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 3 - 항룡십팔장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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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LII / 김영사 25번째 리뷰] 2권에 이어지는 줄거리는, 금나라 여섯번째 황자 완안홍렬의 궁궐에 초빙된 무림고수들과 곽정, 황용 사이의 대결이 펼쳐진다. 완안홍렬은 남송을 일거에 물리칠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 무림고수들을 섭외한 뒤에 악비가 숨겨둔 '무목유서'라는 비급을 찾아달라고 요청을 한다. 이를 우연히 들은 곽정과 황용은 금나라의 음모를 저지하려 들지만 중과부적으로 인해 여러 고수들에게 도리어 포위되고 만다. 이렇게 곽정과 황용의 탈출기가 그려지면서 완안강(훗날 양강)의 스승인 매초풍이 등장하고, 장춘자 구처기, 그리고 곽정의 사부들인 강남육괴까지 마침맞게 등장해서 곽정과 황용이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사이 양철심과 포석약도 궁궐에서 도망을 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잡히게 되고, 자신들 때문에 곽정과 황용을 비롯한 구처기와 왕처일, 그리고 강남육괴까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자 스스로 자결을 하여 위기를 일단락 시킨다. 그렇게 두 부부의 사후에 곽정과 양강은 의형제로 맺어지게 되고 자신들의 부모를 죽인 원수 완안홍렬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뒤에 곽정과 황용은 홍칠공이란 거지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데, 그가 바로 화산논검대결에서 '다섯 명의 무림고수' 가운데 한 명인 '북개'다. 그는 거지들의 모임인 '개방'의 방주이고, '항룡십팔장'과 '타구봉법' 등 외가무공의 달인이다. 이 만남을 통해 곽정은 홍칠공에게서 '항룡십팔장'을 전수받게 된다. 항룡이란 이름에 걸맞게 '용이 내린듯'한 강력한 외공을 다루며 주로 손바닥으로 치고 때리고 막는 '공격 겸 방어술'의 최고 무술이다. 십팔장이란 동서남북을 쪼개 주위 십육방위와 함께 머리 위와 다리 아래까지 모두 '십팔방위'를 철통같이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무공의 기초가 탄탄한 곽정이 홍칠공의 '항룡십팔장'까지 더하게 되니 곽정의 무술실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홍칠공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제자'를 받아들인 적이 없기 때문에 곽정과 황용에게 무술(황용에겐 '소요유' 등)을 전수했지만 '사제지간의 예'를 올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곽정에게도 '항룡십오장'만을 전수하며 진짜 제자가 되지는 못했다.

  한편, 홍칠공과 헤어진 곽정과 황용은 태호의 주인인 '육승풍'과 만나 기이한 인연을 맺는다. 육승풍은 동사 황약사의 제자로 진현풍, 매초풍이 사부님을 배반하고 '구음진경'을 훔쳐 도화도에서 달아나자 분노한 황약사에 의해 다리가 절단나서 무공을 모르는 '앉은뱅이' 선비로 신분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집에 황약사의 딸인 황용이 찾아들었으니 묘한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황용은 그녀 나름대로 도화도의 '기문둔갑술'과 흡사한 풍경에 놀라움을 감추고 육승풍을 몰래 관찰한다. 그러는 사이에 매초풍이 완안강을 구하기 위해 육승풍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완안강이 육승풍의 집에 잡혀오게 된 까닭은 친부친모의 죽음에도 '부유한 삶'을 포기하지 못하고 완안홍렬의 아들로 남았고, 이번 남송정벌을 위해서 '남송과 몽골'이 서로 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해 출병을 했던 것이다. 이를 육승풍의 아들이 강남 태호 근방의 영웅들을 모아서 '금군의 야욕'을 기습했고, 그 결과 완안강이 사로잡혀 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완안강이 잡혀오자 그를 사랑하는 목염자가 몰래 찾아와 완안강을 구해주겠다고 약조를 했고, 그 약조로 완안간의 사부인 '매초풍'에게도 연락이 닿아 육승풍의 집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그런데 매초풍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눈먼 매초풍의 뒤를 따라 '청의서생'이 함께 따라왔는데, 그가 바로 '동사 황약사'였던 것이다.

  황약사의 이야기를 먼저 하기에 앞서 '철장수상표 구천인'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화산논검' 당시에 초청을 받았을 정도로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였고, 호남의 '철장방' 방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송나라 사람이면서도 '금나라'에 포섭되어 한족을 배신하게 된다. 그래서 육승풍의 집에 귀한 손님으로 모셔져서 대접을 받으면서 육승풍과 곽정, 황용, 그리고 강남육괴까지 모두 '곧 멸망한 송을 배신하고 금을 받들 것'을 요구한다. 이에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인 구천인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쳐지게 되는데, 웬걸! 구천인의 무공이 곽정 한 사람만 못할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더니, 엄청난 내공을 지닌 것처럼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은 모두 '눈속임'에 불과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게 된다. 그가 정말 '철장수상표 구천인'이 맞는 걸까?

  한편, 황약사의 등장으로 황용은 도화도로 되돌아가게 되고 곽정을 비롯해서 여러 고수들이 도화도로 가게 된다. 그 뒤의 이야기는 4권에 이어진다. 드디어 '절대무림고수'들이 등장했다. 바로 '동사서독 북개남제 중신통'이라는 다섯 명과 함께, 이들과 대결을 할 뻔했던 '철장수상표 구천인'까지 등장했다. 아직 '서독'과 '남제', 그리고 명운을 다한 '중신통'은 이야기에 본격 등장하진 않았지만, 곧이어 등장할 것이 분명하고, 이미 죽은 '중신통'을 대신해서 그의 의동생으로 등장하는 '노완동 주백통'이 곽정과 의형제를 맺으며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진진해질 터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사조영웅전>은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3권까지는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무협지'의 성격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가 전개되어 장황한 느낌이 들어 살짝 지루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간중간이나마 '곽정과 황용의 만남'을 다루면서 기대를 불어넣어두고 있기에 그닥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참에 '중국사'에 대해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남송시대'다. 여진족이 발흥하여 송나라를 괴롭한 결과 '북송'에 해당하는 강남 이북 지역(장강 이북)은 모두 '금나라의 영역'이 되었다. 이렇게 금나라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여 '남송'을 압박하고, 몽골을 비롯해서 주변 국가들과 대치된 상황이 전개된다. 하지만 현대의 중국사의 관점은 이들 모두를 '중국사'로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소수민족'에게까지 '한족정통론'에 입각한 중국사를 강요하며, 거대한 용광로처럼 모두를 한데 뭉뚱그리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족차별'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어찌보면 '소수민족 차별'을 하면서 '한족 우대'를 강화하고 있으니, 그들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보여지는 '한족, 여진족, 몽골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들의 후손에 해당하는 '현대의 중국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자못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조영웅전>의 주제는 '영웅이란 무엇인가?'다. 그러면서 '영웅의 조건'으로 애국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애국의 주체'는 한족이다. 아무리 '여진족'과 '몽골족' 가운데서 영웅적 위상을 타고난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들을 '영웅'이라 단정짓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는 말이다. 왜냐면 여진과 몽골의 영웅이 '애국'을 위하면 자연스레 '송나라'에 위해를 가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한족'을 괴롭히는 영웅은 영웅이라 칭할 수 없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깔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곽정이 칭기즈칸의 부마이고, 곽정이 칭기즈칸 덕분에 '살길'이 열렸던 은덕이 있더라도, 곽정은 '한족'이 까닭에 민족을 배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몽골이 송나라를 도와(?) 금나라와 함께 싸울 때에는 '우방'이었기에 문제가 없었던 일도, 금나라가 멸망한 뒤에는 배은망덕하게 남송을 공격한 몽골이 '적대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해버린다. 이런 이야기를 읽은 현대 중국의 '내몽골족'과 '만주족'은 어떤 기분이 들겠느냔 말이다. 그들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통크고 대범하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다르다'라고 '하나의 중국'에 동조할 수 있을까?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인들은 대국(大國)적인 관용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하나의 중국'을 내세울 것 같으면, '소수민족차별'과 같은 억압적인 정책을 버리고 '소수민족과 한족'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각각의 고유문화를 포용하는 정책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 중국의 정책은 '공정(工程, 역사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하나의 중국'으로 아우르는 역사연구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온갖 폐해를 일삼고 있는 점이다. 이로 인해 티베트인, 신장 위그루인, 내몽골인, 그리고 연변조선인 들의 '고유한 문화'를 말살하고, 중국의 문화(한족중심)와 사상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소수민족'을 한족으로 동화시킨 뒤에 오직 '한족만을 위한 애국정신'을 강조할 속셈이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일까? 한족도 '청나라'때 변발을 강요 당하면서도 스스로 '한족'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면서 말이다.

  이렇듯 '소수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현대 중국의 '하나의 중국' 프로젝트는 이웃나라를 넘어 전세계를 '중국'의 발 아래 놓겠다는 야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종이의 원조가 한나라 때 '채륜'이 만든 것이 최초라면서 '페이퍼'의 어원으로 불리는 '파피루스'조차 부정하기에 이르렀고, 전세계 무술은 모두 '중국무술의 아류'라고 폄훼할 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을 틈타 '한국 고유의 문화'까지 모조리 '중국의 것을 베낀 수준'이라고 폄훼하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얼탱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 까닭에 나는 '중국'을 '中國'라고 불리는 까닭을 大國이라고 불리기엔 속갈딱지가 벤댕이보다 작고, 小國이라고 불리기엔 땅덩어리가 너무 크니 그 '중간격'인 중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딱 적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국은 대국다워야 대국인 것이다. 이 책이 쓰인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2차 국공내전' 이후 모택동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후 등소평이 '일국양제'의 지혜로 홍콩문제를 돌파해 우리에게 익숙한 '홍콩의 부흥'을 이끌기도 했다. 이 소설도 그 부흥의 흐름에서 탄생한 소설이고 말이다. 그래서 <사조영웅전> 속의 내용이 현대 중국의 기조와 잘 들어맞지 않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중국이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도 이 책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보다 더 큰 포용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할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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