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꿈이 사라진 날 초등 읽기대장
고정욱 지음, 임광희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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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수북 7번째 리뷰] 어린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권장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어린이들 스스로 꿈을 키워나가고 어른들이 그 꿈을 이루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꿈을 가지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에게 '꿈'을 빙자해서 '장래의 직업선택'에 관한 암묵적인 강요를 하고, 자유를 박탈하고, 무한 간섭을 할 요량이라면 '꿈' 이야기조차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어린이들에게 '직업'을 강제하느냔 말이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니 그냥 냅두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 싶다.

  더 큰 문제는 채 '스무살'도 안 된 나이에 '인생의 갈림길' 앞에 서게 만드는 대한민국 사회다. 그 어린 나이에 '평생직업'이 될지도 모르는 선택을 강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어쩌면 가장 중요한 '선택'을 강제하느냔 말이다. 그렇게 무한경쟁으로 내몰면서 무슨 '꿈타령'을 하느냔 말이다. 그냥 솔직하게 "네 인생은 '인 서울'에 달렸으니, '인 서울'이라도 해서 정규직의 발끝이라도 잡고 싶으면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하고, 공부로 성공할 것 같지 않으면 '재능'이라도 살려서 돈벌이에라도 일찍 뛰어 들고, 이도 저도 안 되면 결국 비참한 '비정규직의 삶'을 살 수밖에 없을 테니, 한 번 사는 인생 개고생하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봐. 그게 싫으면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햇!!!"라고 '현실'을 말해 주길 바란다. 괜한 '장래의 꿈 이야기'를 꺼내서 돌려까기 하지 말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어른들도 어릴 적에 꿈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어릴 땐 '그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살아보니 '그 말씀'이 맞더라는 생각뿐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더라도 '어릴 적 꿈'은 매우 소중하다는 것에 부정하는 어른들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만큼 꿈은 소중한 것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만연하다고 하더라도 '꿈'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책 <꿈이 사라진 날>은 의미가 깊다. 또다시 '외계인'이 등장해서 이야기의 본질을 흐려놓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소중한 꿈을 지키고 이루겠다는 어린이들의 마음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두 말 하면 입 아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엉뚱하다고 느껴지는 점은 지구인에게서 '꿈'을 사라지게 만들어서 외계인의 노예로 만드는 것까지는 참 좋았는데, 그 외계인들의 침공에 차질을 주어 지구인에게 꿈을 되찾아주는 영웅들에게는 정작 '꿈이 없었다'는 설정이 어리둥절했다. 꿈을 갖고 열심히 잘 살던 '모범 지구인'들은 외계인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꿈을 갖는 걸 귀찮게 여긴 '불량(?) 지구어린이'가 영웅으로 설정된 것이 의아스러웠다. 이런 구성을 읽은 '초등저학년 독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외계인이 침공할 걱정(?)에 꿈을 갖지 않노라고 핑계를 대지는 않을까?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초등생은 없을 테니 걱정을 붙들어 매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놓고 싶은 심정이다.

  어린이들은 '모방심리'가 꽤나 발달했다. 그래서 '좋은 말과 행동'을 들려주고 보여주면 '좋은 말과 행동'을 따라하고, 그 반대의 상황도 똑같은 결과를 낳기 십상이다. 그래서 '애들 앞에서 냉수도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는 속담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에 앞서서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고, 심지어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를 위해서도 '태교'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왜 동화책의 줄거리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읽고, 더 나아가 전세계 어린이들이 읽을 텐데, 함부로 쓰느냔 말이다. 아무리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딴에는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교훈적인 내용'만을 강조하다보면 <어린이책>이 갖춰야 할 '재미'라는 가장 중요한 특장점을 놓쳐서 훌륭하지만 지루한 책이 되어 어린 독자들이 외면하는 책이 되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줄거리'를 살짝 바꾸는 것은 어떨까? 꿈 많은 '모범 지구인'이 외계인의 침공에 더 취약해서 꿈도 없는 '불량 지구인'조차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데, '모범 지구인' 가운데 외계인들의 침공 방식에 '특별한 면역력'을 가지 어린이가 있어서, 외계인의 야욕을 물리칠 방법을 찾아내고 '불량 지구인'과 함께 힘을 합쳐 외계인을 소탕한 뒤에, 꿈의 소중함을 인식한 '불량 지구인'들이 각성해서 온세계 지구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부풀게 만드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면 말이다. 교훈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격이 되지 않았을까.

  딴 이야기이긴 하지만...출판시장을 주욱 살펴보면, '외국작가'들의 책시리즈는 수십 편이 넘는 반면에 '국내작가'들의 책시리즈는 열 편을 넘기기도 힘든 모양이다. 물론 공전의 히트를 한 <마법천자문>을 비롯한 '교양학습만화'는 꽤 성공적인 양상으로 안착을 하며 계속 펴내고 있지만, 유독 <동화책>만큼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해리포터>나 <전천당> 등의 사례를 보아도 잘 만든 세계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냔 말이다. 기왕에 '사라진 날' 시리즈를 만들었으면, 지구어린이와 외계인 침공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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