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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는 환상 - 인간성을 외면한 물질주의 사회의 모순과 치유
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3월
평점 :
[My Review MDCCXLV / 한빛비즈 140번째 리뷰] 현대인들은 엄청난 질병을 안고 살아간다. 해마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은 점점 더 많아져만 간다. 이쯤 되면, 현대인들에게 '현대의학'은 왜 만병통치약을 제공하지 못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상 모든 질병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이는 의료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며, 앞으로 의학이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질병치료'는 왜 받는지 의문스러울 수도 있다. 그건 치료라는 행위가 질병(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순간 질병이 나았다는 생각에 병원과 의사를 멀리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질병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뜻을 가진 단어는 '치유'일 것이다. 이 책 <정상이라는 환상>을 쓴 저자도 치유란 '완벽한 상태로 들어온다'는 개념이라고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을 아프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이며, 그 해결방법은 뭐란 말인가?
저자는 현대인들이 만성적인 신체질환, 정신질환, 중독으로 인한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까닭을 좁은 의미에서 '의학기술의 발달'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대상으로 확대하여 '우리 문화의 지체현상'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를 테면,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물가상승의 속도보다 임금상승의 속도가 느린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향'이 아닌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가 질병을 치료해달라고 요구할 뿐이다. 이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인들은 잘못된 사회문화 지체현상 때문에 아픈 것인데, 이런 잘못된 사회를 바꿔나갈 생각보다는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고, 약물과 주사를 남용하고, 그로 인해 더욱더 건강을 해치는 일이 많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일련의 '비정상적인 치료 행위'를 멈추고 '정상적인 치유'를 접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책 <정상이라는 환상>의 골자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체제'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만 곱씹어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경쟁'에 익숙하고, '경쟁'에서 지면 사회적 주류에서 밀려나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잘못된 신화에 빠져 살고 있다. 이렇게 '경쟁의 패배자들'은 자연스레 술, 담배, 마약 등 나쁜 것들에 매달려 현실을 비관하는 '중독'에 빠져들고, 이런 '나쁜 선택'을 하는 것만 보아도 인생의 실패자라는 빼박 증거이니 영구적으로 사회격리를 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쪽으로 쉽사리 결론을 내리곤 한다. 이렇게 인류의 문명은 고도로 발달하면서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경제적 능력에서 뒤쳐지면 '치료' 받을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흐름이 '정상적'이라는 환상에 빠져서 충분히 치유받고 건강해질 수 있는 사람들까지 나락에서 허우적거리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문명사회' 이전에도 인류는 이렇게 살아왔을까? 현재의 남미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원시부족'들의 모습을 보면 그다지 경쟁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수렵과 채집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던 원시인류도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왜냐면 사냥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다보면 '사냥감'을 잡지 못하고 꽁치는 날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경쟁'보다 이웃부족들끼리 교류하면서 서로를 '연결'해주는 일이 더욱 중요했단다. 우리 부족은 꽁을 쳤지만, 다른 부족은 넉넉한 먹거리를 얻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날에는 상황이 반대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원시인류는 상호간 '연결'을 중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우쳤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대사회도 '경쟁'을 줄이고, 사회구성원들 간의 '연결'을 소중히 여기면 훨씬 더 이득이지 않을까? 치열한 경쟁이 사라지면 갈등과 다툼이 일어날 일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럼 건강과 직결되는 '스트레스' 같은 것을 받을 까닭도 없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 궁리를 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도 늘어나게 되어 만성적인 질병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훨씬 더 '정상'적인 사회일 것이다.
한편, 중독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알콜중독자나 도박중독자, 그리고 마약중독자 등과 같이 무언가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을 망친 불량인생으로 취급하곤 한다. 이런 나쁜 것들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낙인을 찍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실제로는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을 나쁜 유혹들로 내몰았다면 어떨까? 그래도 중독자들을 비방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무한경쟁체제'를 포기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더 많은 '관심'을 주기만 했어도,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물론 자본주의 경쟁체제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 험난한 무한경쟁체제 속에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그리고 만수르 같은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부를 차지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헐벗고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다 '잘못된 선택'에 빠져들어 나락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물론, 그런 험난한 상황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데 이런 정상적인 사람들도 자칫 '중독상태'에 빠질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무분별한 '약물남용'으로 약물에 '의존'하는 환자들이 더욱 쉽게 '알콜, 마약'과 같은 것들의 유혹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나라도 '마약청정국'이란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애초부터 우리가 '마약'과 같은 향정신적 약물에 쉽게 빠져드는 나약한 사람들의 천국이었던가? 현대의학이 사소한 질병에도 손쉽게 '약처방'을 내리며 '약물남용'하게 되는 사회분위기에 젖어들었고, 그렇게 손쉽게 고통에서 벗어나고, 환각에 빠져드는 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니 '마약'과 같은 나쁜 것에 더 쉽게 빠져드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무한경쟁'에 너무나 깊이 매몰되어 탈출구조차 찾기 힘든 상황에 놓인 지 꽤 오래 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이제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 '진짜 원인'을 찾아내서 잠깐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치료'를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완벽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진정한 '치유'를 해야 할 때다. 먼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만이 유일한 행복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최고의 치유는 '완치'가 아니라 고통을 겪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완벽한 상태'를 갖추는 일이고,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삶이 아닌 그 상태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방향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삶이 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 상태'가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다. 한 번이라도 '아파본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오는 순간에는 그 고통만 사라지게 해준다면 억만금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돈'은 우리 삶에서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돈돈돈 하면서 살면서 언제라도 '고통이 재발할 수 있는 위태로운 삶'을 추구하느냔 말이다. 만성적인 신체질환, 정신질환, 그리고 중독에서 '확실히' 벗어나고 싶다면 어떤 삶을 살아야 제대로 '정상'인지 잘 알 것이다. 이 책의 '진단'에 공감한다면 '정상'이라는 환상으로부터 확실히 각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