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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살인자의 쇼핑몰 2 ㅣ 새소설 13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평점 :
[My Review MDCCLXIX / 자음과모음 40번째 리뷰] 어릴 적 '홍콩영화'에 푹 빠졌더랬다. 그때 들었던 의문은 '홍콩은 범죄도시인가?'였다. 영화마다 범죄를 일으키는 악당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연배우는 그런 악당을 천신만고 끝에 철창에 가두는 것으로 엔딩을 장식했다. 이 책 <살인자의 쇼핑몰>을 읽으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똑같은 의문이 들었다. '대한민국은 킬러들이 활개를 치는 나라인가?'하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나 소설에서 심심찮게 '범죄'가 벌어지고 '킬러'가 등장해서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솔직히 어색하기 때문이다. '홍콩영화'가 대흥행을 하던 시절의 홍콩시민들도 똑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평화롭기 그지 없는데, 영화나 소설에서는 끔찍한 범죄와 살육이 판을 쳤으니 말이다. <살인자의 쇼핑몰 2>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구리'를 배경으로 킬러들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구리에는 '용석동'이 없으며, '킬러'는 더더군다나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폭주족들이 한밤에 질주를 했던 적이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평화로운 도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킬러들의 한 판 대결'이 내게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암튼, 이런 어려움에도 책의 내용에 몰입을 시도해보면, 두 킬러집단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하나는 정지안의 대머리 삼촌인 정진만이 운영하는 '머더헬프'와 알렉스 김이라는 용병출신이 운영하는 글로벌 킬러 '바빌론'이 한 쪽이 전멸할 때까지 대결을 펼치는 내용이 2권의 핵심 줄거리다. 두 집단 사이의 원한이라면 정진만과 알렉스 김(한국명 김진영)이 한때 '같은 용병부대 출신'이었는데, 정진만의 돌출행동으로 용병전체가 위기에 빠질 뻔 했는데 정진만의 활약으로 용병전체에 이득을 가져왔다는 것, 그런데 그 이득이 '알렉스 김'을 비롯한 몇몇 용병들에겐 오히려 불편한 것이었고, 정진만의 활약도 눈꼴 시렵게 보일 정도의 원한을 쌓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억지설정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원한'은 원한이다. 그렇게 악연이 이어져 두 집단은 대한민국에서 '원톱'이 되기 위해 실력을 겨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킬러들이 겨루는 실력이란 바로 서로의 우두머리, 즉 '정진만 vs 알렉스 김'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빈틈'은 없는 법이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알고 있었기에 함부러 움직임을 드러내는 서툰 짓은 서로 하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만 드러내고 있었다. 정진만은 '쇼핑몰'로, 알렉스 김은 '편의점'으로 말이다.
쇼핑몰과 편의점의 겉으로 드러난 대결은 '매출경쟁'이었다. 킬러들에게 '필요한' 무기를 제공하는 두 집단인데도 공개적으로 오픈하고 있는 상점에선 '일상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나마 바빌론이 정진만을 암살하기 위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마더헬프'는 소소한 판매실적조차 뚝 끊어지고 쫄쫄 굶고 있었다. 반면에 알렉스 김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선 에어팟만 줄기차게 판매되고 있었다. 물론 편의점에서 판매할 법한 물건이 아니긴 하지만 '편의점'임을 감안하면 못 팔 제품도 아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잘 팔릴 법한 것은 거의 팔리지 않으면서 유독 '에어팟'만 잘 팔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중에 밝혀지는 내용이지만, 바빌론은 대한민국에 '마약'을 판매하기 위해, 또한, 대한민국을 거점으로 동아시아에 '마약공급'하는 허브를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에 상륙한 것이다. 물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머더헬프'는 바빌론의 계획을 하나씩 무산시키며 계속 방해를 하고 있었고 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알렉스 김'은 '정진만'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쇼핑몰'에서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 정진만을 죽이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지난 1권에서 '쇼핑몰'이 얼마나 견고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잘 드러냈기 때문에 '쇼핑몰 안'에 있는 정진만을 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 정진만을 자기 발로 '쇼핑몰'을 나서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하나 뿐인 조카, 정지안을 '표적'으로 삼아 죽이는 일이었다. 더구나 그 '표적'이 제 발로 알렉스 김이 소재하고 있는 '편의점'으로 찾아가 알렉스 김을 죽이겠다고 나섰는데, 삼촌인 정진만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바빌론은 '쇼핑몰'을 떠난 정진만을 쫓으면서 동시에 '쇼핑몰'을 장악해서 파괴할 작정이었고, 거기에 덤으로 정진만의 조카인 '정지안'도 죽여버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소설은 없다. 정지안은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킬러 수업'을, 다른 킬러들에게 쫓기면서 '속성'으로 학습하게 되고, 단박에 그 스킬들을 습득하면서 '편의점'에 숨어 있는 알렉스 김을 찾아낸다. 그런데 막상 마주친 '알렉스 김'은 의외의 인물이었고, 두 사람이 만나는 곳에서는 '배신자의 정체'가 속속 밝혀지면서 사건의 윤곽도 훤히 밝혀지게 된다. 속고 속이는 사이에 주인공은 번번히 목숨이 사라질 위기에 빠지게 되지만, 그 때마다 '진실'이 밝혀지면서 주인공은 살아남고, 악당은 하나씩 제거되어 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웬만한 '추리소설'과 '스릴러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기법이라 크게 복잡하거나 어려울 것은 없다.
<살인자의 쇼핑몰>은 분명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적어도 내게는 '대한민국 안에 이렇게나 많은 킬러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어색할 따름이지만, 홍콩영화나 미국범죄드라마의 화려한 액션장면에 열광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닥 어색해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어색함을 한거풀 벗겨내는 순간부터 이 책의 재미는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니 말이다. 더구나 TV드라마로 방영까지 했더랬다. 그러니 드라마 감상을 먼저 했다면 소설의 내용은 '동영상'처럼 살아 움직이는 장면묘사로 인해 더욱더 매료될 것이다. 아직 드라마는 시청하지 못했는데, 어서 시청을 해보아야겠다. 참고로 드라마의 제목은 <킬러들의 쇼핑몰>이다. 주연은 이동욱. 소설에서는 배불뚝이 대머리였는데, 드라마에서는 미남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장담컨대, 소설보다 훨씬 재밌을 것 같다. 아쉽게도 드라마의 내용은 '소설 1권'의 내용을 다루고 있어 2권의 내용은 '시즌 2편'에서나 나올 듯 싶다. 그리고 '시즌 2편'이 나올 때즈음에는 소설도 3권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무려 이동욱이 주연으로 나왔는데, 제대로 찍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왜냐면 '소설 2권'에서 충격적인 엔딩 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정진만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모든 답은 '과거'에 있을지 모르지만, 독자들이 원하는 답은 '거기'에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3권을 써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