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 16 미생 (리커버 에디션) 16
윤태호 지음 / 더오리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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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2: 16>  윤태호 / 더오리진 (2023)

[My Review MDCCCXIV / 더오리진 3번째 리뷰] 원 인터네셔널의 천과장은 고민중이다. 그가 속해 있는 '영업3팀'에 옛 철강팀의 에이스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천과장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 CIC(사내독립기업)를 구상했다. 물론 철강팀의 강대리와 장백기가 함께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허나 천과장은 고민이 많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대기업을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처지에 '따로' 독립을 해서 나온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좋은 아이템이다 싶어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가 헛물만 켜고 쫄딱 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상사 눈치 보느라 더럽고 치사한 일을 당해도 그냥 '버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곤 한다. 근데 '사업'이라는 것이 위에서 하라는 것만 하고,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영 재미가 없다. 수익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내 사업'을 해서 성공하고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 사업하는 맛이기 때문이다. 과거 '영업3팀'이 그랬다. 오차장은 남들이 하기 싫은 일만, 성과도 별로 없는 일만 골라서 한다고 주변에서 비아냥거리기 일쑤였지만, 오차장과 김대리, 그리고 장그래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던 것이다. 그러다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고, 나중에 합류한 천과장도 그런 영업3팀의 일원이었기에 다시금 재미난 사업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 좋자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막말로 자신은 '하고 싶은 일'하다가 망해도 소원풀이한 셈 치면 그만이지만, 덩달아서 끌려온 사람은 처지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사가 억지로 끌고와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는데 사업이 망해버린다면,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냔 말이다. 물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망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돌다리도 건너는 심정'으로 시작해야만 했다. 더구나 지난 편에서 '중국발 철강 리스크'가 업계를 강타한 와중에 주요사업이었던 '철강'을 제외하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새로 일을 시작하는 '영업3팀'으로써는 더욱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천과장은 CIC를 이끌고 싶다. 장백기로 부족하다 싶으면 안영이와 한석율까지 끌고 와서 말이다.

안영이와 한석율은 '고민중'이다. 원 인터라는 번듯한 대기업 정직원이지만 '직장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실력발휘'를 해도 인정을 받기는커녕 '모멸감'이 들 정도로 꼰대짓을 하는 회사분위기에 질렸기 때문이다. 안영이는 '대리'로 승진까지 했지만 여전히 부당대우를 받고 있다. 번번히 아이디어를 빼앗기고, 그래서 '실적'도 빼앗기고, 상사의 실수를 덤터기 쓰면서까지 '인사고과'를 받기 위해서 눈치를 보며 숨죽이듯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석율은 더욱 심각하다. 자칭 타칭 '섬유팀 현장마스터'로 불릴 정도로 발에 땀나듯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소시오패스에 걸린 직속상사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현장사고'가 터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 사고를 '뒷수습'하는 것은 언제나 한석율이었다. 이러한 때에 영업3팀의 천과장이 'CIC 멤버'로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한석율은 두손 두발을 들며 환영했지만, 안영이는 신중했다. 그리고 신중한 김에 '수익이 날 만한 사업리스트'를 골랐고, 그 가운데 '철강사업'에 마진(수익)이 남겠다 싶었지만, 철강쪽의 전문가인 '장백기의 고견'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장백기가 '해오던 사업'이기도 했고, 그가 OK를 한다면 안영이도 천과장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셈이다. 그렇다면 장백기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원 인터라는 대기업조차 중국발 리스크로 인해 '철강사업'에서 손을 떼고 철강팀마저 해체 해버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장백기'에게 뾰족한 수가 있기나 한 걸까? 그래서 신중한 안영이도 장백기가 OK를 하지 않는다면 CIC에 동참할 수 없다고 한 것일테다. 그렇다면 장백기의 대답은? 반반이었다. 애초에 사업이라는 것에 '무조건' 성공이나 실패는 없는 법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누구'와 함께 일을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성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면 수익을 내도 그리 크지 않으니 손을 뗄 수밖에 없지만, 작은 기업(사내독립기업)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 '해볼만' 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장백기는 그런 이야기를 천과장에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업성공을 하기 위해서 커다란 모험을 해야만 한다. 어쩌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서도 쥐꼬리만한 수익만 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사서 고생할 일'을 하기 위해 안정된 직장인 '원 인터'를 박차고서 나갈 까닭이 없다. 그래서 장백기도 '추가 옵션'을 내놓는다. 사서 고생하는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말이다. 그런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바로 '온길 인터네셔널'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인물, 객관적인 실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일을 할 때 '일머리'를 제대로 쓸 줄 알고 '일이 되게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주변 동료들에게 언제나 '기대'하게 만드는 인물, 바로 장그래가 있는 작은 회사다. 장백기는 그동안 장그래를 무척이나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장백기 자기 자신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것을 간파하자마자 '어떤 일이라도 일이 되게끔 일머리를 제대로 부릴 줄 아는' 장그래와 함께 일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실로 대단한 변화인 셈이다. 그동안 장백기는 정직원인 자신과 계약직인 장그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존심'이랄 수도 있다. 허나 사업을 하다보면 그런 자존심 따윈 헌신짝처럼 갖다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근데 장백기는 그런 타입이 절대 아니었는데, 그렇게 바뀐 것으로도 모자라 장그래와 '함께'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했기 때문이다. 장그래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인재인 걸까?

남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목표에 정확히 명중시키는 사람을 '대단한 사람', '뛰어난 실력자'라고 추켜세우지만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천재'는 애초에 생각지도 못했던 과녁을 찾아내서 한가운데에 명중시키는 사람이다. 장그래는 그런 천재유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야기속의 허구적인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천재'가 있기에 놀라운 것이다. 바둑기사로 '프로'를 꿈꿨지만 끝내 '입단'에 실패하고 계약직과 중소기업을 전전하는 캐릭터지만,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은 장그래를 그렇게 허투루 평가하지 않는다. 왜냐면 장그래는 언제나 '일이 되게끔' 일을 해내는 지름길을 알고 있는 듯한 성실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장그래가 하는 일이 '천재적인 것'도 결코 아니다. 김부련사장이나 오상식부장, 그리고 김동식과장의 눈에 보이는 장그래는 그저 평범할 따름이다. 일을 배우는 '정석 코스'를 따라 차근차근 성장하는 캐릭터인 까닭이다. 그런데 장그래가 하는 일이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왜냐면 '말단사원' 주제에 '오너 마인드'로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원이면 사원답게 상사가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면서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가면 될 것을, 장그래는 차근차근 배우는 처지면서도 머리속에는 온통 '오너 마인드'로 가득해서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기도 하지만, '상사'가 해야할 사업적 고민조차 장그래가 먼저 하고 있어서 답답할 지경이다. 허나 그런 장그래가 미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하는 고민이 알고보면 '매우 중요한 일'의 단초가 되거나, 꼬이고 꼬인 '문제의 해결점'이 될 실마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장그래는 '일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낼 줄 아는 높은 안목을 지녔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허투루하는 법이 없다.

이렇게나 철두철미한 장그래를 '사업파트너'로 장백기는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영업3팀'이 다시 뭉칠 기미가 보인다. 천과장이 추진하는 CIC(사내독립기업)에 온길 인터를 합병하게 되면 말이다. 거기다 안영이와 한석율까지 합류하게 되면 가히 '천하무적'이 되지 않겠는가? 다음 편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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