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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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XIII / 21세기북스 30번째 리뷰] 이 책이 출간된 해가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기 전이었다. 대한민국은 '박근혜 탄핵'을 거쳐 '문재인 정부 2년차'의 성적표를 놓고서 옥신각신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다. 당시 젊은이들은 불신, 불만, 불안이라는 '3불 사회'속에서 일할 의욕을 잃고 깊은 시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더불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사그라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을 때였다. 당시의 젊은이들은 주식과 코인 열풍에 빠져들었고, '영끌족'이 등장해서 부동산 매매에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았고, 그 돈으로 아파트 매매, 주식투자, 코인 사재기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왜냐면 모든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불안해졌던 것일까?

지금 젊은이의 '부모세대'는 에코 세대라 불렸고, '조부모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라 불렸다. 이들은 젊었을 때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이 보장(?)된 축복받은 세대였는데, 현재의 젊은 세대는 오히려 '부모보다 더 쪼들린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불안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호황을 맞았었다. 뭘 해도 경제가 쑥쑥 성장을 했기에 일 할 맛이 나는 사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는 성장하긴 했지만, 앞선 세대보다 둔화된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며 중산층이라 불리던 계층이 점점 사라져갔고, '저출생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의 수는 점점 줄어만 갔다. 이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되어야 할 '젊은 세대'가 점점 줄고 사회적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노년층'은 점점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또다시 '베이비붐'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야 할 판인데,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젊은 세대들은 돈이 없어서 출산을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연애까지 포기하는 '삼포 세대'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내집 마련'도 포기하고, '취직'도 포기하는 등등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세대라고 'N포 세대'라고 불릴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사회속에서 젊은이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대구지하철 사고(2003)', '세월호 사고(2014)' 등등 대형재난이 겹치자 대한민국은 더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특히 재난사고 때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정부가 제기능을 다하지 않고 사고를 수수방관하다 더 큰 피해를 입고 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자 온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대통령은 '자리'를 비웠고, 정부관리들은 '제 일'을 하지 않았으며,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는 '비정규직'이어서 책임을 다할 수 없는 처지였고, 정작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사고를 수습하기는커녕 '부정부패비리'를 감추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200명이 넘는 아이들은 배 안에 갇혀서 구조를 기다리는데도 말이다.

과연 이런 나라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2020년이 되자 대한민국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펜데믹 상황을 맞이했는데 '대한민국'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방역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경제적 타격도 가장 적어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서 '박근혜 탄핵 정국'의 혼란함 속에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세계적인 모범이 되어 '민주주의의 교과서'라고 극찬을 받기에 이른다.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를 맞았는데도 국민들은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여주었으며 단 한 건의 폭력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평화적인 집회 시위 문화는 이번 '윤석열 탄핵' 때에도 어김없이 보여주었으며, 그때보다 더 위중한 '비상계엄선포'라는 선진국이자 민주주의가 완성된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계엄령이 시행되었는데도, 국회의원은 국회 담장을 넘어 '비상계엄 무효'를 만장일치로 선언했고, 이를 막는 계엄군의 총부리와 장갑차 앞에서도 당당히 맞서는 국민들의 모습은 전세계로 생중계되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모범국이라는 사실을 재확인 시켜주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잘 알고 있다고 보인다. 선진국이라고해서 무조건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풍요로우며, '사회'가 밝고 희망찬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갈등은 없을 수 없고, 어느 국민이건 불평불만은 쏟아낼 수밖에 없다. 단지 그런 '부정적인 요소'만으로 대한민국이 살기 나쁜 나라라고 단정지을 순 없을 것이다. 요는 '갈등해소'를 해결해 나가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우선,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공정함을 보여야 한다.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평함을 실현시켜야 한다. 그리고 법원은 국민들에게 한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투명함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안심을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진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처럼 불공정을 일삼는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원내국회 제1당 더불어민주당과 제2당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당리당략의 싸움은 '이전투구'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이권 다툼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어찌 국회의 공평무사함을 신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리고 법원은 '위헌적인 요소'를 싹 걷어내고 오직 대한민국 헌법에 적시되어 있는 그대로 꿋꿋하게 나아가야 한다. 이번 '검사공화국'에서 벌어진 편파판결을 지켜본 국민들은 사법부를 더는 신뢰할 수 없는 '이익단체'쯤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탄핵 정국을 맞아 '헌법재판소'로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번 윤석열 탄핵심판에 국민들의 염원대로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내란동조'를 한 이들에 대한 마땅한 처벌도 명명백백 밝혀주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민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탄핵정국의 후폭풍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정치는 더욱더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경제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더구나 외교적 실추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또다시 '위기'를 맞아 힘을 한데 모았고, 그로 인해서 전세계가 또다시 부러워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멋진 나라에서 살고 싶어 찾아오는 세계인들 앞에서 당당해질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더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 또한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이 일어나 그들의 불신, 불만, 불안이 모두 해결되는 일이 벌어지길 바란다. 이런 대한민국이라면, 나는 다시 태어나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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