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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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XV / 민음사 17번째 리뷰] 논란의 그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다 읽으니 왜 이 책이 '논란'이 되었는지 공감 되었다. 분명 '대한민국 20대 남성들'을 분노케 만든 까닭이 있긴 있었다. 남성들도 겪었을 법한 어려움은 철저히 '외면'하였고, 때로는 남성들이 겪어야만 할 '역차별'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과격하게 '도외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하나같이 '무능, 그 잡채'였다. 그에 반해 '여성들의 목소리'는 정의요, 진리요, 대한민국 부조리를 향해 날카로운 칼날처럼 올곧음의 상징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만으로 이 책이 '여성혐오'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남성들이 읽기에 '불편'할 수는 있어도 '혐오'하며 '공격'할 이유로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불편하다면 '남성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거울'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부지불식 간에 여성들에게 저지르는 '실례'를 깨닫는 계기로 삼던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의 잘남'이 남성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위협'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은 좀 유치하지 않은가. 여성이 남성과 '공정한 경쟁'을 요구했을 뿐인데, 그것이 남성들에게 '역차별'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소스라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안타까울 지경이다. 왜냐면 여전히 여성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고, '유리 천장'으로 억압을 받는 등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 통용되고 있는 사회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아직도 우리는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고 말이다. 물론 이런 전제들이 현재 '20대 남성들'에겐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현재 20대들은 MZ세대들이다. 95년생부터 2004년생이니 딱 그 세대다. 대한민국에서도 '양성평등 바람'이 강하게 불던 시기이고, 이들의 학창시절에는 '남자선생님'보다 '여자선생님'이 더 많은 시기라서 '여권신장'이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인권'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20대 남성들'은 여성들의 일방적인 희생에 크게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들은 다 누리던 '남자의 특권'을 이들은 제대로(?) 맛보지도 못하고 '성평등'에 민감한 엄마와 여선생님들,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여서 숨죽이며(?) 지냈다는 고백도 간간히 들려올 정도다. 이들의 초등학교 시절에 가장 큰 불만은 학교담임선생님이 '여자'라서 '여학생편'만 들어준다는 억울함(!)이었다. 비록 사교육이지만 논술선생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던지라 '학교에서 못다한 하소연'을 남자선생인 나에게 와서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다 있어요?'라는 투로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속사정까지 잘 모르던 나는, '그깟 일'조차 배려하지 못할 거면, '꼬추' 떼서 갔다 버리라고..힘 약한 여학생을 이겨먹어서 뭐가 좋겠냐고..꾸중 아닌 꾸중을 했더랬다. 그럴 때마다 입이 댓발만큼 내밀려 툴툴거리기만 했는데, 그애들이 지금의 '20대 남성'인 것이다.

  그렇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랬을 수 있겠지만, 92년생 서연아, 02년생 이지안은 '안' 그럴 수도 있다는 점이 '현재 20대 남성들'의 불만의 초점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면 저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만큼 '남성'으로서 누리며 살아본 인식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겐 달라진 것이 '아직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녀들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들이 누릴 수 없었던 것만큼이나 '누릴 것'이 없는 현재를 살면서 무엇이 나아졌는지 '실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세상은 더욱 험악해져서 '대한민국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점점 더 힘들 뿐이다. MZ세대 여성들이 남성보다 잘났다고 느끼는 시기는 딱 '학창시절'까지다. 다시 말해, 남성들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오직 '학업성적' 뿐이란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여성들이 겪는 고초는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어진 것이 전혀 없다.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축하'대신 '퇴직사유'를 들이밀고, 임신과 출산 소식에도 '축복'대신 '왕따'를 선물받는다. 똑같은 사유로 남성들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더욱 신임을 받으며,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이유로 중용받아 더 많은 승진 기회와 더 많은 연봉을 거머쥐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대 남성들'은 공정한 경쟁이 아닌 까닭으로 '군복무 의무'를 꼽는다.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시기이며, 취직준비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군복무'를 해야 하는 까닭에 또래의 여성들보다 부당한 일을 받는다면서 말이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남성'보다 '여성'이 겪어야 할 불합리한 일들이 더 많다는 까닭을 들어도 '취업도 못한 마당에' 먼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일'을 두고 불합리한 일을 당연히 감수하라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따지고 든다. 또한, 남자들의 '군복무 의무'의 고달픔을 여자들의 '임신과 출산'의 고통으로 맞대응이라도 할라치면 그건 '진정한 양성평등'에 걸맞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여성에게도 똑같이 '군복무'를 할 것을 요구하는 치졸한 모습까지 보인다. 군복무에, 임신과 출산까지 다 하라는 이야기 아닌가. 이렇게 서로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싸움은 점점 더 유치하게 진행되다가 급기야 '혐오감정'까지 불사르곤 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아예 이해하지 않겠다는 무식의 발로다.

  나는 74년생 남자다. 그리고 내 여동생은 81년생이다. 이 책의 '김지영 씨'가 겪었던 많은 일 가운데 상당 부분 내 여동생도 똑같이 당했더랬다. 학창시절에는 '하나 뿐인 오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포기해야 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상사'에게 결혼요구를 빙자한 스토킹을 당해 '정규직'으로 들어간 직장을 도망가듯 때려치워야만 했다. 그 때문에 동종업계에는 행여라도 그 미친 놈을 만날까봐 지원조차 하지 못하고, 알바보다 못한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개고생을 했더랬다. 그럼에도 제가 좋아하는 '취미'를 살려 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만 하던 동생이었다. 지금은 결혼을 해서 '착한 며느리병'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다. 그나마 예전과 같은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는 말 못한다. 동생 내외가 열심히 맞벌이해서 돈을 벌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다.

  암튼, 이렇게나 많은 '공감'이 가는 소설인데도, 이 책 <82년생 김지영>에서 아쉬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여성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만 모든 지면을 할애하고, '양성평등'으로 대한민국 남성들과 화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남성들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제시가 없다. 물론 애둘러서 표현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러저러 해야 한다는 명시가 없으니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분명 이 책을 읽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모두 이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맞아맞아'를 외치며 저들의 지난날, 무지했던 그시절을 회상하며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마음이 앞서는 '남성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그런 남성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이 전무한 듯 싶다.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운동'은 반쪽짜리가 되어선 안 된다. 진정한 평등을 이루어야 할 남성들과 연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남성들의 지지'도 확실하게 얻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란 방향성으론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차이'를 서로 인정하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장을 열어놔야 한단 말이다. 그래야 서로가 느끼는 '불만과 불편',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가 마련한 '불합리한 점'들을 바꾸고 고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기초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여성운동'은 인류공통의 문제점을 인류 모두를 위해 해결해나가는 방향으로 실천해나가야 한다. 누가 누구를 '혐오'하면서 이룰 수 없는 목표인 것이다. 그러니 '혐오'는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적대시'해서도 절대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그동안의 여성차별'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내용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여성들이 느꼈던 '사회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들도 대한민국 남성들이 겪었고, 느꼈던 '불합리'한 점들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가 쌓아온 벽이 높은만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역지사지'다. 그리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법'으로 바꾸고, 수위를 낮춰 귀에 거슬리지 않게 문제를 제기하며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 노력에 달려 있다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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