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생 시즌2 : 17 ㅣ 미생 (리커버 에디션) 17
윤태호 지음 / 더오리진 / 2023년 6월
평점 :
[My Review MDCCCXVI / 더오리진 4번째 리뷰] 원 인터의 철강팀이 '공중분해'되어 장백기가 소속되어 있던 철강팀의 인원이 천과장이 있는 '영업3팀'으로 강해준대리도 함께 말이다. 그리고 천과장은 인재영입의 기회를 살려 'CIC(사내독립기업)'을 추진했더랬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으로 '철강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철강은 다른 무역거래품과는 달리 '묵직함'이 있다. 그래서 기존의 사업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변화'를 마뜩찮게 여기는 사업아이템이다. 그래서 신규시장을 형성하기 힘들고 '고인물'만이 우직함으로 밀어붙이듯 사업하는 것이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천과장은 바로 그런 골리앗 같은 시장에 돌을 던지려 한다.
물론 천과장과 강대리, 그리고 장백기 만으로 턱 없는 사업규모다. 사업이 엄청 큰 만큼 '인력'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자원팀의 안영이대리와 섬유팀의 한석율도 합류하려 했다. 그조차 부족해서 장그래가 속해 있는 '온길 인터'까지 인수할 계획을 짜고 사업승인을 위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일이 틀어지고 만 것이다. 왜? 온길 인터를 회사차원에서 인수합병을 하자면 '온길 인터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온길 인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죄다 '원 인터 출신'이었다. 속된 말로 '원 인터'가 싫어서 박차고 나와 자기들 사업을 하려 떠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가치'를 인정해주고 '인수 금액'까지 제값을 쳐주고서 합병을 한다고? 대기업 사장도 아니고 일개 부서 과장이?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꿈 같은 이야기다. 그런 꿈 같은 이야기를 장백기와 안영이는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왜 그랬을까? 한 때는 동료였던 사람들이고, 그랬기에 실력도 수준급이라 인정하는 바이고, 그렇기에 '원 인터'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대기업의 이기심'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대기업은 그런 식으로 운용되지 않는다. 아니 대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이 그렇다. 아무리 돈이 되는 일이라도 '떠난 사람'을 붙잡고서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깜빡한 것이다. 비정해 보일지라도 '일(사업)'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렇게 '영업3팀의 신규사업'은 첫 미팅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사내독립기업의 기회'도 공중분해가 된 듯 싶다. 일을 책임지고 추진했던 천과장은 윗선(전무이사)의 눈밖에 나게 되고 왕따를 당하다가 '명예퇴직'을 신청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강해준대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파악한다. 애초 철강팀이 해체되면서 승진기회를 빼앗기고, 인사고과마저 사라져버린 마당에 새로 옮긴 '영업3팀'의 수장이 똥볼을 차고 자리를 내어준다면, 강대리에게도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대리에겐 이번 '위기'가 그닥 나쁘지만은 않다. 이제 그간 보여준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원 인터에, 영업3팀에 거센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런데도 천과장과 장백기는 열심이다. 아니 '일'을 제대로 한다. 이런 정황이 강대리에겐 낯설다. 분명 윗선에서 제대로 까이고 풀이 죽어 있어야 마땅할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런데 천과장과 장백기는 그렇게 나약한 사람들이 아니다. 천과장은 겉으로 보기엔 '우유부단'하고 '추진력'도 없고 위에서 '시키는 일'만 겨우겨우 처리하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일 순 있지만, 대기업이 그런 사람에게 '과장' 자리를 내어줬을리 만무하다. 천과장은 제대로 넘어져도 '포기'를 모르는 뚝심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 '빈틈'이 거의 없는 편이다. 까일 땐 까이더라도 '무엇'이 까이고,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금세 파악이 끝나면 주눅 들지 않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믿음직한 상사다. 한편, 장백기에겐 멋진 '동기들'이 있다. 안영이, 한석율, 그리고 장그래는 인생에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보물이지 않은가. 그들과 '함께'라면 장백기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실패도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에 열심인 모습을 본 강대리는 의아하기만 하다. 애초부터 '사람'을 잘못 봤던 것이다. 그리고 천과장의 실력도 제대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영업3팀에서 '함께'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갖게 된다. 아직 강대리는 그런 마음을 깨닫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리고 장백기도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철강 플랫폼 사업'을 위해 온길 인터 인수사업건은 박살이 났지만, '철강 플랫폼 사업' 자체가 끝장 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을 더욱 확장시켜서 천과장보다 더 윗선인 최상무(원 인터 부사장파)와 손을 잡고 일의 규모를 더욱 키워 제대로 일을 해보고자 한다. 장백기가 그 최상무와 함께 '첫 출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출장은 빠듯한 일정에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애초에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기회'조차 주지 않는 법이다. 장백기는 첫 출장인 만큼 그 기회를 잡으려 안달이 났지만 강대리는 "상무 따까리하러 가는 자리이니까. 괜한 일을 하려 노력하지 말라"고 조언 겸 주의를 준다. 사실 외국까지 나가서 미팅을 하는 자리가 거의 '접대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사업적인 실무나 계약에 관한 일들은 '실무팀'에서 거의 끝난 상태에서 사업에 책임이 있는 최고 윗선인 사람이 최종적으로 만나 서로 '얼굴'을 보며 계약서에 사인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자리가 많기 때문에, 미팅이라고 하지만 '업무관련'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담'만 나누고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참다 못해 열심히 '일'을 하겠다며 주절주절 업무 이야기를 꺼내는 신입사원이 많은데, 그런 경우엔 하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장이나 전무, 상무, 하다못해 차장, 과장, 대리라는 '직급'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노련함'이 갖춰졌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직급에 오른 사람들이다. 대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일이란 철저하고 빈틈이 없다. 대기업 인사팀이 빈틈 많고 일도 허술하게 하는 사람에게 '직급'을 부여할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대기업은 절대로 '낭비'를 하지 않는다. '손해 보는 일'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서 신입사원이 '실력발휘' 좀 해보겠다고 끼어들다가 자기 실력의 '바닥'만 재확인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자리가 '출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해서 출장을 가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돌아온다면 바보다. 진짜 실력발휘를 하기 위해서 '철저히 사전준비'를 마쳐야 하는 것은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다. 출장이란 것이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했더라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그 부족함을 '눈치껏' 딱딱 맞춰서 빈틈을 메우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된 '실력발휘'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상사의 개인적인 취향은 물론 상사의 버릇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소한 일' 같지만 지방이나 외국이라는 '생소한 장소'에서는 사소한 실수라도 빈틈이 커보이는 법이다. 그런 빈틈을 메꾸기 위해 '수행비서'가 딸려가는 것이다. 신입사원에겐 그런 '상사를 위한 수행'까지도 염두에 두어서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진짜 실력발휘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제 '원 인터 영업3팀'은 새롭게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온길 인터의 신규사업'인 중고차 사업도 장그래를 중심으로 새롭게 활력소를 찾게 될 것이다. 온길 인터도 철강사업 부진을 털고 '요르단 중고차 사업'의 성공을 위해 오상식부장을 필두로 '장그래대리와 조아영대리, 그리고 한그루사원'이 한 팀이 되었다. 과연 장백기와 장그래는 재도약을 위한 큰 그림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강해준대리는 어떤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철강팀에서 실력발휘했던 그다. 비록 철강팀은 해체되었지만 '영업3팀'에서 그의 숨겨진 실력이 더욱 꽃을 피울 수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영업3팀'은 숨겨진 인재들이 제대로 실력발휘하는 곳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