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만드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민주 시민 교육 동화 한경 아이들 시리즈
옥효진 지음, 김미연 그림 / 한경키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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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XXVII / 한경키즈(한국경제신문) 3번째 리뷰]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면 안 되는 공부가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는 반면에 어린이들에게 '절대 가르쳐서는 안 되는, 커서 어른이 되면 저절로 배우는', 그런 공부가 따로 있느냔 말이다. 딴에는 있을 것도 같다. 이를 테면 '성교육'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레 찾아오기 마련이고, '사랑의 열병'을 앓고 나면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책임'질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는 과거와는 달리 '청소년기'라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과도적인 시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성교육'이 별도로 필요하게 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밖에는 뭐가 있을까?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질문을 바꿔 보련다. 어른들이 도맡아서 해야할 일이기에 '어른들의 일에 끼지 말고 애들은 가서 놀아라'라고 등을 떠미는 공부가 있느냐고 말이다. 대표적으로 '돈 버는 일(경제)'과 '나랏일(정치)' 따위가 그런 범주에 들 것이다. 이런 전통(?)을 오래도록 이어온 탓에 우리 어린이들은 공교육에서 '경제와 정치'에 관해서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시피 할 지경이다. 하긴 어린이는 '돈 벌 궁리'를 하기보다는 학업성적관리에 충실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고, 어차피 만 18세 미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투표할 권리'도 갖추지 못한 탓에 선거유세에 나온 정치인들조차 '어린이표'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이런 차에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과 '정치교육'을 할 까닭이 그닥 없어 보인다. 고작해야 '사회과목 시험범위' 안에 있는 교과서만 달달 외우면 그뿐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어린이가 자라서 '대한민국 성인'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주어졌으니 신중하게 선거후보를 골라서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을 뽑을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20대가 '선택'한 대통령이 누구인지만 봐도 알만 하지 않은가? 그들 나름의 '소신'을 갖고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했을텐데, 대한민국은 지금 민주주의적 시련을 겪고 있다.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탓이고, '정치'에 무관심한 탓에 누구를 뽑아야 제대로 정치를 할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를 몸소 경험하며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한 '어른들'은 제대로 선택했을까? 어른들도 어린이들보다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엉망진창인 것은 매한가지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가 '정치'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초등사회 교과서'부터 다시 펼쳐 들길 바란다. 그 교과서에 '정치 기본'이라고 할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면 죄다 잊어버리고 엉망진창으로 정치를 참여하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암기하고 정답 맞추기만 열심이었고, 그렇게 배운 '정치 기본'을 제대로 실천해보지도 못한 채 '못난 어른들의 엉터리 정치'를 경험하고서 고대로 답습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의 저자 '옥효진'은 <세금 내는 아이들>을 통해서는 '경제 기본'을 아이들이 직접 실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교실을 운영해보았고, 그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서 어린이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엔 이 책 <법 만드는 아이들> 펴내면서 아이들이 직접 법도 만들어 보고, 어떤 법이 국민(학생)들에게 좋은 법인지, 나쁜 법인지 몸소 겪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로 인해서 수많은 상을 탔고, TV 쇼에도 출연을 하는 등 옥효진 선생님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에 나온 줄거리처럼 아이들이 직접 '행정부(대통령과 국무총리)'와 '입법부(국회의장과 국회의원)'를 꾸려서 자기네에게 꼭 맞는 '법'을 손수 제정하고 공포하며 '민주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직접적으로 경험을 6학년 1년 동안 겪게 하였다. 그속에서 아이들은 '부당한 법'을 개정하는 노력도 하고, 대통령이 직접 '법'을 제안하기도 하며, 국회의 동의를 받은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도 행사하고, 더 좋은 학급을 만들기 위해서 '정당'을 꾸려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도 보이고, 그로 인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정치적 꼼수에 발목이 잡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훌륭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는 기본기를 연마할 수 있었다.

단순히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연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엄연히 '대통령'을 뽑는 선거였다. 그리고 좋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 '소중한 한 표'를 가지고 있는 국민(학생)들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따지면서,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닌 학급 전체를 위해서 가장 뛰어난 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사명감을 경험한 셈이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 아니겠는가. 학교에서 이토록 '생생한 정치 수업'을 들은 어린이들이라면 방과후에 맞닥뜨린 '어른들의 정치'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거부권을 남발하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반대를 위해 같은 정당끼리 똘똘 뭉쳐서 나랏일을 하는데도 훼방을 놓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서 느끼는 무력감을 절실히 느끼지 않겠는가 말이다.

허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겠다는 사명감에 충실한 어린이들이라면 이런 실망감과 무력감을 뛰어 넘어 '민주적 시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거부권을 남발하는 대통령에게는 '국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정당정치인들에게는 '대한민국 국회는 싸움터가 아니라 법을 만드는 곳'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상기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대통령은 결국 '탄핵'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통령은 그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들이 현직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인데도 과연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편, 국회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입법'을 하는 장소이지, 한낱 정당정치인에 불과한 이들의 유치찬란하고 고성방가한 난장판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대표'라는 상징인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서 고작 한다는 짓이 '자기네 정당'에 유리한 법안을 만들려는 꼼수만 한가득이다. 이러니 국회의원들에게 줄 월급조차 아까워하며,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을 더욱 잘 수렴하는 방법인데도, 국민들은 국회의원 숫자를 오히려 줄이라고 아우성인 상황이다. 정말이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정치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고작 초등학교 한 학급 안에서조차 학생들 저마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아웅다웅할 정도니 말이다. 그럼에도 정치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초능력 정치인이 등장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민주시민'이기도 하다. 그 시민들 하나하나가 '더 잘사는 대한민국'을 꿈꾸고, '더 부강한 대한민국'을 바라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원대한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할 뿐이라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다. 허나 우리는 안다. 이 어려움 또한 슬기롭게 극복해낼 것이라는 걸 말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을 이 책에서 찾았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을 수많은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분명 그 바람들이 다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게나 멋진 대한민국 미래의 주역들에게 부끄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른들도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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