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2 : 말세편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My Review MDCCCLXX / 엘릭시르 14번째 리뷰] 책의 줄거리는 점점 심각해져만 간다. 책의 제목이 '말세편'인 것처럼 온세상이 멸망할 징조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전개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점입가경으로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종교의 수장들과 특수한 목적을 지닌 단체들이 하나 같이 한국의 퇴마사들을 향해 조여오고 있다. 바티칸의 이단심판관을 필두로 성당기사단, 검은편지결사, 그리고 중요 인물들을 암살하려는 목적의 어쌔신과 차이나 마피아까지 '홍수편' 이후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퇴마사들을 개별적으로 찾아서 목숨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애초에 <해동감결>을 소유하고 있던 일본내의 명왕교 잔당과 인도 힌두교의 이단교파인 깔끼파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동원해서 퇴마사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거기에 '홍수편'에서 등장했던 대악마 블랙엔젤이 다시 등장해서 퇴마사들을 이러한 곤경에서 구해주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아니 악마가 왜 퇴마사들을 도와주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들때쯤 '악마의 교묘한 계획'이 번뜩 떠오르게 된다. 바로 퇴마사들이 하려는 '세상의 구원'을 돕는 척하면서, 오히려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로 내몰기 위한 개수작이란 것을 말이다. 그런데도 퇴마사들은 '악마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빠져들고 만다. 그건 바로 '같은' 인간이지만 생각은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의 풀리지 않는 갈등이 끝내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악마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고 저들끼리 죽자고 서로 싸우길 바라는 것이었다.

이쯤해서 '말세'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한 번 정리해 봄직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 현재도 그렇고 인간의 미래를 예측한 '예언가'들은 한결 같이 '종말의 그날'을 언급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성경>에서 언급한 '요한묵시록'이고, 이를 바탕으로 노스트라다무스는 '정확한 날짜'까지 언급하며 암울한 미래를 예언했었다. 다행히도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날짜'가 틀린 것으로 확인 되었고, 세기말이 지난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어느덧 '말세'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말 말세는 지나간 것일까?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만약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까? 그리스도교 방식일까? 이슬람교 방식일까? 아님, 불교식이려나? 그것도 아니라면 '사이비종교'에서 말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일까?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마치 '예언가의 재림'인듯 저마다 특색 있는 인류 종말의 형태를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하곤 하지만, 일단 어떤 특정 '종교의 방식'대로 말세가 찾아올리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고 '그분'을 믿는 몇몇 사람들은 구원을 받고 믿지 아니 하는 자들은 영원한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들 것이라는 묘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선별적인 구원 방식'이 왜 불가능하냐면 믿고 안 믿고를 무엇으로 '증빙'할 것이냔 말이다. 전지전능한 그분께서는 '불신자'를 구별할 능력이 있다손치더라도, <성경>에도 최후의 순간에 '그분'을 믿는다는 고백만 해도 천국행 티켓(구원)을 주겠노라 했다던데, 굳이 먼저 믿음을 증빙해야 할 까닭이 없지 않느냔 말이다. 그러니 이런 애매한 방법으론 말세를 막을 수도 없고, 말세를 피할 수도 없으니, 종교적 방식의 말세는 몰라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종교가 아니라면 '도덕적 방식'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드신 어른들은 버릇없는 젊은 세대를 못마땅하게 보면서 '말세'를 언급한다. 이렇게 부도덕한 세상이 도래하면 정말 세상은 망하는 것일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수천 년전 '어른'들도 그렇게나 많이 말세를 언급하였지만, 그 시대의 '젊은 세대'들이 아무리 망나니처럼 행동을 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젊은 세대들이 나이가 들면 또다시 '말세'를 언급하지만, 그 말세 또한 멀쩡하게 잘 돌아갔다.

그럼 말세는 어떻게 찾아올까? 좀 더 현실적인 파멸을 언급하자면 '전쟁'밖에 없을 듯 싶은데, 온세상이 파멸될 듯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20세기에 펼쳐졌지만 세상은 지금도 멀쩡하게 돌아간다. 물론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하고 있는 요즘은 쪼큼 걱정되긴 한다.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끼리 서로서로 쏘아대면 하나뿐인 지구는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어져 결국 인간은 절멸할 수도 있을테니 진정한 '말세'가 찾아올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도 진정한 말세와는 사뭇 다른 양상일 것이다. 분명 살기 힘든 세상이 되긴 하겠지만 '전쟁의 상처'는 언제나 극복하곤 했다. 지난 역사를 보면 자명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 진정한 말세는 어떻게 찾아오는가? 그건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찾아오면 말세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다. 신 따위를 믿고 안 믿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인간을 믿지 못해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하기 위해서 신(종교)을 찾는 거라면 그게 바로 '말세의 시작'인 셈이다.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사람을 '절대'적으로 믿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인간은 '종교'를 만들었고 절대적인 신의 존재를 믿으면서 그 신의 말씀(뜻)만을 쫓는 행위를 통해서 위안을 얻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는 절대로 싸움이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런 종교의 신이 하신 말씀 가운데 '서로 싸워도 좋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종교전쟁 따위가 발생하는 것일까? 도대체 어느 신(절대자)이 사람을 죽여도 좋다고 말씀하였나? 결론만 말하면, 그런 종교도 없고, 그런 말씀도 없다. 오직 사랑하고, 자애하고, 자비로워 지라고 말씀하셨을 뿐이다. 그럼에도 서로 죽고 죽이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용서하고, 또 용서하라고 말씀하셨다. 그것만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그런 세상이 곧 '천국(파라다이스)'이라고 일컫었다. 그러니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도 불사하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완전한 '불신자'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말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면 절대 찾아올리 없다. 이것이 팩트다.

그러나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원인이 꼭 발생하곤 한다. 우리는 그를 '파멸자'라고 부른다. 누가 파멸자인지, 언제 어디서 태어나는지 알지 못하고, 스스로도 자신이 파멸자인지 깨닫지 못하나, 때가 되면 그 '파멸자'가 누구인지 확연히 알게 된다. 이 책 <퇴마록>은 바로 그러한 때를 '말세'라고 가리켰다. 그리고 그 파멸자가 언제, 어디서 등장하는지 <해동감결>에 고스란히 적혀 있고, 그때가 곧 임박할 것이라고도 정확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파멸의 날은 고작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단다. 그런데 독사에게 물렸을 때, 그 독을 해독할 수 있는 풀이 근처에 있다는 격언처럼 '파멸자'가 말세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함과 동시에 그 파멸자로부터 세상을 구해낼 '구원자'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 구원자, 또한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이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분명한 것은 '말세'가 곧 찾아온다는 사실 뿐이다. 과연 퇴마사들의 행보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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