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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문구점 ㅣ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2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3년 10월
평점 :
[My Review MDCCCXXX / 라곰스쿨 2번째 리뷰] '이상한 무인가게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아이들이 바라는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신비한 물건을 판다는 독특한 소재로 쓴 동화책인데,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놀라운 동화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소원을 바라는대로 다 이룬다고해서 마냥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소원이라는 것은 '내게 없는 것'을 채워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예뻐지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해주세요"라는 평범한 소원들을 봐도 그렇다. 지금 현재 '돈'이 부족해서, '미모'가 좀 빠져서, '체력'이 뒤떨어져서 지금보다 더 많은 '무엇'을 채우면 적어도 현재보다는 행복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허나 정말 그럴까? 1억을 가지고 있다가 100억을 갖게 되면, 귀여운 정도였는데 아이돌 뺨치게 변신을 한다면, 체력이 떨어졌나 싶었는데 운동선수 못지 않은 왕성한 체력을 갖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질까?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다. 무엇이라도 채우면 채울수록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불행해졌다는 것만 더 많이 느낄 뿐이다.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왜냐면 그런 소원은 '(남과) 비교한 결과'를 바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가 갖지 못한 '남의 것'을 시샘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그리고 더 부자가 되었어도, 그 시점에서 더 큰 부자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이 갖고 싶은 욕심만 생길 뿐이다. 다시 말해 '욕심의 크기'만 다를 뿐, 끝없이 욕심부리게 될 뿐이다. 성적이 80점인 친구는 늘 만점 받는 친구가 부러울 수 있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고 칭찬 받는 모습이 부러워서 자신도 열심히 공부해서 만점을 받고 싶어진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 수 있다. 그렇게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하자. 만점을 받은 친구는 다른 친구들의 인정과 선생님의 칭찬을 받아 행복해질 것이다. 그 다음 시험에서도 만점을 받고, 또 만점을 받고, 또 만점, 또또 만점...이렇게 계속 만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이라도 있어서 계속 소원을 들어줘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늘 만점을 받도록 실력을 쌓아야 할까? 그 누군가가 계속 소원을 들어주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불안할 것이다. 아니면 늘 만점 받을 정도로 실력을 쌓을 정도로 공부만 해야 해서 죽을 맛일 것이다. 과연 행복한가?
이 동화책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물건'을 갖게 되어 놀랍고 재미난 경험을 하지만, 결코 그 물건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곧바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늘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나답게 살아갈 때'라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나다움'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해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말이다. 나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러니 좋든 싫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 배워야만 한다. 그 사랑에는 진심이어야 한다.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보람'차야 한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자신을 사랑하는 척하면 역시 행복할 수 없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올바르고 정직한 일을 해야 한다. 자기는 '자신'을 사랑하는데 남들이 보기에 전혀 사랑할 수 없는 '이기적인 존재'이며 이 세상을 바람직하게 만들지 않고 되려 '병들게 만드는 암적인 존재'가 되면, 역시나 행복해질 수 없다.
물론, 이런 것들을 몰라도 책을 읽으며 즐길 수 있다. 훌륭한 책일수록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책인 셈이다. '교훈'까지 이해할 수 있어서 일상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지혜를 배워 내 삶에 도움이 된다면 아주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그런데 말이다. 이 시리즈에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편인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꼬마아이인데, 그 아이가 '물건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간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이스께끼'를 훔쳐 먹고 몰래 달아난 아이인데, 그 아이가 늙지도 않고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이상한 무인 문구점>의 관리인으로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 벌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긴 한데, 애초에 '물건값'을 받지 않고 판매하고 있는 무인가게인데 왜 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때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이래저래 끝까지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