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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야구 상식 - 야구의 재미를 제대로 알게 하는 알쏭달쏭 야구의 모든 것 ㅣ 유쾌한 교양 수업
김양희 지음, 나인완 그림 / 블루무스어린이 / 2023년 9월
평점 :
[My Review MDCCCXLVIII / 블루무스어린이 1번째 리뷰] 스포츠 경기를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경기 규칙'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래야 흥미진진한 승부의 맛을 짜릿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모든 스포츠 경기를 통틀어서 가장 복잡한 '경기 규칙'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야구 경기(베이스볼)'다. 그래서 야구 경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초보 입문서'가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야구는 왜 이렇게 복잡한 규칙을 갖게 되었을까? 그건 다른 스포츠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격'과 '수비'가 확실히 보장되며 공정하게 한 번씩 주어지는 아주 느슨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구 한 경기는 평균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연장전이 거듭되면 5시간 이상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하루에 두 경기가 연속으로 벌어지는 '더블헤더'가 펼쳐지는 날에는 최장 10시간을 넘긴 것이 기록에 남았을 정도란다. 이렇게나 느슨한(?) 경기 진행방식인데도 경기를 뛰는 선수나 그걸 지켜보는 관중들도 손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일 것이다.
이 책 <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야구 상식>은 야구에 흠뻑 빠진 어린 독자들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었는데도 아직 야구 경기가 낯선 '야구 입문자'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왜냐면 책의 내용이 '야구 상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만 읽어도 웬만한 '야구 중계'가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아주 이해하기 쉽고 친절한 설명이 담겨 있는 알찬 해설집이다. 더불어 상식적인 내용이라고 할만 한 것들은 모두 총망라할 정도로 풍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한국프로야구(KBO)에 관한 내용 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에 관한 상식적인 내용까지 아울러 설명하고 있어서 '어린이책'이라는 제목답지 않은 전문가적인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일본야구에서 널리 알려진 상식까지 통찰하는 설명이 수록되어 있어서 정말 '상식'적인 책이라 소개하는 것이 딱인 책이다.
사실, '야구(野球)'라는 명칭부터 '일본식 한자'에서 비롯된 것이라 '우리식 표현'으로 제대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이제는 '포볼'을 '볼넷'으로, '데드볼'은 '몸에 맞는 공'으로, '직구'는 '속구'로 바꾼 지 한참 되었지만, '들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의 야구라는 명칭조차 아직 바꾸지 못한 상황이 어처구니 없기는 하다. 왜냐면 미국에서는 'Baseball(베이스(기지)를 차지하는 공놀이)'라고 부르고,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에 처음 야구가 소개되었는데, 어째서 '일본식 명칭'인 야구라고 쓰고 있느냔 말이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서 강제로 '명칭'이 일본식으로 정착이 된 채로 한국에서 경기가 치뤄진 탓이 크다. 그래서 우리가 원치 않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야구용어'를 써야만 했었다. 그렇다면 해방 이후에는 '우리식'으로 바꿨어도 되지 않았을까? 사실 미국 선교사들이 소개할 초창기에는 '타구(打球)'라고 불렀다고 한다. 방망이로 공을 치면서 하는 놀이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봉구(棒球)'라고 부르며 '방망이'를 강조해서 불렀으니, 각 나라마다 야구의 특징을 살려 제대로 써왔던 셈이다.
그런데도 해방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일본식 용어'를 크게 탈피하지 못했다. 까닭은 한국야구선수들의 출신지가 대부분 '일본야구'에서 비롯된 탓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야구를 경험했던 이들이 '한국야구'의 모태가 되어 실업야구, 고교야구를 거쳐 프로야구를 출범시켰고, 또한 실력이 좋은 선수와 감독, 코치 들도 모두 일본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건너와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야구의 영향력'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굳어져버린 '명칭'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일본식 야구용어'를 벗어나겠다고 '메이저리그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도 차선책일뿐, 최선의 방법이 될 수는 없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우리식'으로 바꿔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이제 '한국야구'의 위상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을 정도로 실력을 다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물론 선수나 코칭스테프, 그리고 중계진 등 '야구관계자'들이 먼저 솔선수범을 하며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겠지만, '야구 상식'을 키운 수백 만 관중들도 그런 노력에 힘을 보태주어야만 할 것이다. '타구'라는 옛이름을 다시 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명칭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쨌든 <어린이 야구 상식> 책인데도 '일본식 한자 용어'를 우리에게 맞게 고쳐 쓰는 것까지 신경 쓴 책이어서 더욱 호감을 샀던 책이기도 하다. 모쪼록 '구름 관중'을 동원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쑥쑥 커가는 이때에 이런 책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 솔직히 나도 '야구 입문자'에 속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키스톤 플레이'라는 용어였는데, '키스톤'이 아치형 구조물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듯 '유격수'와 '2루수'가 중책을 맡아 탄탄한 내야 수비를 하는 경우에 쓰이는 용어라고 한다. 또한 '테이블 세터'는 1번 타자와 2번 타자를 가리킬 때 쓰는 용어인데, 출루율이 좋은 1번 타자와 작전 능력이 뛰어난 2번 타자가 주자로 나가야, 뒤이어 출전하는 '클린업 트리오'인 3, 4, 5번 타자가 차려진 밥상(테이블 세터)을 싹 치우며 득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쓰는 용어란다. 이런 뜻을 알고 나면, 테이블 세터는 '밥상 차리는 타자들'이라 부를 수 있고, 클린업 트리오는 '싹쓸이 타자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미 '준족(발 빠른 타자)', '거포(잘 때리는 타자)' 등의 용어로도 불리고 있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아는 만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