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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편의점 ㅣ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3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4년 3월
평점 :
[My Review MDCCCXXXII / 라곰스쿨 3번째 리뷰] 이번엔 '무인 편의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말 많고 이상한 아저씨가 운영하던 편의점을 성실한 젊은이에게 물려주면서 이야기가 끝났다. 아이스크림 가게와 문구점에서는 없었던 에피소드다. 그리고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누구'라는 물음이 더 적당할테지만 그보다는 '무엇' 때문에 이런 이상한 일을 벌이는 것인지 궁금해져서 말이다. 다음 가게는 '무인 사진관'이라는 사실만 확인한 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련다.
'무인 편의점'에서는 [당신에게 딱 필요한 물건을 팝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무인 문구점'에서는 [웃는 얼굴을 보여 주면 문이 열려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변화는 '이상한 가게 시리즈'가 장편으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변화일까? 아니면, '편의점'이라는 성격상 '꼭 필요한 물건을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일 뿐일까? 하지만 애초에 '이상한 가게들'에선 아이들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보다 더 소중한 '웃는 얼굴', '자기만 간직한 비밀', 그리고 '즐거운 놀이 한 판'을 하면 아이들은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소원을 이루게 된다. 물론 그 소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말이다. 오히려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가 더 소중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줄 뿐이다. 그래서 '이상한 가게'는 그저 아이들이 '웃는 얼굴'만 보여주면 들어올 수 있게 했더랬다. 그랬는데 '편의점 편'에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컨셉으로 갈 것인지, 아님 '편의점 편'에서만 그럴 것인지 관심이 기울어진다. 하지만 '무인 사진관'에서는 다시 '웃는 얼굴'을 요구할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이란 것은 늘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한편, 편의점은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단지 허름한 '구멍가게'가 최신식의 '편의점'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소규모 영세상인의 몫이었던 자리를 대기업의 체인점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의점'이라는 말처럼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장소가 아닌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곳으로 활용도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 곳이다. 더구나 영업시간이 '24시간', '연중무휴'이기 때문에 한밤중에도 정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간단한 먹거리부터 응급처지를 할 수 있는 의약품, 그리고 택배를 보내고 맡을 수 있는 장소제공까지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을 '편의점'에 설치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꿀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데다가 최근에는 실제로 운영되는 '무인 편의점'이 생겼다고 한다. 뭐, 아직은 '무인 판매'가 용이한 '자판기'를 주로 도입한 수준이지만, 건물에 입주할 필요도 없이 '컨테이너 박스'에다가 편의점을 꾸미고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할 수도 있다는 장점까지 도입했다고 한다.
물론, '편의점'이 마냥 편리한 곳만은 아니다. 밤새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아르바이트 일꾼들에겐 정말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한밤중에 편의점을 이용하는 불량한(?) 손님들이라도 찾아온다면 참으로 곤란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강도짓을 일삼기라도 하면 크나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무인 편의점이라고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CCTV가 있다고해도 '관리자'가 없다는 틈을 타서 마구잡이로 음식을 먹고 도망가거나 '물건'이나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강도짓을 일삼는 무리도 심심찮게 나타난다는 뉴스가 방송에 나오기 때문이다. 대개는 경찰에 덜미가 잡혀 혼쭐이 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이런 '무인 편의점'에서 아이들은 '이상한 잡화'를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나쁜 습관들'을 하나하나 고쳐 나갔다. 자신감이 없어 엄마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소심함부터 충치로 인해 이가 뽑혀져 나가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치과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이 무서워서 충치치료를 거부하고 도망가는 일까지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그런 '나쁜 습관들'이 있다는 부끄럼 때문에 볼이 빨개질테지만, 다 읽고 나면 그런 '나쁜 습관들'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하냐면, '나'도 어릴 적에는 그런 나쁜 습관을 갖고 있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나쁜 습관들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계기를 통해서 하나씩 고쳐나갈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스컹크 뿡뿡 너로구나 군고구마' 이야기에선 물건값도 치르지 않고 제것인냥 마음대로 슬쩍하는 나쁜 습관을 가진 학생이 등장한다. 이 학생이 '훔치는' 물건은 편의점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소중한 물건도 아무렇지 않게 슬쩍 가져가버리곤 한다. 먼 옛날 배고프던 시절에는 아이들의 '서리'를 어른들이 눈감아주기도 했다. 쪼그만 녀석들이 얼마나 배가 고프면 그랬을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농작물 손실'이 엄청나거나 '논밭'을 망치기라도 하면 어른들이 노발대발해서 혼쭐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 그런 시절에서 조금 지나 '도시의 어린이들'은 문방구나 구멍가게에서 슬쩍하는 일이 빈번했다. 워낙 다양한 물건을 진열해놓기도 했고, 주인어른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물건을 슬쩍하는..그 시절에는 '뽀리'라고 불렀다. 물론 그때에도 주인어른이 눈감아주었다가 '물건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이거나 여러 차례 그런 일이 반복될 경우에는 학생들의 부모님에게 '따로' 연락을 취해서 주의를 주는 일도 있었다. 왜냐면 그 시절에는 '한 동네에서 벌어진 헤프닝'인 경우가 많아서 다 알고 지내던...그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다르다.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도 아니고, 한 동네에서 서로 다 알고 지내던 시절도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린 시절에는 그런 '나쁜 습관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아직 '도덕적 관념'이 제대로 심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행동'을 일삼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학생의 나쁜 습관을 바로 잡겠다고 '도둑놈 취급'을 해버리면 크나큰 충격을 받고 도리어 삐뚫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어른들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운 행동을 뉘우치고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어야만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칠 수 있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도둑놈이란 낙인'을 함부로 찍어버리면, 그 아이는 평생토록 '죄인'으로 살게 될 수도 있고, 잘못을 뉘우칠 방법도 찾지 못하고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어 평생을 '사회부적응자'로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물건을 훔치고도 거짓말을 늘어놓는 아이에게 '고약한 방귀'를 뀌게 하는 방법을 통해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방귀를 뀌는 이유가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양심'이 썩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여주니 스스로 한 짓들이 정말로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치유방법'도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쳐서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되면 저절로 낫게 된다고 했으니 얼마나 멋진 방법이냔 말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양심 군고구마'가 있지는 않겠지만, 양심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깨닫게 된다면, 그런 고구마가 없더라도 올바른 윤리의식을 깨닫게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에게 '딱 필요한 물건'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자기존중'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모든 것일테다. 우리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사회구성원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남'을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무리해서 자기를 꾸밀 필요까지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면 그뿐이다. 자기 양심에 부끄럽지도 않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멋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상한 무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딱 필요한 물건들'이 대개 그런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