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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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XXV / FIKA(피카) 1번째 리뷰] 많은 학생들이 '철학과'를 졸업해서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다. 딱히 '철학의 쓰임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답을 대신해서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고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알쏭달쏭하기만 한 모양이다. 하긴 나도 '철학전공자'가 아닌 까닭에 철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까막눈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철학의 쓸모'에 대해서는 나름의 개똥철학을 오래도록 갈고 닦아 왔기에 썰을 풀어낼 자신은 있다. 그럼 나의 개똥철학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이 책은 <모든 삶은 흐른다>의 저자인 로랑스 드빌레르가 썼단다. "삶은 그저 흘러가며 살아지는 것이다"라는 명쾌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는 그 책, 맞다. 그 저자가 이번에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철학하라"는 명제를 내세운 <철학의 쓸모>를 출간했단다. 그가 말하는 '철학의 쓸모'란 두 가지란다. 하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진단과 소견을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하다고 믿는 우리에게 실제로는 병에 걸린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란다. 한마디로 철학은 '병도 알려 주고 약도 지어 준다'를 거꾸로 말한 '약을 지어주면서 병도 알려준다'는 묘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풀어서 말하자면, 현대인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은 그 원인을 알기 힘들다. 그러나 철학은 그 병의 원인을 알고 있으니 얼마든지 '약'을 지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 뿐만 아니라. 현대인이 '마음의 병'에 걸린 원인이 무엇인지 '철학'을 통해서 얼마든지 알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철학의 쓸모'를 밝히고 있는데,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굳이 '아픈 이유'까지 알아서 치유할 수 없음을 깨닫거나, 치유하기 힘듦을 깨닫고서 도리어 절망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철학에 접근하기 머뭇거리는 것이다. 몰라도 되는 것을 알아버리고서 겪는 고통이 얼마나 아플 것인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라는 속담도 있다. 장을 잘 담그면 몇 해 동안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유용한 일이다. 그런데 장을 담궜다 구더기가 쓸어버리기라도 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면 장 담그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마치 병원에 가는 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어딘가 몸이 아픈 것 같아서 병원에 가고 싶은 마음인데도 막상 병원에서 '큰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을까 두려워서 병원가기를 꺼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알기를 두려워하는 편인가? 두렵더라도 알고자 하는 편인가? 여기서 알고자 하는 행위가 바로 '철학'이다.

우리는 철학을 매우 심오한 학문이라고 여기곤 하는데, 그런 철학도 있지만, 좀 편하게 떠올리고 싶다면 '자기주장', 또는 '논리적 사고력', '합리적 사고력'..뭐 이런걸 떠올려도 좋다. 그런 모든 생각이 '철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훌륭한 철학자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분들께는 송구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개똥철학'인데 뭐 어떠랴? 틀린 부분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고 날카롭게 비판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과정도 '담론'의 일부분이 아니겠는가.

암튼, 지금 우리 시대에 철학이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미친 대통령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갑자기? 그렇다. 왜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무지'였던 탓에 정부여당이 하는 일마다 '무능'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권을 창출한 정부와 여당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을 '이렇게' 이끌어서 국민들의 행복과 안녕을 도모하겠다는 청사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는 저들의 욕망만 채우기 위해서 대한민국 시스템 전부를 하나하나 다 망쳐버리고 말았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남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망춰놔서 도대체 뭐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지경이다. 이래 놓고도 뭘 잘 한 게 있다고 대통령은 직무는 하지 않겠다면서 '하야'는 안 한다고 하고, 정부여당은 대통령 직무는 정지시켜야 한다면서 '탄핵'은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런 행동을 일삼고 있으니 '무지'하고 '무능'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자리에 오르면 온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나름의 철학을 발동시켜야 한다. 그래 윤석열 씨는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 장관도 지냈던 분이다. 그럼 굳이 윤석열 씨의 철학은 '법치주의'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의 장점을 따와 '상과 벌'을 명확히 하여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렇게' 하면 상을 받고, '저렇게' 하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여 국정동력으로 삼았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씨가 집권한 뒤에 도대체 국민들이 뭘 해야 상을 받고, 뭘 하면 벌을 받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래도 벌 받고, 저래도 벌을 받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임기 초반에는 실망을 하지 않았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잘못한 것들(?)이 많았기에 윤석열 씨의 스타일로 바로 잡는 과정이겠거니 싶은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사사건건 윤석열 씨가 잘못한 게 분명한 것조차 '지난 정권 탓'을 하기 시작하더니 아예 폭주를 해버렸다.

이에 국민들은 '투표'로 심판을 했다. 두 번의 재·보궐 선거에서는 절반의 심판을,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야당의 압승으로 심판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달라진 게 있긴 했다. 그게 '비상계엄선포'를 위한 사전준비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것도 북한을 자극해서 전쟁을 도발시키고, 전쟁을 빌미로 '계엄'을 선포한 뒤 '정적'을 제거하고서 영구집권을 노렸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게 도대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냔 말이다.

기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상대를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나와 아무리 적대적인 위치에 있다하더라도 '대화'의 상대로 삼지, 상종하지 못할 사람으로 치부하고서 선빵을 날려 처단해버리는 짓을 절대 하지 않는다. 윤석열 같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철학 공부를 시켜야하는 까닭이다. 바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자세를 배운고, 상대를 '존중'하는 예절을 몸에 익힌다는 것이 철학의 쓸모다. 윤석열 씨가 아주 기초적인 철학의 개념만 익혔더라도 결코 '처단'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딴에는 윤석열 씨도 '사랑하는 마음씨'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바로 아내 김건희 여사(이하 '김여사')에 대한 지극한 감싸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김여사 관련 '특검'을 국회가 통과시키면 윤석열 씨는 대통령의 권한을 발동시켜 수 차례 거부를 밝혔다. 이를 두고 '로맨티스트'라고 치켜세우는 언론도 있긴 하더라만, 법과 정의를 수호한다던 검사 출신 대통령이 제 아내를 향한 검찰 수사는 왜 흐지부지 막느냔 말이다. 철학은 하나가 맞다면 나머지도 맞는 것이고, 틀리면 틀린 것이다. 똑같은 잣대여야만 할 법이 국민을 향해선 인정사정 봐주지 않으면서 제 아내를 향할 땐 솜사탕마냥 달콤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러면서 정적 이재명을 법적살해라도 하려는냥 수 년동안 탈탈 털어서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묻지마 고발'을 하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그러고도 아직 감옥에 쳐넣지 못한 것을 보면, 이재명의 죄가 가벼운 것인가? 윤석열의 능력이 무능한 것인가? 심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시국이 그러한지라. <철학의 쓸모>에 대한 엉뚱한 소회만 풀어내고 말았다. 애초에 기대한 내용이 원래 이런 것이었다고 변명이라도 늘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살짝 공감이 가지 않았더랬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병 주고 약 준다'는 설정이 철학의 쓸모를 위해서라니, 그로 인해 많은 현대인들이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깨달음을 얻을 순 있겠지만, 내 딴에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반감도 살짝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질병인줄 모르고 잘 살았는데, 왜 질병인 걸 깨닫고 고통을 겪어야만 하느냔 말이다. 아무리 그렇게 밝혀진 질병에 딱맞는 '약처방'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아픔을 느꼈고, 질병이란 걸 각성했으니 더욱더 불안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그런 의미에서 '철학'이 쓸모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난 철학의 필요하고 유용하고 쓸모가 많다는 것에 깊이 동의한다. 이 책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온 국민이 '철학적 담론'을 즐긴다면 대한민국에 미치광이 몇 명쯤 있다고해서 걱정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이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를 저지했고, 이제 헌법절차에 따라 순리대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면 된다. 그 위급한 순간에도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을 달려가 '비상계엄 무효'을 통과시켰고, 국민들은 무장한 군인과 장갑차를 막아서서 대한민국이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막았다. 그리고 계엄군도 '민주시민의식'을 발휘하여 단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고서 철수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국민들을 향해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이 모든 국민들이 훌륭한 철학자들이었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건강한 철학정신이 깃들어 있던 바람에 대한민국은 희망적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철학시민들이 '대통령탄핵'을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깃들어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촛불을 들고서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철학이 매우 쓸모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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