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3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미노루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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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XCIII / 넥서스friends 3번째 리뷰] 작가인 히로시마 레이코가 앞서 밝혔듯이 이 책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는 애초에 성인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었다. 그랬던 것이 출판사의 요구에 따라 '어린이책'으로 재구성하는 바람에 과도한 폭력이나 살해, 그리고 선정적인 대목 들이 대폭 수정되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읽다보면 묘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마저 들곤 한다. 어차피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괴'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괴'는 무엇일까? 일본의 요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그야말로 '애니미즘의 확장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반면에 중국의 요괴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은 <산해경>에 자세히 나와 있고, 대표작으로는 손오공이 등장하는 <서유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요괴는 언뜻 떠오르는 것이 그닥 없다. 대표적으로는 '구미호'와 '도깨비'가 있으나 귀신을 다룬 민담이나 설화의 수에 비해서 '요괴에 관한 이야기', 다시 말해 '요사스럽고 괴상한 이야기'는 상당히 적다. 그 적은 수마저 '불교에 관한 전래 이야기'나 '은혜 갚은 까치 / 두꺼비 / 호랑이' 등등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태반이라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귀신(원혼) 이야기'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그에 반해 일본 요괴가 등장하는 괴담은 너무나도 흔해서 '전래한 것'인지, 아님 '새로 창작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특히나 일본 요괴가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쉬이 사람의 목숨을 해치고,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하며, 너무나도 적나라한 성애 장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컬트(신비주의)'나 '그로테스크(기괴함)'를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니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 가운데 이 책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는 귀여운(?) 요괴들이 등장하는 관계로 '2030 여성독자'들이 즐겨 읽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레이코의 히트작인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의 인기가 원인인 듯 싶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번 책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담았다. 이제 막 사랑에 눈뜬 '화사족(뱀 요괴)의 공주'가 이야기의 문을 열었고, 자식을 너무도 사랑한 엄마의 죽음을 초월한 염원을 담은 이야기와 누나(요괴이긴 하지만 가족이 있다)의 행복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남매의 사랑(형제애)까지 말이다. 결국 요괴라는 것도 인간이 죽어서 새롭게 생을 이어가는 존재이고, 비록 사물에서 비롯된 요괴일지라도 '살아있던 생물의 강한 염원'이 담겨서 탄생한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생명체'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실제로 살아가는 생명보다 월등히 '오랜 세월'을 누리며 살기 때문에 그 힘이 축척되어 엄청난 힘을 가진 것으로 설정되어서 '현실세계의 생명'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이를 테면 '천년 묵은 여우'가 재주를 넘으면 사람으로 변신하여 이성을 유혹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런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요괴가 '인간처럼' 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기 딱 좋은 것이다. 그래서 요괴가 인간처럼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서 '판타지'를 펼쳐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된다. 이는 '일본 요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어느 나라의 요괴 이야기(다시 말해, '기묘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판타지 세계관'을 만드는데 성공하고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갖추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암튼,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이 책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를 즐기는 색다른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먼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요괴'인 화사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 책에 '한자'를 병기하지 않았기에 '이름'에 담긴 정확한 뜻을 유추하기 살짝 힘들긴 하지만, 화사족은 분명 '꽃뱀'이나 '꽃처럼 아름다운 뱀'을 이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요괴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는 특징이 있단다. 한마디로 사랑에 눈 뜨지 못하면 평생 '어린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사족 요괴는 '부부사이'가 좋지 않기로도 유명하단다. 뭔가 감이 오지 않은가? 분명 '사랑'을 해서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요괴 부부일텐데,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게 '부부사이'는 냉랭하다 못해 평생 말 한마디 섞지 않고 '남남처럼' 살아가는 요괴라니, 분명 사랑을 하긴 하되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도 못하고 어른이 되어 '부부의 연'까지 맺은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나이가 꽤 찼음에도 여전히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하쓰네라는 화사족 공주가 등장하는데, 이 요괴의 특기는 얼굴이 잘생긴 요괴만 만나면 '결혼'을 하자고 조르는 인물로 등장한다. 주위에서는 이런 하쓰네의 서툰 행동을 보고 충고를 하지만, 화사족 요괴답게 하쓰네는 '아름다운 자신'과 잘 어울리는 미남 요괴가 아니면 제대로 된 짝을 이룰 수 없다며 고집을 피운다. 그러다 운 좋게 외모가 출중한 요괴를 만나면 어김없이 '사랑고백'을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첫만남부터 "당신 정도의 미모라면 나랑 어울려요. 나랑 결혼하지 않을래요?"라고 말하는 예쁘장한 미소녀 요괴의 말에 "그럽시다"라고 말할 멍청한 요괴가 있을리 만무하다. 사랑은 '외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잘생김'과 '예쁘장'으로 잘 버무린 남녀 배우가 등장해서 운명적인 사랑을 '연기'한다. 그들은 꽃 같은 외모로 가슴 절절한 사랑을 그리다가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해피한 대단원'으로 막을 내리곤 한다. 시청자들은 이런 '러브스토리'에 열광하며, 그렇게 열연한 두 남녀가 '현실세계'에서도 부부의 연을 맺는 경우도 참 많다. 남들이 보기에는 '천생연분'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드라마속의 연인이 끝내 '파경'을 맞아 둘로 갈라서는 일이 흔하다는 것 또한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왜 그처럼 아름다운 연인들이 끝내 헤어지고 마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성격차이'라고 한다. 연애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실제 성격'과 '현실적인 본심'이 드러나면서 잘 포장되었던 '내면의 욕망'이 서로 잘 어울리지 않다보면 으레 헤어짐을 맞이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애중에 '솔직함'을 드러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단점을 감싸줄 여력이 생겼을 때, 비로소 진실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하쓰네는 잘생긴 요괴만 만나면 다짜고짜 "당신은 나와 운명적인 사랑을 나눌 '자격'을 갖췄어요. 어서 빨리 나랑 사랑을 하자구요"라고 말할 뿐이다. 이렇게나 뜬금없는 고백에 잘생긴 요괴남들은 하나 같이 하쓰네와 '상종'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나 사랑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이와 사귀면 골치 아픈 일만 가득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초보 사랑꾼' 하쓰네 앞에 그럭저럭 잘생긴 '인간남'이 등장한다. 그와 이런 저런 일을 겪다보니 하쓰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숙한 여인의 자태'를 뽐내는 요괴로 거듭나게 되는데, 느닷없는 변신에 깜짝 놀란 하쓰네는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배워나가게 된다. 과연 요괴와 인간의 '종의 장벽'을 넘어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까? 참고로 하쓰네에겐 '첫사랑'인 셈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자식을 향한 넘치는 사랑 때문에 '죽음'마저 초월해버린 엄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 세상 어느 엄마라도 '자식의 죽음'을 앞에 두고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다. 이를 흔히 '모성애'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사랑이 도를 지나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그 넘치는 모성애는 십중팔구 자식에게 크나큰 화를 끼치게 될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사랑'하기에 딱 알맞게 조절하기 힘든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여기에 '안텐'이라는 아이가 있다. 안텐은 깊은 산속에서 홀로 지내는 외로운 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안텐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지른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어김없이 큰 사고를 당하거나 죽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저주 받은 아이', '어둠을 몰고 다니는 아이'라는 험한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안텐도 영문을 알 수 없기에 무어라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안텐은 어린 나이에 집에서 쫓겨나 깊은 산속 사찰에 맡겨지게 되지만, 사찰에 살고 있단 주지스님과 두 명의 동자승도 결국 '안텐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거나 죽기 전에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안텐은 깊은 산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지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안텐이 이렇게나 저주스런 삶을 살게 된 까닭이 밝혀지자 안텐은 괴로워하게 된다.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병약한 탓에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운명이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안텐의 엄마'가 자식을 대신해서 죽음을 맞이하고 안텐은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안텐의 엄마는 죽어서도 '안텐의 수호령'이 되어 자기 자식을 지켜주었다. 그런데 너무 잘 지켜줬던 탓일까? 안텐의 엄마는 점점 안텐을 '과보호'하게 되었고, 끝내는 '안텐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안텐에게 조금이라도 해코지를 하면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안텐은 '저주 받은 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실제로는 안텐이 아닌 자식을 너무도 사랑한 엄마의 영혼이 뿜어내는 저주인데도 말이다.

  사랑이란 '서로 주고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퍼붓는 '외사랑'이나 '짝사랑'은 그래서 사랑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그런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끝이 좋지 않다. 받지는 못하고 주기만 하다보니 '적당함'을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성애'가 그런 경향이 있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게 여기지만, 그런 과한 사랑을 받은 자식은 '적당함'을 가늠하지 못하고 삐뚫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나도 사랑을 한다면 너무 뜨겁지도 않게, 반대로 너무 차갑지도 않게 적당한 '미지근한 사랑'을 해야 한다. 아직 사랑받을 '준비'가 덜 된 아기라면 더욱더 그렇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런 아기조차도 적당히..앵간히 사랑을 표현해야만 한다. 너무 과하면 '응석받이', 너무 냉정하면 '애정결핍'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은 형제애로 똘똘 무장한 남동생이 누나를 사랑할 때를 보여준다. 강력한 힘을 타고난 요괴인 남동생이 누나를 너무도 사랑한 까닭에 '누나의 남편감' 다시 말해, 매형이 될 요괴를 없애버릴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남동생의 눈으로 봤을 때 하나 뿐인 누나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을 신랑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나는 이미 사랑에 빠져서 그처럼 별볼일 없는 요괴일망정 결혼을 하게 된다. 급기야 누나의 결혼을 방해할까봐 아버지는 남동생을 가둬버리기까지 한다. 이를 어이하면 좋을까?

  형제간에 우애가 좋은 것만큼 보기 좋은 장면은 없다. 그런데 그 우애가 지독해서 서로 떨어지는 것조차 싫어지게 되면 어떡해야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근친'에 대한 터부가 굉장히 심하다. 유전과학적으로 '근친'을 하면 비슷한 유전자끼리 조합을 해서 '면역력 감소', '기형아 출산' 등등 유리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에 부적절하다면서 금지하고 있지만, 멀지 않은 과거에도 '왕가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 근친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에도막부 시절'인 이 책에서 형제간의 사랑이 지나친 설정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근친'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의외로 '브로맨스(남자끼리의 찐한 우정) 스토리'로 장식을 하며, 앞서 티격태격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맹인안마사 '센야'와 요괴봉행소의 동쪽 봉행 '쓰쿠요'의 과거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 둘의 옛 이름은 '바쿠란'과 '유키야'였다. 그리고 둘은 정말 '둘도 없는 우정'을 선보이는 절친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근친'으로 오해할 정도로 찐한 남매간의 사랑을 선보이다가 느닷없이 이야기가 선회를 하며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하면 서러워할 찐한 '브로맨스'를 펼쳐보인다. 그리고 절친이었던 친구가 하나 뿐인 누나를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바쿠란과 유키야는 철천지 원수 사이가 된다. 엄청난 대결을 벌인 끝에 누나를 되찾은 유키야는 매형이 될 남자와 누나를 서둘러서 결혼시켜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오해하며 지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니 '바쿠란의 선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스토리로 마무리하였지만, 글쎄...애초에 '성인 버전'이었다면 유키야와 누나 사이에 끈적끈적한 러브씬을 연출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이 든다. 어린 독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어른들의 사랑이야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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