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숲을 살린 나무 과학자 현신규 지식 잇는 아이 15
유영소 지음, 김효연 그림, 현정오 감수 / 마음이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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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LVI / 마음이음 1번째 리뷰] 우리 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나무와 숲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제는 악랄할 정도로 자원을 수탈해갔고, 치열했던 전쟁은 그나마 남아있던 산의 나무를 파괴하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나무와 숲을 잃었지만, 더 큰 문제는 '뗄감'이 있어야 밥을 지어먹고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아궁이와 온돌 때문에 산과 들에 있던 나무는 점점 더 빨리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은 어디를 가든 '천둥벌거숭이'처럼 홀딱 벗겨진 민둥산(일명 '대머리산')밖에 없었다. 1960년대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우리 나라는 하루 빨리 숲을 되찾기 위해 '식목일'을 지정해서 나무심기에 열심이었고, 그러자니 '척박한 땅'에서도, 평평하지 않은 '비탈진 땅'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운 품종의 나무를 찾는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그 신품종의 나무가 바로 '리기테다소나무'와 '은수원사시나무(일명 '현사시나무')'였다. 이 두 품종의 나무는 모두 대한민국 최초의 임업박사 현신규가 연구를 통해서 심었고, 놀랍게도 '척박한 땅'에서도 아주 빠르고 튼튼하게 잘 자라는 나무로 인정을 받아 미국과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으로도 수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민둥산을 푸른숲이 울창한 산으로 빠르게 탈바꿈시키는 것을 지켜본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단다. 이런 노력의 결실은 온전히 '나무 과학자 현신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이다.

리기테다소나무는 원산지가 미국인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를 인공적으로 교배해서 개량한 소나무다. 현신규 박사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서 개량을 마치고, 씨앗을 받아다가 한국에 심어서 더욱더 박차를 가해 개량한 덕분에 현재는 우리 나라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소나무라고 한다. 그리고 '은수원사시나무(현사시나무)'도 유럽이 원산지인 '은백양'과 우리 나라 수원의 '사시나무'를 교배해서 개량한 포플러다. 지금도 도로변에 넓은 잎을 자랑하며 길쭉하게 늘어선 나무가 바로 '은수원사시나무', 즉 포플러나무다. 하지만 미국의 리기다소나무, 테다소나무, 그리고 이탈리아의 포플러 등은 성장속도가 그렇게 빠른 나무가 아니다. 더구나 척박한 땅에서 관리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 성장발육이 잘 되지 않는 까다로운 품종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런 까다로운 품종의 '장점'만을 교배해서 새로운 품종을 개량한 것은 전적으로 현신규 박사의 공으로 봐야 한단다. 그렇게 민둥산으로 가득했던 우리 나라를 불과 10~20년만에 푸른숲으로 탈바꿈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현재 우리 주변의 산에 오르면 소나무와 포플러만 심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신규 박사의 공헌이 매우 높긴 하지만, 그의 연구실적만이 푸른숲의 기적을 만든 전부는 아니란 셈이다. 허나 우리 나라 임업분야의 연구는 거의 대부분 '현신규 박사'가 도맡아서 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런 극찬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임업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은 모두 '현신규 박사'의 후배라고하니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고 말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현신규 박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민둥산을 벗하며 홍수와 산사태를 흔히 겪는 후진국이고 말았을 것이 틀림없다. 나무와 숲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나무와 숲'에 대해서 얼마만큼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것일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절경에 감탄할 뿐, '나무와 숲에 관한 지식'을 조금도 갖추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시드볼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 말로 하면 '씨앗금고'인데 전세계에서 딱 두 곳밖에 없다고 한다. 하나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농업작물 종자)'이고, 또 하나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야생식물 종자)'(2015년 완공)라고 한다. 백두대간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바로 우리 나라에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 위치해 있단다. 이곳에 모아둔 씨앗들은 인류가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를 대비해서 마련해둔 것이며, 또 다른 이유는 '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씨앗금고가 어찌해서 우리 나라에 소재하게 되었을까? 그건 우리 나라의 산림비율이 약 64%로 OECD 국가들 가운데 4위를 차지할만큼 국토 대비 산림비율이 높아 '야생식물'이 특히 많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 야생식물 가운데 아직 그 쓰임새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연구할 가치가 무한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씨앗금고를 두게 되었다고 한다. 한때는 이런 '야생식물'의 씨앗을 몰래 훔쳐가는 일본 학자들이 많았고, 그 씨앗을 일본땅에서 심어서 일본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라고 학계에 알리는 일도 흔했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우리 나라에 '씨앗금고'가 있는 한 야생식물의 씨앗을 함부로 밀반출하는 일에는 엄벌을 내리고, 또한 '(야생식물)씨앗 관리'도 철저하기 때문이다.

암튼 우리 나라에 소재하고 있는 '씨앗금고(시드볼트)'는 자랑으로 여겨도 좋다. 다만 그 금고에 보관중인 씨앗을 세상밖으로 내놓으려 그 문이 다시 열리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 문이 열리는 날이 바로 지구상에 흔했던 '식물'이 멸종했다는 증거일테니 말이다. 이는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 인류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잊지 말아야 할 상식일 것이다. 나무와 숲을 살리는 것만이 인류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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