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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5 Vol.1 ㅣ 스켑틱 SKEPTIC 1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My Review MDCCCXLVII / 바다출판사 9번째 리뷰] 각종 잡지를 즐겨 읽는 편이다. 주로 '월간 잡지'를 읽었는데, 이번에 눈에 띄는 '계간 잡지'가 있어 들여다 봤다. <스켑틱>이란 잡지였다. '스켑틱 협회'에서 발간한 잡지인데,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고,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교육기관에서 검증하는 것은 다름 아닌 '초자연적 현상', '사이비 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따져 본단다. 흔히 말하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관한 과학적 검증을 시도한 책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검증방법으로 기준을 삼은 것이 바로 '회의주의(일단 의심하고 깊이 파고들어 논리적인지, 비논리적인지 따져봄)'란다. 그러니 이 잡지에 실린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믿어 의심치 않아도 좋다'는 신뢰도가 약간 높다고 볼 수 있다.
'회의주의'라는 것을 일단 의심부터 하고, 새로운 생각에 딴죽을 걸어 거부하기 위한 근거를 찾으려는 꼼수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런 '괴팍한 태도'가 아닌 '충분한 근거'를 요구하는 신중한 자세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이 책에서 찾아볼 주장들이 얼핏 듣기만 해도 '신빙성'이 낮은 사이비 과학에 대해서 논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비 과학'은 그 자체로 과학과 유사해 보이지만 과학적 근거를 전혀 없거나, 얼토당토 않거나, 근거가 매우 희박한데도 '정상적인 과학'인 것인냥 수많은 사람들을 현혹하여 믿게 만드는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다. 사이비 과학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골상학(두골의 형상에서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이 결정된다고 추정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생김새'만으로 성격이나 운명이 결정지어진다면서 19세기 중엽에 꽤나 유행했는데, 학문이 탄생한 유럽에서는 '금지'되다시피 했는데도, 미국에서 '대유행'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못생긴 사람들'이 억울하게(?) 정신병자나 범죄자로 지목되어 그 피해가 막심했다. 다행히 오늘날에는 '골상학'에 과학적 근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입증되어 더는 발달하지 못한 학문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비 과학'으로 의심(!)할만 한 것이 있다면 '의심'하고, '과학적 근거'를 더 많이 찾아보려는 자세가 매우 필요한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이 잡지가 꽤나 흥미로웠다. 이 책은 그에 관한 '창간호'로 [시간 여행]에 대해서 집중 의심해보았다. 그간 '시간 여행'에 관하여 수많은 소설가와 물리학자들이 고민해왔다. 그리고 여전히 팽팽하게 '가능하다'와 '불가능하다'로 맞선 주제이기도 하다.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아직까지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발견되지 못했고, 실현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 여행'에 긍정적인 관점을 가진 이들은 끊임없이 가능할 것이라 여기는 방법들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려진 '최신 결론'은 "시간 여행은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충분한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론에 따라 실현시킬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이다. 꽤나 흥미롭지 않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허나 과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듣는 순간, '불가능'을 떠올릴 것이다. 왜냐면 과학자들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실현가능성 0%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과학기술로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저 검증되지 못한 이론만 난무할 뿐인 상황이란 말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이 책에서 검증하고 있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만 읽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많고도 많은 논쟁거리가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권해드린다. 비록 10여 년 전의 과학적 논쟁을 다루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간 여행'을 못하기는 여전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검증하고 있는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기에 결코 낡은 이론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잡지의 진정한 매력은 오래 묵을수록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맘 같아서는 이런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싶지만, 잡지의 가장 큰 단점은 모으면 모을수록 어마어마한 부피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솔깃한 주제를 다룬 잡지만 '골라서' 자주 손이 가는 곳에 두고 틈틈이 읽는 맛이 제격이다. 제발 그 장소가 '화장실'만 아니면 좋겠다. 세균번식하기 딱 좋은 곳이니 '소장용' 잡지라면 제발 그곳에 두지도 말고, 가지고 갔더라도 제발 가지고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