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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는 하늘빛 허브 ㅣ 마법의 정원 이야기 16
안비루 야스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예림당 / 2015년 6월
평점 :
[My Review MDCCXCI / 예림당 9번째 리뷰] <마법의 정원 이야기>에는 '허브차에 대한 정보 한 토막'과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 하나'가 함께 담겨 있는 동화책이다. 하지만 '어린이용 책'은 결코 아니다. 어른이 읽어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평소 차를 즐기는 학부모라면 그저 맛과 향기만으로 차를 고르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또한 자녀가 말썽을 부리거나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것 같다면, 이 책에서 '귀띔'이 될 만한 대목을 골라 훈육 같지 않은 점잖은 훈육을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모로 유용한 책이기에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읽는 책으로 써먹어도 참 좋은 책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훈육 방법은 '가르치는 티'를 내지 않아야 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은 하나같이 '그런 티'가 팍팍 나는 점이 아쉽긴 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봐도 꼭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다양한 애니가 참 많지만, 꼭 들어가 있는 '공통요소'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일본의 언어'를 친절히(?) 가르치려 또박또박 말을 하고, 눈에 띌 정도로 반복을 한다. 둘은 '일본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 이야기와 아무 상관도 없이 등장인물들이 '온천욕'을 하고, 일본 청국장인 '나또'를 먹는 장면이 꼭 들어가고, 일본의 전통명절에 '기모노'를 입고서 예쁘다를 연발하는 장면이 거의 대부분의 일본 애니에서 등장한다. 이런 티를 팍팍내고 '반복학습'을 받듯 계속 보게 되면 자연스레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훈육에는 성격이 무던한 아이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성격이 칼 같고 예민한 아이들에겐 '훈육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마법의 정원 이야기> 같은 동화책도 고상한 취미를 가진 학부모의 취향을 그대로 자녀에게 '주입'시키고자 억지로 읽히려 들면 아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녀가 이 책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녀가 '직접' 고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책 선택법'은 여러 '학습책'을 선택할 때에도 유용한 방법이다. 주위에서 참 좋다고 권하는 책이라도 '자기'가 싫으면 좋은 책이 아닌 법이다. 그러니 책을 즐겨 읽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최대한 책과 가깝게 지내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독서교육법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직접' 선택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에는 '정보'와 '교훈'이 함께 담겨 있다. 그렇기에 '정보'를 추려내서 짤막하게 요약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고, '교훈'에 담긴 주제를 간략히 파악하는 방법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이번 책의 정보는 '블루 멜로차'라는 허브차이고, 교훈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 <파랑새>의 주제 '행복을 찾는 방법'이다. 블루 멜로차는 특별한 허브차는 아니다. 뜨겁게 마셔도 좋지만 차가운 물에도 잘 녹기 때문에 시원한 청량감을 즐길 수 있고, 목을 진정시켜주는 효능이 있기에 '모과차'처럼 마시면 좋다. 그런데 동화 <파랑새>와 블루 멜로차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파랑새>의 주제가 '행복'이니까 '블루 멜로차'를 마시면 행복한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것과 연관을 시켰을까?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다. '행복'은 우리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기에 '블루 멜로차'를 마신다고해서 행복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틸틸과 미틸이 행복을 구하러 '파랑새'를 쫓아간 것처럼 '파란색의 허브차'를 마시면 행복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과거의 발레리나'가 이번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블루'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여인은 자신의 몸과 주위의 모든 것을 '파란색'으로 물들여 버렸다. 까닭인 즉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발레를 더는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친 뒤로 그렇게나 좋아하던 발레를 할 수 없었고, 그렇게나 즐거웠던 발레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괴로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행복의 상징인 '파랑새'를 찾아 떠난 틸틸과 미틸처럼 자신의 몸에 지니는 것은 온통 '파란색'으로 바꾸었고, 자신이 머무는 주위 공간조차 모조리 '파란색'으로 꾸미게 되었다. 그래서 허브 마녀인 자렛에게 '행복해지는 허브차'를 주문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행복해지는 주문'을 받긴 했지만, 허브 마녀 자렛도 이미 알고 있다. 세상에 마시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음료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블루'가 파란색을 좋아하니 '파란색 허브차'를 찾아냈고, 그렇게 '블루 멜로차'를 블루에게 마시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파란색이 기분을 좋게 해줄 수는 있어도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름은 '치르치르와 미치르'일 것이다. 하지만 벨기에 동화인 <파랑새>의 원작에서는 '틸틸과 미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원작의 이름이 '일본 발음'을 거쳐 한국에 전해진 탓에 그동안 '치르치르와 미치르'로 불렸던 것이다. <파랑새>의 주제는 아시다시피 '행복을 전해준다는 파랑새'를 쫓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지만, 진짜 '파랑새'는 틸틸과 미틸의 집에 기르던 새였다는 것이 전체 줄거리다. 이 동화의 주제는 바로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으며, 행복은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를 통해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도로시도 오즈의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갖게 된 '동쪽마녀의 은구두'에 도로시가 소망했던 것을 해결할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애초에 이미 갖고 있었던 능력(행복)인데, 그 능력(행복)을 깨닫지 못하고 온갖 모험을 다 겪고 나서야 그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블루의 행복도 이미 블루가 갖고 있었다. 블루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발레'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한 사고로 다리를 다치자 블루는 그만 절망에 빠지고 만다. 더는 스스로 발레를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없다고 '발레'를 멀리해버린 것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발레를 '다친 다리'로는 할 수 없겠지만, 자신이 갖춘 능력으로 얼마든지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발레를 가르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깨달은 블루는 '발레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블루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교훈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렇게 유용한 정보와 유익한 교훈이 담긴 책을 즐겨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그렇게나 좋은 기분이 드는 책인데도 살짝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정보와 교훈을 익히기 위한 '짜여진 각본'이란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본 듯하고 이미 익숙해서 어딘지 모르게 살짝 진부한...물론, 너무 많은 책을 읽은 탓일 수도 있다. 어른이자 독서논술쌤이라는 '직업' 때문에 느껴지는 진부함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 '진부함'을 살짝 걷어내고 이 책 <마법의 정원 이야기> 시리즈를 읽으면 매우 유용하고 유익할 것이다. 오랜만에 시리즈를 다시 접하니 좋았다. 몇 편 더 소개해드려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