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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구틈틈 씨의 매일 - 틈틈이 그리고 쓰고 키우며 발견한 오늘의 행복
구틈틈 지음 / 청림Life / 2024년 11월
평점 :
[My Review MDCCCLXXIV / 청림Life 1번째 리뷰] 내가 가장 즐겨읽는 책을 꼽는다면 인문철학이나 과학, 역사, 사회과학, 고전문학 따위가 있겠고, 제자들과 함께 읽는 '어린이책'을 가장 많이 읽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잔잔한 '낭만소설'이다. 그래서 한 번 손에 든 '로맨스소설'은 책을 다 덮을 때까지 쉼 없이 읽고, '로맨틱한 영화'는 보고 또 보는 타입이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이다. 그런 까닭에 작품의 배경으로 '사랑'이란 주제를 밑바탕에 깔아놓은 모든 것들을 심하게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밀당'은 싫어한다. 그건 '사랑의 설레임'을 각성시켜 콩닥콩닥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지만, 사랑은 '설레임'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믿음직한 사랑에 더 끌린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저 좋고, 옆에 있어도 좋지만, 곁에 없는 '바쁜 일상'을 보내더라도 늘 옆에 있는 것처럼 든든한 사랑을 더 선호한다. 그렇게 변함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그래서 난 '사랑이 넘치는 가족'의 모습을 늘 상상하곤 한다.
물론 현실속의 찐 가족은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상상속의 가족을 떠올리곤 한다. 현실은 '낭만'을 허락치 않지만 상상속에서는 '낭만' 가득한 가족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상을 표현화한 이 책이 한 눈에 맘에 들었다. 두 아이와 치루는 전쟁 같은 육아현장에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상상속 나래'를 통해서 나는 그 무엇보다 먼저 '사랑'을 떠올렸다. 그리고 전쟁보다 더한 '육아'에 지쳐버린 엄마아빠들에게 이 책은 색다른 '비타민'을 선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래그래~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이 시대의 엄마아빠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책을 착 보면 모든 정황이 다 떠오른다. 직장동료였던 두 남녀가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에 골인한 다음 '두 아이'의 엄마아빠가 되면서 아빠는 '돈 벌어오는 기계'를 자처했을 것이고, 엄마는 '육아전쟁 총사령관'에 강제 임명되어 다른 직업을 겸할 수 없는 '독박육아'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후에 벌어질 '경력단절', '부족한 생활비', '대책없는 노후대책 마련' 따위의 고민을 하기도 전에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실감하며 무리를 해서라도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고 있다는 '현재'라는 것이 한 눈에 파악된다. 그래서 '구연진 씨'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웹툰 형식으로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름을 '구틈틈'이라고 쓴 까닭도 웹툰에 매진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육아전쟁을 치루는 '틈틈이' 연재를 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리 밝혔고 말이다. 웹툰의 소재가 고갈될 까닭은 없으리라 '사랑스런 아이들'이 웹툰에 올릴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줄테니 말이다. 오히려 엄마인 자신이 육아에 지쳐서, 시간이 없어서, 때로는 정신이 없어서 웹툰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에 '최대한 간단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기도 하다. 채색을 포기하고 '연필'로만 그린 듯한 형식도 그렇게 탄생했을 것이다. 그냥 읽고만 있어도 그런 점들이 다 보인다.
웹툰 연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가 고갈되지 않는 것'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감동(의미) 전달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일테다. 몇 컷 되지 않는 짧은 웹툰의 핵심은 바로 후자다. 요즘 같은 '저출생 시대'에 육아전쟁을 벌이고 있는 독자들이 얼마나 된다고...실제로 '저출생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모습은 점점 줄어드는 학교내 '학급 수', 유치원과 어린이집 수, 마트 안에 '육아용품 판매대' 규모의 축소 따위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동네 공원을 산책할 때에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오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다. '유모차(유아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정작 그 안에 타고 있는 건 '아기'가 아니라 '반려견'인 경우가 더 많아졌다. 심지어 반려견을 품에 안고 '우리 애기'라고 칭하는 이들도 많아져서 헷갈릴 지경이다. 그러니 육아전쟁 같은 소재를 찾는 독자들도 덩달아서 점점 더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니 육아를 하지 않는 독자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여야 한다. 그런 보편적인 소재는 바로 '사랑'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랑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스러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틈틈 씨의 매일'은 정답이다. 사랑으로 가득한...한마디로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찐사랑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육아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단박에 알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더구나 남편이 경제적 독박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아내가 '독박육아'을 하고 있다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하루하루가 전쟁 같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스런 아이들일지라도 말이다. 구틈틈 씨는 이런 육아전쟁을 치루고 있으면서도 '행복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두 아이가 방을 어지럽혀서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방청소 할 필요 없는 '천장'을 바라보며 현실도피를 하라는 에피소드를 올렸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잠시잠깐의 '현실도피'를 할 수 있을지언정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지럽힌 방안을 알아서 뒷정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은 도로 '지옥같은 현실'로 되돌아와 방청소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 청소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또 다른 방'을 어지르고 있을 것이다. 잠이 들 때까지 말이다.
이런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남편이 늦은 귀가를 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남편도 힘든 직장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은 맘'만 가득하다. 더구나 지랄같은 상사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쏟아내기라도 했다면 더욱더 피로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쉴 곳이 필요했던 남편의 기대와 달리 '집 안이 이미 지옥'이 되어 버렸다면 아내에게 "청소도 안 하고 뭐하고 있었어? 됐고! 밥이나 차려, 배고프니까. 난 씻고 나올게"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 다음은 '부부싸움'이다. 그런 부부의 모습을 보고서 아이들은 두려움과 무서움에 벌벌 떨며 '불안 증세'를 보이게 될 것이고, 가정은 화목하거나 행복한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이웃집 구틈틈 씨의 매일>에는 그런 대목이 전혀 없다. 이 부부에게는 '싸움'이나 '갈등' 자체가 아예 없어서 그런 것일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세상에 그런 부부는 없다. 그래서 이 책에 '남편 노경록'에 관한 에피소드가 몇 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남편과 사이가 좋았다면 분명 더 많았을테니 말이다. 물론 이 책에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둘 사이에 '애정전선은 이상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주말 같은 날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남편의 분량'이 있을텐데, 그런 에피소드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물론 남편 노경록 씨가 '건축현장'이라는 주말이 따로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리고 두 아이와 아빠와의 관계가 극히 행복해보이고 있다는 점도 그런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쟁 같은 육아'를 하면서 '부부싸움'이 없는 것이 더 어색하다. 웬만큼 서로에게 무신경하지 않을 바에야 말이다.
하긴, '보여주지 않아야 할 것'은 애초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더 나은 작품을 쓰는데 좋은 결정일 수도 있겠다. 아무리 요즘 트랜드가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고민까지 하고 난 뒤에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니 더욱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완벽한 사랑'을 찾다가 그만 노총각이 되어버린 나 자신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싶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 못했느냐고 말이다. 진즉에 꾸렸다면 잘 했을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충분조건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아직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노라고 말이다. 비겁한 변명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직도 노총각인 나는 '이 책'이 너무 부럽다. 사랑이 고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