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 15 미생 (리커버 에디션) 15
윤태호 지음 / 더오리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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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IX / 더오리진 2번째 리뷰] 원 인터내셔널 회사에 재직중인 안영이가 '대리'로 승진을 했다. 장그래, 장백기, 한석율과 함께 원 인터 입사동기였는데, 장그래는 계약직 만료와 함께 퇴사한 뒤에 '온길 인터내셔널'이라는 중소기업의 창단멤버로 재취업을 했고, 남아 있던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승진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다른 무역상사에서 경력을 쌓았기에 입사하면서부터 남다른 실력을 뽐내던 터라 그녀의 승진은 오히려 늦은 감이 따를 정도였다. 그러나 거기에도 속사정이 있었는데 안영이의 상사였던 '조명준 대리'가 안영이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공을 채가는 바람에 승진기회를 날려버렸던 것이다. 그랬던 상사가 음으로, 양으로 후임인 안영이의 '인사고과'를 챙겨주었고, 그 덕분(?)에 안영이가 입사동기들보다 앞서서 대리 승진을 하게 된 사연이다.

그러나 동기들의 축하를 받기도 전에 '장백기(철강팀)'는 인사고과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실적도 챙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중국발 철강 이슈가 원 인터를 비롯해서 대한민국 철강무역에 차질을 끼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인터 같은 '대기업'조차 철강수출입에 곤란을 겪게 된 것이다. 중국이 원자재인 '철강수출'을 금지하고 자국의 철강산업을 위해 '(중국)내수용'으로만 원자재를 활용하겠다는 일방적인 발표 때문에 장백기가 속한 철강팀도 결국은 '해체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장백기는 그간 쌓아온 실적이 날아가버리는 '악재'였고, 인사고과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상사의 진급'을 위해서 희생(?)하고 말았으니,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준 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원 인터조차 '철강팀 해체'를 결정하자 장백기와 '강해준 대리'는 졸지에 다른 부서(영업3팀)로 발령이 나버리고, 그간 쌓아온 커리어조차 싹 날라가버리는 처지에 놓인다.

한편, 장그래가 몸 담고 있는 '온길 인터'도 송일무역과 합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중국발 리스크'로 인한 철강사업 악재를 겪게 된다. 대기업인 원 인터조차 철강팀을 해체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는데, 그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온길 인터가 어찌 버틸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 바람에 '중국통'으로 온길 인터의 창업멤버로 합류한 '김동수 전무'가 할 일이 없어지게 된다. 그동안 중국과 연관된 사업은 김 전무가 도맡았는데, 중국이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자 그가 추진해오던 사업 전체가 '올스톱'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중국발 악재로 인해 관련 사업을 해오던 한국의 사업장들이 덩달아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처지가 되었는데, 김 전무는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무역을 계속 이어가자고 주장한다. 그동안 중국에 뇌물(꽌시)을 퍼주며 공을 들인 것이 얼마인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사업을 접는 것은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김 전무의 주장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것은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바이블'처럼 통용되는 원칙이고, 중국사업의 특징상 '꽌시'로 엮인 사업은 중도하차하는 순간 '배신(?)'을 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사업'에서 손익을 따지며 발을 빼는 것은 영구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꽌시'의 긍정적인 면은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사업을 끊지 않고 버티면, 호재 상황을 맞아서 상상을 초월하는 이득을 보장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중국에 '라면'을 팔겠다고 사업을 벌였는데 중국인들이 '인스턴트 라면'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의 매운 맛'을 별로 좋아하는 식감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출이 바닥을 찍고 있었다. 그렇게 매달 적자를 안고서 사업을 이어가던 중에 중국에 전염병(사스)이 돌면서 외국기업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탈출러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위기속에 한국의 한 라면회사가 '중국이 겪는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중국인들에게 '라면'을 공급하며, 함께 위기극복에 나섰다. 몇 년 뒤, 중국은 전염병을 극복했고, 함께 위기극복에 동참했던 '한국라면 회사'에 고마움을 표하며 '라면 소비'에 앞장 섰다. 그렇게 중국인들이 '한국라면'을 먹기 시작했고, 하루에 1봉씩만 먹어줘도 14억 인구에 비례해서 14억 봉지를 판매하는 호황을 맞게 되었다. 한 달이면 400억 봉지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래서 중국에서는 '꽌시'가 통용되는 것이다. 단순히 '뇌물'이 아닌 '믿음에 대한 보답(보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것이다. 이렇게나 큰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사업이다보니 '중국통'이라면 중국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셈이다.

허나 '온길 인터'의 김부련 사장과 오상식 부장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들은 작아도 '확실한 이익'을 차곡차곡 챙기며 '탄탄한 사업'을 선호한다. 사업상 '신뢰'가 바탕을 이루는 것도 비일비재하지만, 그 신뢰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사업을 접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렇게 탄탄한 사업으로 다지게 되면 '온길 인터'가 벌이는 사업마다 결코 망치지 않는 사업을 한다는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키워나간다면 회사는 성장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성공하는 사업'을 한다는 짜릿함까지 얻을 수 있기에 일 할 맛이 나는 회사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원 인터 시절의 영업3팀은 바로 그런 팀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하기 싫어하는' 일에 매달리며, 실적도 형편 없고, 인사고과도 엉망진창이었지만, 오 과장과 김동식 대리, 그리고 장그래 사원은 '하는 일'마다 최선을 다했고, 어렵게 성공한 만큼 기쁨도 몇 배가 더 컸던 것이다. 이런 기쁨은 나중에 합류했던 '천관웅 과장'도 함께 맛보았다.

천 과장은 영업3팀이 앞서 벌였던 '요르단 중고차 사업'에서 비리를 적발한 뒤에 합류한 팀원이었다. 그의 주목적은 '영업3팀의 고과'가 아니라 '영업3팀을 감시'하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왜냐면 그 요르단 사업 비리를 걷어내니 그 꼭대기에 '최영후 전무'가 함께 엮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뛰어난 영업사원으로 실력파였고, 수완 좋게도 '고속 승진'을 하며 전무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시 오상식 대리의 직속상사 시절에 '계약직 여사원의 교통사고 사망'과 관련하여 비정한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본 뒤에 최영후 전무와 오상식 과장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영후 전무'가 엮어 있는 사업에 '비리연루'가 있다며 사내고발을 한 셈이니 불편했던 것이다. 당시 최영후 전무는 '원 인터 사장'과 힘겨루기를 하던 중이었기에 이 비리 사건은 타격이 컸던 셈이다. 그렇게 천 과장이 '전무의 사람'으로 발탁이 되어 영업3팀을 감시(?)하러 왔는데, 오히려 영업3팀의 일하는 방식에 휩쓸려서 '일할 맛'을 되찾은 셈이기도 하다. 사실 천 과장도 신명나는 일 중독자였지만, 이팀 저팀 떠돌아 다닌 덕분에 '인사고과'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저 월급쟁이로 버티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토록 신명나게 일하던 영업3팀 멤버들이 '사내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하나둘 짤려 나가자(장그래 계약만료, 오 차장 명예퇴직, 김 대리 퇴사) 다시 재미없는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런 상황에 새로운 '영업3팀 멤버'로 해체된 철강팀의 멤버(강 대리, 장백기 사원)가 합류하게 되었다. 천 과장으로서는 백만 대군을 얻은 장수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천 과장은 '온길 인터'와 함께 벌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다시금 신명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젠 오 차장의 부하직원이 아닌 오 부장과 당당한 사업파트너로서 말이다.

그런데 장백기는 고민에 빠진다. 사실 장백기는 장그래를 부러워하면서도 시기와 질투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명문대 출신에, '정사원'인데 반해, 장그래는 고졸 출신에, '계약직'인데 누구나 싫어했던 '영업3팀'에 속해서 규모가 큰 사업도 성공하고, 사내 비리도 척척 밝혀내며, 주위 직원들 사이에서도 '아이디어맨'으로 인정을 받아 '(사업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등 여러 모로 자신보다 훨씬 실력을 '인정'을 받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철강팀'에 속한 자신은 다른 팀에 비해 실적을 뽐낼 수도 없고, 그저 묵묵히 실수와 차질이 없는 '안정된 사업'만을 하는 스타일로 일을 하는 팀원으로서 제 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없는 처지를 한탄해왔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입사동료인 '안영이'는 대리로 승진했고, '장그래'는 중소기업이지만 여전히 실력을 뽐내는 일을 하며 부러운 삶(!)을 질투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속했던 '철강팀'마저 중국발 악재로 인해 공중분해 되면서 장그래가 일하던 '영업3팀'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 못내 속상했던 것이다. 그래서 장백기는 고민 끝에 천 과장과 함께 일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팀'으로 재발령을 요청하려고 한다.

한편, 천 과장도 다른 팀으로 가려는 장백기에게 고마움을 먼저 표한다. 왜냐면 그럴 정도로 '깊은 고민'을 했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 과장으로서는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장백기 같은 뛰어난 인재를 놓치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천 과장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꼭 필요한 인재인 장백기를 잡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 사업을 재고하며 반드시 성공해 보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진행을 해오던 와중에 천 과장은 아내에게 '새로운 사업'을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히며, 그로 인해 가정에 닥칠지도 모를 '리스크'가 있으니 자신의 결정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때 아내로부터 되돌아온 말은 '오 차장과 함께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때 남편의 모습은 힘든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쁜 모습이었다면서 말이다. 그러다 오 차장이 회사를 떠나자 다시 '고달픈 월급쟁이'로 되돌아가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시 그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겠다니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아내는 말한다. 그런데 그때 당신을 신명나게 만들었던 '당신과 전혀 다른 사업 스타일을 갖고 있던 동료'는 찾은 것이냐는 물음에 천 과장은 놀라고 만다. 계약직 신입사원 주제에 사업의 '판'을 흔들던 당차다 못해 건방진 동료가 지금 천 과장, 아니 '천관웅 차장'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과연 장백기에게서 '장그래'와 같은 패기 넘치는 일처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해답은 '다음 편'에서 밝혀질 것이다.

<미생>의 재미는 에피소드에서 드러난 '전체 맥락'를 조망할 수 있을 때다. 그래서 '전체 줄거리'를 숙지할 필요가 있고, 각각의 캐릭터를 전부 다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바둑에서 벌이는 싸움처럼 말이다. 분명 '각개전투'는 네 개의 귀와 네 개의 변에서 벌어지지만 그 싸움의 끝은 언제나 '중앙의 집'을 얼마나 차지하느냐로 승패가 갈라지곤 한다. 옛날 바둑스타일은 '중앙'에서 싸우면서 '변방'을 어떻게 차지하느냐로 승부가 나곤 했지만, 중앙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는 변방에서 세를 불려가는 것이 더 많은 집을 차지하고, 더 적은 수로 '확실한 집'을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보니 '현대 바둑스타일'은 중앙의 싸움을 먼저 거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바둑의 전투는 늘 '귀퉁이'에서 먼저 벌이게 되고, 그 전투는 늘 '따로따로' 벌이다 결국 '바둑판 전체'로 귀결되는 식이다. 그렇기에 <미생>에서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들'은 모두 각자스타일대로 나름의 전투를 벌이다 결국 '동료'와 함께 싸우게 되고, 끝내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건곤일척을 내던지는 형국으로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바둑'은 승패가 분명하지만 '인생'에서 승패는 불분명하다. 누가 성공한 삶인지, 실패한 삶인지는 '죽음 이후'에나 계가(집 계산)하는 법이다. <미생>에서도 어느 캐릭터가 최고로 성공하게 될지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계산이 바로 설 것이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말이다. 극중의 장백기도 장그래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을 멈추고 '정당한 라이벌이자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는 순간부터, 제 실력을 뽐내는 무서운 '실력자'로 거듭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장백기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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