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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셀프헬프 다이어리 - 예민하고 불안한 나를 위한 201일의 마음돌봄 연습
임상원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3월
평점 :
[My Review MDCCXLIV / 한빛비즈 139번째 리뷰] 나는 '모순'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직접적인 뜻은 '자기 주장이나 생각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을 말하지만, 나는 <한비자>에 나와 있는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바로 '모든 방패를 뚫는 창'과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를 파는 상인 이야기 말이다. 한 상인이 있었는데, 창을 팔 때는 '뚫지 못할 방패가 없다'고 말하면서 팔았고, 방패를 팔 때는 '막지 못할 창이 없다'면서 팔았다. 그런데 이 말을 옆에서 듣던 사람이 "그럼, 당신의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겠소?"라고 물으니, 상인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도망갔더라는 이야기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했으니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자신의 잘못을 알고 스스로 물러났으니 '착한 상인'이라고 칭찬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 맞을까? 일구이언을 했으니 부끄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상인도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었테니, 자신이 준비한 물건을 팔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저없이 자신의 창으로 방패를 찔렀어야 한다. 그 결과로 둘 중 하나가 부러지거나 뚫렸을테니 '망가진 물건'을 버리면서, "이건 내가 잘못 말했소. 앞으로 이 물건은 절대 팔지 않겠소. 내 잘못된 말을 믿고 이미 사 간 사람이 있다면 환불해주리다. 하지만 이 멀쩡한 물건은 최상의 물건일 것이오. 여러분들 앞에서 이미 '증명'해보였으니 믿을 수 있을 것이오. 그러니 사주시오. 토끼 같은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하는 처지이니, 나는 꼭 돈을 벌어야하오. 그러니 제발 도와주시오. 다시는 '모순'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소"라는 뒷이야기를 떠올리곤 했다. 이는 스스로 '양립되는 곤란한 처지'에서 갈팡질팡하는 나의 모습을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거의 나는 '결정장애'가 심한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난, 이런 '나의 모습'을 참으로 싫어했다.
이 책 <마이 셀프헬프 다이어리>는 하버드 졸업생인데도 '자기만족'을 모르고 초조하고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던 비운의 주인공인 저자의 비참한 처지를 개선한 '자기계발서'다. 한마디로 자기 스스로 이렇게 극복하고 저렇게 대처해서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골자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자기 스스로 돕는 일기'라고 봐도 거의 틀림 없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고 말이다. 문구가 '의역'인가 아닌가는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뜻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온 세상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저자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귀찮아하던 심한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떨쳐내고 자신이 바라던 삶을 살게 되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자는 먼저 '심리상담가'의 도움을 받았고, 천연 항우울제를 복용하기도 했으며, 적절한 운동습관을 기르며, 점차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춰나가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나씩하나씩 일상으로 만들고서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었다고 이 책에 고백적으로 써내려갔다. 결국 저자가 무기력한 삶에서 행복한 삶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한 방은 바로 '자기애'였다. 다시 말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일상생활에 실천을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잘못 생각한다. 명문대에 입학하면 행복할 거라고. 대기업에 취직하면 더 행복하고, 돈을 많이 벌면 최고로 행복할 거라고 말이다. 나부터 그랬다. 남 부러울 것이 없는 '완벽한 삶'이지 않은가 말이다. 저자는 무려 '하버드 졸업생'이다. 거기에 '석사 학위'까지 땄다.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도 부족함 없이 벌었지만, 일상은 '가끔 행복하고 대체로 우울했다'고 한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성취감'이 없었고, 하고 싶은 일을 쫓아 '이직'도 고려했지만, 과연 잘 될까? 되더라도 행복해지긴 할까? 그러다 다니던 직장도 잃어버리고 불행해지면 어쩌지? 에잇, 그냥 이대로 살자...라면서 대충대충 남들과 비슷하게(?) 살면서 그냥 그렇게 살기로 작정했더란다. 수많은 이들이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는데, 남부러울 것이 없는 저자도 비슷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니, 그냥 '대충대충' 남들과 비슷하게 우울해하면서 편안하게 살아가면 될까?
뭐, 그런 삶에 만족한다면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삶'과 '할 수 없는 삶'의 차이는 어마어마 하다. 그런 삶에 만족하는 삶은 '자신을 절대 사랑하지 않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이다. 그러니 스스로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당장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 자신의 장점을 칭찬해주는 말을 아끼지 말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을 칭찬해주는 사람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 아낌없이 고마워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멈추지 말고 해야 한단다. 내가 스스로 좋아하는 활동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일이고, 자기 스스로를 해치지 않으며, 자기보다 남을 위하는 일이라면 '최고'일 것이다. 그런 일을 즐기면서 '일상의 보람'을 얻는 일을 꾸준히 하면 반드시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결심을 했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겠다고 말이다. 나는 '책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니, 아이들과 '독서토론수업'을 하는 일을 하면 즐겁고 행복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속의 진리'를 깨닫고 '삶의 지혜'를 깨우치는 일을 '나의 수업'을 통해서 얻는다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이다. 그렇게 나는 부지런히 '책 읽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런 까닭에 나는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독후감도 꾸준히 쓰고 있다. 이것이 모여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처럼 누구나 '마이 셀프헬프'하는 삶을 살아가면 참 좋겠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