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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경제 교육 동화 ㅣ 한경 아이들 시리즈
옥효진 지음, 김미연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평점 :
[My Review MDCCCXVII / 한경키즈(한국경제신문) 1번째 리뷰] 우리 나라 초등교육은 손보아야 할 것 투성이지만 '교육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손만 댔다하면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 까닭은 우리의 학부모들이 바라는 요구사항이 너무나 난삽하기 때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에 딱 어울릴 상황이 대한민국 교육계에서 버젓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교육부 공무원들이 멍청할 리는 없고 대한민국 성인의 거의 대다수가 '대학 졸업장'을 소지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일까?
흔히 말하길,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만큼 신중하게 계획을 짜야하고 한 번 세운 계획은 흔들림 없이 올곧게 나아가야 제대로 된 교육의 틀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백년대계'는커녕 '수시개정'을 하면서 해가 다르게 바꾸고 있다. 대학입시 정책만해도 1년도 안 되어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없애버리는 등 중구난방이어서 해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공교육 선생님들조차 헷갈려서 '전문입시강사'에게 개정된 입시방식을 도맡겨버리기 일쑤니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교육이 이렇게 된 데에는 나름이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건 바로 대한민국 사회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의 대한민국을 보고서 이 나라가 불과 100여년 전에 나라를 잃고 식민지가 되었으며, 70여년 전에는 세계대전보다 더 끔찍한 전쟁을 겪고 세계에게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는 상상을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것으로도 모자라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다른 강대국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모범국가가 되길 기대할 정도다. 이렇게나 무게감이 있는 대한민국의 행보에 걸맞는 '선진 교육환경'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온국민이 '성장'에만 올인하다시피 내몰려서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여기저기 사회적 문제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그 가운데 '교육문제'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여러 모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긴 하지만, 여기선 생략하려 한다. 이 책이 '어린이 경제교육동화'이니 경제교육에만 초점을 맞춰서 말이다. 각설하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갖춘 나라다. 한마디로 능력에 따라 돈을 벌고, 돈을 번만큼 소비할 자유가 보장된 나라란 말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교육에서는 '경제교육'에 등한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린 나이에 돈에 관심이 많아도 안 되고, 돈을 펑펑 쓰는 일은 더더군다나 안 될 일이며, 돈벌이를 하겠다고 직접 나선다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면 저절로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듯이 경제교육은 철저히 봉쇄해버린다. 마치 '성교육'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정말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 것일까?
어른들은 직접 겪어봐서 안다. 어릴 적에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말이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이란 표현이 낯설지 않고 아무런 방비도 없이 '과도한 책임감'에 주눅이 들어서 삶의 무게와 인생의 쓴맛을 톡톡히 겪고 나서야 겨우 어른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곤 한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금수저, 은수저의 후예들'은 이런 고생을 해보지도 않고서 부모나 조부모, 그리고 부유한 친척들이 건내준 '엄청난 자본금'으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척척 자본주의의 단맛을 쪽쪽 빼먹곤 한다. 이른바 '경제적 상류계층'에 속하는 이들은 시작부터 우위를 선점하며 부가 부를 낳고, 자본이 자본을 벌어들이는 '풍요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법만을 배우며 '흙수저들의 삶'을 한껏 비웃으며 살아간다. 더 나아가서 정부 정책을 만드는 엘리트들은 이런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를 더욱 고착시키곤 한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게을러서'라는 그럴 듯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사회문제의 원인을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고 부정하기에 이른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만능해결사는 아니다. 부자도 한순간에 벼락거지가 되게 만들고 빈자도 경제적 기회를 잘 포착하면 일순간에 벼락부자를 만들기도 하니,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낳은 경제적 문제점이 사회문제로 드러나게 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복지시스템'을 가동하여 최소한의 생활고를 겪지 않고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경제적 안정'을 기반으로 온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철저한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어른이 되었을 때 부모가 마련해주는 '경제적 여유'를 허투루 쓰지 않을 수 있고, 국가가 보장해주는 '경제지원정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경제적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기회를 최대한으로 살려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해는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어린 나이에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 특히, '직업선택'이라든지 '저축과 투자, 그리고 보험'과 같은 것으로 '나의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서 자산을 늘릴 수 있는지, 몫돈은 어디에 어떻게 써야 바람직 한 것인지 충분히 알려주는 '경제교육'이 절실하다. 실제로 저축을 해서 얻을 수 있는 '복리이자' 같은 것은 10년 이상 장기저축을 해야 톡톡히 이자금을 불릴 수 있지 않겠는가.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로 '유량주'를 10년, 20년 오래도록 묶어두었을 때 안정적으로 몫돈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렇다면 10대의 어린 시절에 '자본'을 은행과 주식, 그리고 보험에 묻어두어 10년, 20년이 지나 20대, 30대가 되었을 때 손수 불린 자금을 원하는 곳에 쓸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경제교육'은 조기교육일수록 바람직할 수밖에 없다.
이 책 <세금 내는 아이들>은 초등6학년 1년동안 아이들이 직접 경제적 활동을 벌이며 다달이 '월급'을 타서, 직접 '소비'도 하고, '저축예금과 주식투자, 그리고 고용보험'도 해보면서 경제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동화형식으로 담았다. 아이들은 '월급'을 벌기 위해서 학급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직업'으로 삼고 학교에서만 쓸 수 있는 '화폐단위'를 정해서 직접 벌고, 직접 쓰며, 번만큼 '세금'도 내는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아이들은 무계획적인 소비를 해서 사업을 쫄딱 망하는 경험을 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모의주식투자'에 성공해서 월급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투자경험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 가운데 '일정 소득에 준하는 세금'을 거둬 학급에서 소모하는 비용을 직접 충당하며 '나라살림'에 대한 간접경험도 겪게 된다.
이렇게 멋진 경제교육이 또 있을까? 허나, 동화가 아닌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경제교육'으로 활용하기엔 문제가 많은 방식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학급일을 '직업'삼아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다는 설정을 실제 교육현장에서 쓰기 위해선 '실질적인 화폐'와 똑같이 쓸 수 있을만큼의 '자본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할텐데, 그걸 누가 얼마나 준비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또한, 은행예금와 주식투자 수익금처럼 '실제 이자'와 '실제 투자수익금'만큼 이익을 보았을 때 무슨 수로 돈을 마련해서 지급하겠느냔 말이다. 실제로 은행업무와 투자회사처럼 '대출업무'를 해서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따라서 이 책에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동화속에서나' 가능할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돈을 버는 일을 해볼 수도 있을 정도로 '실감나는' 경제체험을 간접적이나마 해보면서 말이다. 물론 '실물경제'는 책보다 훨씬 더 복잡하겠지만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은 어린이와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부모님께 용돈만 타 쓰는 어린이는 분명 차이가 날 것이 뻔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리에겐 이런 '경제동화'가 많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어린이들도 실제로 '경제체험'을 해볼 수 있는 방법까지 마련하는 내용으로 실감나게 책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회초년생'이 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자신에게 꼭 맞는 경제적 기회를 이용해서 부를 늘려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더욱더 많은 경제동화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