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2 - 미국 '1극 체제'의 탄생 미국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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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XXXVI / 인물과사상사 19번째 리뷰] 미국이 초강대국인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정의로운 나라일까? 미국이 하는 일은 아무런 의심할 것도 없이 믿어도 되는 걸까? '미국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이들이라면 그런 말은 함부로 입에 올리기 힘들 것이다. 물론 미국이 세계평화를 위해 앞장 서서 한 일들도 많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힌 전범국 독일을 패망시킨 것이 그렇다. 600만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독재자 히틀러를 힘으로 억눌러 제압한 것으로 '미국의 힘'은 세계평화를 지키는 상징이 되었다. 또한 냉전시대에는 공산진영의 확산을 막아내고 자유진영을 지키는 최선봉으로 자리매김하며 오늘날까지도 세계경제의 주축이 되어 경제질서를 바로 잡은 공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자 패전국이었던 '일제'에 대해서는 전범국 독일과는 사뭇 다른 결말을 지었다.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전범자들에게 혹독한 처벌을 내린 것과는 달리 일왕을 위시한 일제군국주의의 전범자들에겐 관대하다 싶을 정도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고, 수감된 몇몇 전범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석방하고서 미국을 도와 전쟁을 수행하는데 적극적으로 돕도록 조치하였다. 이로 인해 일제의 피해국이었던 한국은 해방이후에 전쟁과 분단이라는 끔찍한 처벌 아닌 처벌을 받았고, 가해국인 일본은 패망했음에도 '미국의 배려(?)'로 인해 빠르게 경제대국으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패전국'이라는 멍에마저 미국 덕분에 훌훌 벗어던지고 세계무대에 당당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미국으로부터 '면죄부'를 톡톡히 받아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도 일본이 미국의 꼬붕 역할을 충실히 하는 단초가 되긴 하지만, 미국의 꼬붕이 된 것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기에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슈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튼, 중요한 사실은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한 지위를 누리는 자리에 있으면서 도덕적, 윤리적, 인권적으로 하등 문제가 전혀 없는 범접할 수 없는 대국이 아니라 속으로 곪을대로 곪아터져서 썩어빠진 정치를 하면서도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이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악의 제국'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힘 센 나라면서 가장 도덕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텐데, 초강대국인 주제에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무한 자국이기주의'에 빠져서 약소국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조폭과도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낄 정도란 점이다.

  이는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기만 봐도 그렇다. 그가 집권하던 1980년대는 '강력한 미국'을 표방할 정도로 전세게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소비에트 연방도 경제가 흔들리자 정계까지 막바지에 내몰리며 '개혁(페레스트로이카), 개방(글라스노스트) 정책'을 추진했지만 스탈린의 폭정으로 이미 내리막을 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소련이 해체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마당에 미국과 경쟁하던 '소련의 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미국은 미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를 찾아 '적수(훗날 '악의 축'에 해당하는)'를 찾으려 애썼지만 마땅한 후보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만만한 상대를 고르기 시작했는데, 레이건이 찾은 만만한 맞수가 바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었다. 훗날 '아랍의 봄'의 여파로 내전이 발발하였고 42년간 철권통치를 해오던 무아마르 알 카다피이 사살되면서 막을 내렸던, 바로 그 '카다피'가 맞다. 분명 악독한 독재자가 맞긴 하지만 1981년 당시 리비아가 어찌 단독으로 미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란 말인가? 그럼에도 레이건은 자신의 정권 안정을 위해서 '리비아 폭격'을 강행하였다. 결과는 리비아가 변변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미국은 승리를 자축하며 공공연하게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데 성공하고 미국내의 정권안정을 꾀할 수 있었단다. 허나 이는 반쪽짜리 승리였다. '리비아 폭격'을 강행한 미국의 편을 든 나라는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세 나라 뿐이었고, 제3세계 국가들을 비롯한 95개국의 나라가 '반미주의의 깃발'을 높이 드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기회만 된다면 '미국의 힘'에 편승하는 각 나라 '친미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일을 일삼았다. 설령 '친미정권'의 지도자가 그 나라의 독재자라고 할지라도 '친미정책'을 유지하는데 앞장서기만 한다면 아무 상관도 없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한민국의 전두환 등등 이들이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그 나라의 국민들을 학살하는 일에는 눈을 감고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할 것만을 바라며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하긴 미국내부의 '인종차별'도 자국의 백인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행하는 것을 보면 의아해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미국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에 어김없이 내세우는 명분이 '인권탄압' 아니었던가? 힘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를 '악의 축'으로 삼고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의 모습과는 사뭇 상반된 모습 아닌가? 그토록 '인권보호'에 앞장 설 요량이면 자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빈곤한 계층이 죽지 못해 들고 일어난 시위들에게 '폭도'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면서 강경진압하지 말고,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마땅한 것 아닌가? 도대체 어느 것이 미국의 진면목이란 말인가?

  <미국사 산책>을 통해 미국을 주욱 살펴보니, 미국이란 나라는 기승전 '자국이익'으로 결말을 맺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모든 나라가 '자국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니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이 '자국이익'에 목을 매다는 모습을 펼치면 전세계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쳤는지도 이제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초강대국인 미국도 경제가 휘청거리면 앞뒤 잴 것도 없이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전세계가 어떤 영향을 받든 '나중 일'이라는 냉혹한 국제관계의 질서로 새삼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런 초강대국 미국이 '브레이크 망가진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릴 때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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