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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 빅뱅부터 블랙홀까지, 외계 생명체부터 쿼크 별까지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우주과학의 세계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2월
평점 :
[My Review MDCCCX / 한빛비즈 152번째 리뷰] 어릴 적 새벽운동을 나갔다가 동쪽 하늘만 바라보다 그냥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이른 아침이었는데 무심코 동쪽 하늘을 바라봤다가 넋을 놓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무려 3~40분 정도였을 텐데,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해가 뜨기 전' 어두운 밤하늘이었고, 새벽 햇살이 밝아오다 '해가 온전히 다 뜬 뒤'까지였으니 그 정도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런데 난 그 시간동안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동쪽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바로 '금성' 때문이었다. 샛별이라고도 불리는 금성이 동쪽 하늘에서 '열 십(十) 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하늘이었을 때도 그렇게 밝은 빛이었는데, 해가 동녘에 떠오를 때까지 그 밝음을 잃지 않고 환하기 빛나고 있었다. 경이롭다고 해야 할까? 그 순간 나는 '천문학'에 사로 잡혀버리고 말았다. 아니 진로를 그쪽으로 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천문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갖추지 못해 결국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였던 나는 그렇게 '천문학'과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그래도 과학책 가운데 천문학과 관련된 것은 수룩하게 읽어재꼈다. 태양계를 비롯해서 광활한 우주와 관련된 책이라면 가리지 않았고, 영화와 독서도 SF장르라면 빠뜨리지 않고 섭렵할 정도였다. 심지어 '신화 이야기'와 '점성술'까지 탐독했으며, 외계인과 UFO에 관한 '미스테리'에도 관심을 놓치지 않았으니 웬만한 '음모론' 정도는 시나리오로 줄줄 써나갈 정도의 경지에 다다랐다고 자부하는 바다. 그래서 우주에 관한 과학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해박하냐고 묻는다면...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우주에 대해서 그토록 많이 안다면서 왜 대답할 것이 없냐고 묻는다면, 현재 최고의 '천문학자'라 할지라도 나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우주는 너무나도 광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부터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킵 손의 '양자역학', 그리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끈 이론'까지 우주에 대해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천재적인 물리학자들이 수많은 방정식을 통해 분석했고, 위대한 천문학자들이 밤을 낮 삼아 잠을 설쳐가면서도 우주를 연구하고 또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우주는 너무 광활했고, 우리는 그렇게나 광활한 우주를 '연구대상'으로 삼았으면서도 '지구밖'으로 한발짝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지구밖'으로 나가 달에 착륙한 인류를 배출하기도 했고,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수많은 위성을 쏘아올렸으며, 외계의 생명체가 살고 있음직한 '골디락스 행성들'을 품고 있는 항성계와 은하계에 '지구의 정보'가 가득 담긴 전파를 줄기차게 쏴대기도 했더랬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어느 것도 '목표지점'까지 도달한 적이 없으며, 태양계의 행성을 탐사를 마친 위성들도 명왕성 궤도를 넘어 더 먼 곳까지 항해하고 있지만, 아직도 '태양계 안(오르트 구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은하에서도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는 (주계열성의 항성들을 기준으로 해도) 조그만 항성에 불과한 '태양계'조차 벗어나지 못한 인류가 어떻게 감히 '우주'를 논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렇게 비관적인 까닭은 '위대한 천문학자들'의 연구방법이라는 것이 고작해야 '(지구 안에서) 관측'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좀더 관측을 잘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 인공조명이 전혀 없고 공기 맑고 맑은 날이 많은 산꼭대기에 '천문대'를 만들고서 관측을 하던가, 아니면 '관측위성'을 궤도에 쏘아올려 좀더 섬세한 결과치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그래봤자 137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우주의 끝(?)'에 비한다면 그닥 차이가 없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천문학은 계속해서 우주를 연구해 왔고, 그 성과는 놀라울 따름이며, 우주의 신비를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비밀'까지 밝혀내는 쾌거를 낳은 것이 바로 '천문학의 위엄'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고작 '관측'을 했을 뿐인데, 그토록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나 놀라운 비밀을 밝혀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왜냐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선 '인간'이 직접 가서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그 사실을 '경험'하고 사실을 판단하고 결과를 내놓아야 할 텐데, 천문학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주는 광활하고 너무 커서 인간의 짧은 수명으로는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의 속도(초속 30만 킬로미터)'로도 수십 억 광년(빛의 속도로 1년 동안 간 거리)이나 멀리 떨어져 있으니 갔다가 '사실'을 확인하고 '지구'로 돌아오면 지구가 사라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수명이 이제 50억 년 남았을 뿐이고, 40억 년 뒤에는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때 쯤에는 태양이 화성까지 집어삼켜버릴 정도로 커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구는 태양속에서 불타서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웜홀'이나 '워프'를 통해서 먼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휙 갔다가 휘릭 돌아오면 가능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시공간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런 시공간을 인간의 맘대로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방법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실제로 '시공간'을 맘대로 구부리고 펴서 인간이 '원하는 장소'에 정확히 안착할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렇게 '시공간'을 움직일 에너지(원동력)는 무엇으로 얻을 것이냔 말이다. 사실 '웜홀'이니 '타임워프'니 하는 것도 결국은 수학과 물리학의 '방정식'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흔히 말하는 '이론물리학적 계산'으로는 명백하게 증명할 수 있으나, 그 방정식에 인간을 탑재한 우주선을 띄워서 원하는 장소로 보내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면적이 4제곱미터인 넓이를 구할 수 있는 '한 변의 길이'를 방정식으로 풀이하면 한 변이 2미터라는 간단한 결론을 얻긴 하지만, 방정식으로는 '또 하나의 답'이 있을 수 있다. 바로 '한 변의 -2미터'여도 우리는 면적이 4제곱미터인 넓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쾌거가 늘 '한 변이 2미터'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인간을 우주선에 태워 머나먼 우주로 실어 보낼 수 있을 텐데, 때로는 '한 변이 -2미터'인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을 우주로 보낼 수 없는 것이다. 사실 '한 변이 -2미터'인 우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증명할 방법도 없고, '한 변이 -2미터'인 우주선을 만들어 인간을 실어서 보낼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 곤란한 사실은 우리는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다보니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우주지도를 만들 수 없다. 이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세계지도 없이 탐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가 지구에서 바라보는 별빛은 이미 별의 수명이 다해서 '죽은 별'일 가능성이 높다. 밝고 크게 빛나는 별일수록 가까이 다가간다면 이미 빛을 뿜어내지 않는 '블랙홀'일 가능성도 높다. 물론 블랙홀도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착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초거대질량'을 갖고 있는 탓에 우리에게 익숙한 '시공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변수다. 더구나 블랙홀에 접근하는 순간 우리의 눈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일 것이다. 영원히 말이다. 하지만 블랙홀에 도착한 이는 '평범한 시간'이 흐를 것이다. 단지 우리가 관측할 때만 '멈춰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시공간조차 멈추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중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블랙홀에 닿는 순간,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딴에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으니, 우주의 어딘가에 무엇이라도 뿜어내는 '화이트홀'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질량보존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선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는 우리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사실 시공간조차 멈춰진 것처럼 보이는 블랙홀은 질량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빨아들일 정도로 '무거운 질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방정식 계산상으로는 블랙홀에 질량이 없어야만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만 할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방정식을 도입한 결과가 '초끈 이론'이다. 물론, 무식한 비전공자인 까닭에 '초끈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지 못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차원이 다른 셈'이다. 우리가 2차원에서 '점'으로 보이는 것이 3차원에서는 '끈의 한 단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3차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점'이 사실은 '끈'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선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끌어들여야만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초끈 이론'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오늘날의 발달된 천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초끈 이론'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물론 요즘엔 '초끈 이론'도 시들해진 모양이다. 곧이어 새로운 방정식의 결과로 '색다른 우주'가 펼쳐질 것이란 징조이기도 하다.
물론, 복잡한 방정식을 이해해야만 우주의 신비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걸 몰라도 우리는 '천문학'을 쉽고 재미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이렇게나 신비로운 우주와 관련된 '음모론'에 빠져들어 잘못된 천문학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바로 '외계인의 침공'이나 'UFO에 관한 각국 정부의 음모론'에 심취해서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이런 음모론은 왕왕 '사이비 종교'와 결탁해서 잘못된 신앙을 전파하는데 악용되기도 한다. 과거에 '점성술'이 그랬다. 단순히 심심풀이로 운세를 점치는 용도에서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의 운명'이 별자리에 영향을 받아서 '결정된다'는 그릇된 맹신으로 심화되기도 하고, '한 국가의 명운'마저 하늘에 떠 있는 별과 있을 지 없을지 모를 '외계인'까지 연루시켜서 지구의 종말을 꾀하는 일은 결코 외계인의 소행이 아니다. 그런 일은 '사기꾼의 꾐'일 뿐이다. 단언컨대, 한 사람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할 대상이지 '별자리'가 정해주지 않는다. 광활한 우주공간에 우리만 '존재'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또 다른 존재'가 있다하더라도 지구를 침공할 일은 결단코 없다. 왜냐면 우리가 지닌 고도의 지능으로도 먼 우주를 여행하지 못하는데, 지구까지 도달할 '외계 생명체'가 있다손치더라도 지구는 탐날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하찮은 행성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지구를 침공까지 할 외계인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탐내서 침략할 '멍청한 외계인'이라면 지구까지 도달할 우주선을 만들 수도 없을 것이며, 그런 우주선을 만들 정도로 '초초초고도의 지능'을 갖추고 있다면 지구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자원을 다 얻을 수 있을 것이기에 결코 지구는 탐나는 행성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외계인의 침공' 따윈 그저 공상과학의 소잿거리일 뿐이니 걱정 붙들어매도 상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구나 종교와 결탁한 '사이비 과학'은 말할 것도 없다. <성경>에 온갖 만물을 만드신 하느님도 자신의 형상을 본떠서 '인간'을 만들며 온갖 것의 '주인'이 되라 하셨으니, 그 하느님이 만든 세상의 일부에 '외계인'이 있다하더라도 그 존재가 감히 '하느님의 형상'과 닮은 인간을 해치려 할 까닭이 없을 것이고, 설령 그 외계인이 '하느님'을 믿지 않고 몰라서 굳이 지구침공을 결심했다고 한다면 '<성경>, 그 자체'가 헛된 것이니 그런 '거짓 종교'에 심취해서 삶을 망칠 까닭이 없단 말이다. 종교는 인간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고 가르칠 뿐이다. 그런데 그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구를 공격하고, 무엇을 배척하라 하며, '특정 인물'에게 절대복종하라고 강요한다면, 그건 절대로 '종교'가 아닌 것이다. 그런 '사이비 종교'에 절대로 발도 들이지 말지어다. 더구나 '천문학'을 더럽히는 '가짜 종교'가 있다면 '과학의 이름'으로 준엄하게 꾸짖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과학 공부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