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제인 오스틴 - 그래픽으로 읽는 제인 오스틴 인포그래픽 시리즈
소피 콜린스 지음, 박성진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DCCCLXXIII / 큐리어스 3번째 리뷰] 앞서 영국인들이 사랑한 소설 2위로 <오만과 편견>이 뽑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작가인 '제인 오스틴'에 대한 글을 찾아보다가 이 책 <인포그래픽 : 제인 오스틴>을 발견했다. 이 시리즈는 '문화·예술 분야'의 실존 인물에 대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방식을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물론 실존 인물 뿐만 아니라 '셜록 홈즈'라는 소설 속 허구적 인물까지 집중 조명했더랬다. 왜냐면 셜로키언(또는 홈지언)이라는 두터운 팬층에 대한 분석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팬이 있는가 봤더니 '제이나이트(Janeite :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애독자)'가 존재한다고 한다.

좀 의심스럽긴 하다. 분명 제인 오스틴은 '브론테 자매(<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등을 각각 저술한 세 명의 자매 소설가들)'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인기와 명성을 갖췄다고 하지만, 정말 '애독자 층'이 두터울 정도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나 TV시리즈가 꾸준히 제작되는 것을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뒷북을 치고 말았다. 나조차 <비커밍 제인>(2007)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꽤나 유명한 인사들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대해서 극찬과 비난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널리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그녀의 무덤에서 정강이뼈를 파내서 해골을 패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오만과 편견>에 대해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녀의 소설이 밋밋한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삼았고, 세속적인 결혼에 목을 메는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주로 썼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직시하려 했던 마크 트웨인의 작품관과 서로 맞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짐작할 수 있었고, 일부는 공감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확실히 '오스틴의 소설'에서 사회비판 같은 것은 다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오만과 편견>에서도 '비판적인 대목'은 엿볼 수 있다. 19세기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돈 많은 남자'에게 목을 매는 현상이 팽배하다보니 오스틴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사랑' 없는 결혼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소설속 여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돈 많은 남성'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사랑보다 돈을 앞세운 결혼에 반대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절제되어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한계도 엿볼 수 있다. 오스틴의 '필력'이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릴 정도로 '파급력'이 강하지 못했고, 꽤나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여성작가'가 드물었던 19세기 사회에서 그만큼이나마 '제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작가가 몇이나 있었느냔 말이다. 남성작가들 가운데서도 사회 문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작가는 손을 꼽을 정도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마크 트웨인의 비난에 가까운 혹평은 너무 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긍정적인 목소리도 많았다. 특히 "젊은 여성이 일상 생활에서 겪는 갖가지 곡절과 감정, 그리고 성격에 대한 묘사는 정말 탁월하다"는 월터 스콧 경의 칭찬은 공감되었다. 이는 남성작가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저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만을 '이상적으로' 그려내는 남성작가들로는 '여성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없었는데, 그걸 제인 오스틴이 자신의 소설에서 해냈다는 칭송이었다. 그런 까닭에 당대 소설가 가운데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소설가는 단연 '셰익스피어'를 꼽겠지만, 제인 오스틴은 '소행성'에 빗댈 수 있겠다는 알프레드 테니슨의 칭찬도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오스틴의 모든 소설이 이렇게 칭찬 일색인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 전개가 밋밋하다 못해 '멀건 죽'과 같다는 비난도 있었고, 영국 여성들이 겪을 법한 세속적이고 천박한 인습에 사로잡혀 그 어떤 지성이나 위트조차 찾아볼 수 없으니, 차라리 '자살'을 소재로 쓴 것들이 더 품위가 있어 보일 지경이라며, 그녀의 소설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나마 마크 트웨인보다는 좀 더 품위 있는 비평 같았다.

솔직히 그녀의 소설 가운데 <오만과 편견>만 읽은 터라 이런 평론들에 대해서 뭐라 덧붙일 말은 없었다. <이성과 감성>, <엠마> 등등을 읽어본 뒤에 이와 같은 평론들에 대한 옳고 그름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행여 '여성작가'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닌지도 함께 알아 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