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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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DCCCI / 21세기북스 26번째 리뷰] 우리는 '감정'보다 '이성'에 충실한 삶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이성적인 사람이 되라고 충고하는 서적이 넘쳐나고, 반대로 감정적인 사람은 마음을 잘 다스려서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훈련해야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된다고 가르치기 일쑤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을 억제하고 매사에 이성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이 책은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때론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성공'이 먼저냐? '행복'이 우선이냐? 를 놓고 고민한다. 딴에는 성공한 삶이 행복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귀결을 맺기도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만큼 성공했다고해서 모두가 다 행복한 것은 아닌 것을 보면 '정답'은 아닌 것도 같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살아가니 성공하는 것일까? 이때의 성공은 남들이 인정할 만큼 큰 성공은 아닌 듯한 느낌이 쎄다. 이때 '성공비결'은 과연 이성적인 삶일까? 아니면 감정적인 삶일까? 이런 이야기들을 좀 풀어보자.

우리는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는 것을 '감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비이성적인 행동'이라며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뻐도 크게 기뻐하지 않고 슬퍼도 슬픔을 참아야 칭찬을 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운다. 이와 반대로 기쁠 때 크게 기뻐하고 슬플 때 엉엉 울음을 터트리면 성숙하지 못하고 어른답지 못하다면서 핀잔을 주기 일쑤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분위기는 점점 '이성적인 사회'로 굳어져 간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는 답답하지 않은가 말이다.

한편, 이런 답답한 사회분위기로 인해서 '차별'을 양산하기도 한다. 즉, 이성적인 사람과 감정적인 사람으로 나누어 후자쪽을 '비이성적인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뚜렷해진 탓이다. 더구나 이런 갑갑한 사회분위기가 '남녀차별'까지 조장하고 있으니 문제가 된다. 이를 테면, 이성적인 사회분위기를 '남자'에겐 강요하고, '여자'에겐 관대(?)하면서 남자는 반드시 '이성적'이어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여자는 감정에 충실해도 괜찮다면서 은근히 '비이성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뚜렷한 문제다. 물론 남자인데도 '감정적인 사람'이라면 사회적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고, 여자인데도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극찬을 아끼지 않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래저래 우리 사회는 '이성적인 사람'을 편들고, '감정적인 사람'을 배격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이성적인 사람'이 감정적인 사람보다 더 행복할까? 이에 관한 연구결과는 놀랍게도 '감정표현'에 솔직한 사람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더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단다. 오히려 '감정억제'를 하면 할수록 행복지수는 현저히 떨어졌으며, 이성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은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 수명도 짧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래도 우리 사회가 '이성적'이어야만 할까?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사람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우리는 '감정'에 충실한 사람을 벽안시하며 바라보아선 안 된다. 되려, 더 행복하고, 더 장수할 가능성이 높으니 부러워해야 마땅할 것이다.

이는 사회분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정적인 사회분위기가 더 긍정적이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나라 사람을 두고서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 하지 않은가. 수천 년 전부터 노래와 춤을 즐기는 풍습을 갖추고 있다고 말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떼창 문화'로 콘서트의 흥을 돋우고, 스포츠 '응원 문화'도 신명나서 전세계가 부러워하지 않느냔 말이다. 그렇게 즐길 줄 아는 사회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을 단련시키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너무 흥이 넘쳐나서 나름의 '중용'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일까? 어쨌든 우리 사회분위기의 긴장감을 좀 낮추고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까닭은 바로 '성공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일 것이다. 성공할 수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할 '동기'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성공을 보장하는 지침서'들이 한결같이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에 충만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자기계발서>에는 즐거움 마음을 갖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면 '성공의 길'로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조언하는 내용도 덧붙이고 있지만, 그렇게 즐기기에 앞서 엄청난 '부의 성공'을 이루어야 할 것이기에 '즐기는 삶'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생활습관으로 자리매김하라고 당부하기 일쑤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마시멜로 이야기>,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 등등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한결같이 다 그모양 그꼴이다. 심지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원칙>, 워랜 버핏, 잭 웰치 등등 부자들의 생활습관 따위가 적혀 있는 책들에서도 '성공'하려면 감정적이지 말고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성공을 했다고 치자. 그게 과연 행복한 삶인가 말이다. 통계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결과를 내놓지만, 행복이 부와 '정비례'하지는 않다는 보고도 빠지지 않고 덧붙여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약간 풍족한 삶을 살고 여유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지, 최상위권의 부자들이 가난뱅이보다 덜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차고도 넘친다. 돈 많은 재벌집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영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없이 모두를 적으로 삼고 의심부터 하는 일상을 살아가며, 부모형제가 죽기라도 하면 '상속'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남남처럼 법정다툼을 벌이곤 한다. 이런 삶이 과연 행복하겠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성적인 사회분위기를 '옳게' 보고, 감정적인 사람을 '그르게'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왜 부자만 인생을 즐기며 살 것인가? 금전적으로 조금 부족한 듯 해도 감정적으로 풍족하게 살면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지 않은가. 너무 감정에 충실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억누르며 살 필요도 없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감정에 충실하고 충만한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 또한 거두어야 한다. 너무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에겐 어깨를 쪼물락쪼물락하면서 긴강을 풀고 살라고 충고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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