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시즌2 : 14 (리커버 에디션) 미생 (리커버 에디션) 14
윤태호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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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시즌2 14>  윤태호 / 더오리진 (2019)

[My Review MDCCC / 더오리진 1번째 리뷰] 내가 <미생>을 처음 만난 건 2015년이었다. 드라마를 먼저 접했고, 시청을 다 한 뒤에는 'N차 시청'을 거듭하다 '원작 만화'까지 직접 구매해서 탐독을 했더랬다. 과연 <미생>의 무엇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일까? 무엇보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아주 잘 표현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사회생활의 첫 발을 '97년 IMF'로 시작했더랬다. 그랬던 탓에 '정규직'을 꿈꾸며 알바 느낌으로 시작했던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직장이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더랬다. 그렇게 꼬박 8년 동안 일을 하다 더는 비젼을 기대할 수 없이 30대 초반에 비정규직을 때려치우고 '공부방'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치는 논술쌤이 되었더랬다. 그렇게 쭉 아이들을 가르칠 것으로 기대했건만, '코로나 팬데믹(2020)'이 덮치자 공부장 사업마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를 해서 투잡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이런 '나의 삶'이 <미생>이라는 프리즘을 투과하니 화려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저 '흙수저의 그림자' 마냥 투박하게 비춰보일 뿐이었다. 물론 내 인생이 초라하다고 슬퍼하거나 우울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구나 싶어서 대견(?)해 할 뿐이다.

<미생>의 장그래는 누구나 겪었을 '인생의 고비'를 넘어 '잔혹하고 냉혹한 현실'을 더욱 잘 드러나게 해주는 캐릭터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으나 그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남들보다 몇 배나 더 고생을 하는 역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장그래 같은 인재는 '무한경쟁사회'가 낳은 안타까운 비극이다. <미생>을 본 분들은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세상엔 장그래 같은 인재가 넘쳐나는데도, 그 '인재'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비정한 사회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대기업 정규직에 뽑혔다고해서 제대로 된 인재이고, 대기업 인사채용에 탈락했다고해서 쓸모없는 사람이란 말인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그렇다면 '채용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한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채용방식으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재들을 선출하고, 채용해서 잘 부려먹고 있다. 다만, 아직 고용받지 못한 이들은 채용이 될 때까지 실력과 스펙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똑같이 채용'되고,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차별'을 두는 '정규직/비정규직'을 두는 것이 문제다. 기왕 뽑았으면 '똑같이 대우'를 해주면 좋을 것을, 비정규직은 실컷 부려먹다가 '계약기간'이 만료가 되는 순간 내쳐버리고 만다. 계약이 짧은 만큼 뭘 더 챙겨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서럽게 만드냔 말이다. 그렇게 서럽게 만들 거면 '업무'까지 차별을 두어 어렵고 힘든 일은 '정규직' 시키고, 쉽고 하찮은 일은 '비정규직'에게 시키면 될 것을, 결국엔 온갖 차별을 하면서도 하는 일은 '비정규직'에게 더 많이 전가하고 만다. 어차피 '쓰다 버릴 용도(?)'로 뽑았다면서 하기 힘들고, 하기 어렵고, 하기 더러운 일감은 오로지 '비정규직의 몫'으로 떠넘기고 만다. 그래서 대기업에 취직한 장그래도 처음엔 개고생을 한다. 오상식 차장과 김동식 대리라는 멋진 직장동료와 한 팀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미생 시즌2 14>의 내용은 그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던 '영업3팀의 멤버'가 고스란히 자리를 옮겨 '온길 인터내셔널'이란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것들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을 연출하며 '한그루'라는 사원이 합류하게 되는 에피소드다. 한그루는 온길 인터내셔널와 거래를 하던 '송일무역'이라는 가족회사의 대리였는데, 한그루의 아버지이자 사장이 쓰러지면서 사업을 정리하고 '온길'과 인수합병하면서 새식구로 맞이하였다. 앞으로 벌어질 에피소드는 장그래와 여러 모로 닮은 한그루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생>에서는 허투루 에피소드를 다루는 법이 없다. 가족회사의 성격을 띠었다고하지만 '송일무역'도 엄연한 회사다. 그런 회사가 '오너'가 쓰러지는 바람에 경영에 문제가 생겼고, 거래처였던 '온길 인터내셔널'에 인수합병된 일은 아주 흔한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깊이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왜냐면 '오상식 부장'이 있기 때문이다. <미생>을 본 분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본다. 자신에게도 '오상식'과 같은 직장상사와 함께 일을 했더라면 신 나고 즐겁게 직장생활을 했을 거라고 말이다. 일에 대해서 철두철미하지만 인간미가 넘쳐나서 모든 일을 '맛깔'나게 할 줄 아는 상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상식과 함께라면 힘든 일도 힘든 줄 모르고, 어려운 일도 함께 헤쳐나가며, 하는 일마다 보람차다고 느끼며 즐겁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상식 차장이 활약하던 '시즌 1'이 아닌 오상식 부장과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시즌 2'는 이야기가 살짝 다르다. 시즌 1에서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대기업 차장이었기에 일의 규모와 성과가 매우 크고 시원시원했지만, 시즌 2에서는 '중소기업'으로 축소되어 천하의 오상식 부장이 하는 일이라도 자잘한 스케일의 업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업규모도 현저히 작아져서 '하루 벌어서 하루를 더 연명하는' 중소기업의 애환이 시즌 2를 지배하고 있어서 살짝 우울한 느낌이 더 짙어져버렸다. 그렇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길과 거래하던 송일무역을 인수합병하는 '리스크(위험요소)'까지 떠안아 버렸다. 앞으로의 에피소드는 희망적일까? 아님 절망적일까?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장그래와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여지는 '한그루의 등장'은 온길에 한가닥 희망으로 다가오는 듯 싶다. 왜냐면 <미생>에는 '바둑'이라는 요소를 접목시켰기에 앞선 내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룬 대국은 99년 초에 벌어졌던 '제3회 삼성화재배 결승 5번기 제5국'으로 중국의 마샤오춘 9단(백) vs 한국의 이창호 9단(흑)이 벌인 대국이다. 그 가운데 14권에서 다룬 대목은 '77수부터 94수까지'다. 이 과정에서 마샤오춘은 네 귀와 중앙까지 모두 '백집'으로 만들어 초반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지만 84수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고, 이어서 두었던 이창호의 85수가 '결정적 한 방'이 되어 바둑판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드디어 대역전승이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일 뿐, 아직 헤쳐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대역전극이 늘 그렇듯 '한수 한수'가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질 것이고, 온길 인터내셔널에 새로 입사한 '한그루의 활약'도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내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리퀄'에서는 오상식의 원 인터 사원시절의 이야기를 다뤘다. 특별히 '사석(死石)'이라는 제목을 다뤘는데, 오상식의 직장상사였던 송과장의 죽음을 다뤘기 때문이다. 송과장은 무척이나 일에 열심이었고 '애사심'도 투철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송과장이 '과로'로 쓰러져서 죽고 만 것이다. 송과장의 가족은 오열했고 송과장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슬픔에 빠졌는데, 회사에서는 '산재처리'를 급히 서두르려다 그만 큰 실례를 범하고 만다. 회사업무를 하다 사망했으니 당연히 회사가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겠으나 '사망장소'가 직장 안이 아니라 퇴근시간이 훌쩍 넘은 '외근중'이었던 관계로 회사가 책임회피를 하려는 내용을 다룬 것이다. 지금이야 '출근길'이나 '퇴근길', 그리고 '회식'까지도 정상적인 근무로 인정을 받아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해주고 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회사 '안'에서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면피'를 하기 위해 별의별 꼼수를 다 부리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아무리 기업의 최대목표가 '이윤추구'라고는 하지만, 결국엔 그 이윤을 벌어다주는 것은 '사람'이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번듯한 회사마저도 이윤(또는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물건'처럼 쓰다가 소용이 없어지면 폐기처분하는 비정한 짓을 저지르곤 했다. 앞서 '비정규직의 설움'도 매한가지다. 한 사람의 몫이 아쉬워서 고용했으면서도 필요 없어지면 '해고'해버리고, 회사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편한대로 '사람'을 처리해버리고 만다. 솔직히 말해 월급을 조금 덜 주는 것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사람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은 치욕스럽기 짝이 없다. 왜 사람을 '사람대접' 해주지 않느냔 말이다.

<미생>은 이처럼 '사람대접'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의 눈물을 이해해주는 명작이다.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대신 외쳐주는 걸작이기도 하고 말이다. '시즌 2 15권'에서는 어떤 사연으로 감동을 전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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