량의 물이 '얼음(빙하)'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단지 인간이 활동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다. 왜냐면 '산소'가 부족하고, '평균기온'이 영하 60도로 너무 낮으며, 토양이 매우 척박해서 농작물이 자라기 어렵고, 그래서 생명체가 살기에 부적합한 곳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구에서 돈 많은 기업들이 이런 척박한 화성에 '지구인'을 쏘아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공짜로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말이다. 일단 가면 되돌아오는 계획은 아예 없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그럴 방법도 없고 말이다. 만약 그런 기술이 있다손치더라도 가는데 1년, 오는데 2~3년이 걸리는 오랜 시간 아주 좁은 우주선 공간에서 최소한의 식량만으로 버텨야만 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으므로 화성에 도착하면 그냥 버텨야 한다. 근데 '우주복'은 절대로 벗을 수 없다. 벗는 순간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서로 가겠다고 신청을 했고, 이미 마감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최초의 화성정착민이 되어 2차, 3차, ... N차 이주민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단순히 '숨 쉬고, 밥 먹고, 잠자는 문제'만 해결한다고 완벽히 갖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더러운 곳에서는 절대 살 수 없다. 그런데 첫 번째 화성정착민이 안전하고 도착하고 생존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를 무사히 설치하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고해도 그곳에서의 생활은 결코 '온전한 삶'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하루하루...아니 몇 초 단위로 '버티고, 또 버티는 극한생존'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먹고 마신 지 몇 시간이 지나면 '똥과 오줌'으로 배설해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곳에 첨단기지를 설치한다고해도 '깨끗한 화장실'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오물'이 넘쳐나게 될 것이고, 그런 오물을 분해하고 정화시켜줄 '미생물'이 전혀 없는 화성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배설물 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 머지 않아 '후발대'가 도착한다고 해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이걸 과연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 이렇게 단순한 문제조차 해결하기 쉽지 않은 '우주공간'에서 또 다른 지구인 행성 B를 찾는 노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짓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찾아냈다하더라도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을 것이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개발된다고 한들 가장 가까운 '항성계(알파센타우리)'가 약 4광년, 다시 말해 빛의 속도로 4년을 날아가야 한다. 더 먼 우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등장할 것이다. 칼 세이건도 지적했지만 우주는 정말 광활하고, 정말이지 너무나도 비효율적으로 텅빈 공간이다. 그렇게나 광대한 우주속에서 '창백한 작은 점'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적합하고, 다른 곳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확실한 아주 소중한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 말이다. 이쯤 되면 답이 나와야 정상이다. 정녕 '행성 B'를 찾으려 천문학적인 돈을 펑펑 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그보다는 '하나 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환경을 파괴하고 동족을 살상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는 편이 나을까?

우주여행은 '공상과학'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낭만적인 일이 결코 아니다.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낭만'은 사라지고 오직 '생존'만이 우리 앞에 놓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주여행은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써는 어쩔 수 없으 '우주모험'만이 가능할 뿐이다. 먼 옛날 목숨을 걸고 대항해로 모험을 떠난 것처럼 말이다. 저 푸른 망망대해 너머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떠났던 선원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가도 가도 바다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을 때의 두려움은 둘째치고, 목 마르고 배고프고 짜증나는 '일상'을 버티기 모드로 견디다가 생존 위협과 맞닦뜨리는 순간 폭력적으로 바뀌는 배 안의 사정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은가?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그 항해는 몇 달만 버티면 운 좋게 육지를 발견하고 두 발을 땅에 디디는 순간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마련되어 있었을 것이다. 운 나쁘게 무인도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면 그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비록 '낯선 땅'일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광활한 우주에서는 그런 상상이 되질 않는다. 몇 달만 버티면 '되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지구밖에는 정녕 '아무 것'도 없다. 적어도 태양계 안에서는 '생명체의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태양계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데, 태양계 밖은 너무 멀다. 천문학계의 이론이 광활한 우주를 여행가능하도록 도와준다고 해도 몇백, 몇천 광년이다. 이벤트 호라이즌(사건의 지평선)으로 순식간에 우주의 이쪽과 저쪽을 통과할 수 있고, 웜홀이 발견된다면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지만...그걸 아직까지 찾지도 못했고, 인공적으로 발생시킬줄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혹시 발견되었다하더라도 '인간의 몸'이 버텨줄지 모른다. 그런 장치(?)가 인간의 몸을 '세포 단위'도 아닌 '원자 단위'로 쪼개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차곡차곡 '재배열'을 해야 할텐데, 만에 하나 '시공간의 왜곡'이 발생해서 내 몸을 이루는 세포 원자가 잘못 배치되기라도 한다면...과연 '생존가능'할 것인가?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우주여행은 지구에서 머릿속으로만 '공상'을 떠올리는 것이다. 왜냐면 '지구밖'은 위험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우주개발'을 원천적으로 포기하자는 말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 기지'부터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곳에 인간이 안정적으로 '정착' 가능해진다면 달보다 조금 더 먼 행성으로 도전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달까지 가기에는 '며칠'이면 가능하니까 말이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며칠'만에 보내줄 수도 있구 말이다.

그러나 이게 가능해지는 순간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달'은 누구의 소유가 될까? 현재까지 우주개발이 가능한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우리 나라까지 개발에 참여한다해도 20개국이 될까 말까다. 여기에 기술적, 경제적으로 넉넉한 나라를 꼽으면 한 손으로 겨우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런 나라들이 '달'을 선점하는 것이 온당할까? 전세계가 '남극'에 깃발을 꽂지 않는 것은 선언한 것처럼 '달'에도 서로 깃발을 꽂지 말자고 합의한 내용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달에 엄청난 지하자원이 있고, 그걸 '선점'하고 '독점'하는 순간 막강한 패권을 잡게 될게 뻔한데, 그걸 달에 오지도 못하는 가난한 국가들과 공평(?)하게 노나먹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게 될까? 그럴 가능성이 '제로'라는데 윤석열 열 손가락을 건다. 어쨌든 '우주전쟁'이나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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