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돈이 사라진 날 저학년 읽기대장
고정욱 지음, 김다정 그림 / 한솔수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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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수북 6번째 리뷰] 고정욱 작가의 '사라진 날' 시리즈 네 번째 책이다. 이번에는 '돈'이 사라졌고, 역시 나쁜 '외계인 침공'이 원인이었고, 마무리는 착한 '외계인의 도움'으로 지구가 구원되는 전개였다. 물론 초등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위해서 외계인이 등장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에 매달리지 않고 단번에 해결하는 구성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에 늘 찬성하는 쪽이었기에 이른 나이의 독자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그런데도 완독한 뒤에 영 개운치가 않다. 뭔가 껄끄럽기까지 하다. 앞선 책들에서 '책'이 사라지고, '학교'가 사라지고, '엄마'가 사라지는 내용과는 달리 '돈'이 사라지는 배경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먼저 통용되던 '화폐'가 사라져서 원시경제인 '물물교환'이 다시 등장한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리고 '물물교환'이 꽤나 불편해서 새로운 '통화'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바코드(인식표)'인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화폐'를 대신한 새로운 통화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전에 '외계인'이 등장해서 지구정복을 위해서 돈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점부터 껄끄럽기 시작했다. 그러다 외계인의 지구정복 야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가상화폐'로 대응하며 지구인들의 독립의지를 표출하고, 외계인들의 정복욕을 무너뜨린 것까진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외계인들이 물러난 뒤에 '가상화폐' 사용으로 인해서 투명한 쓰임새로 인해서 '부정부패'가 싹 사라져버렸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과연 '가상화폐'만이 투명한 돈 씀씀이를 보장하는 것일까? '가상화폐'로 발생할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문제점은 없을까? 그리고 '가상화폐'의 사용으로 정말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을까? 이런 '팩트체크' 없이 <어린이책>에 가상화폐의 순기능만 선보이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걸까? 라는 의문에 빠져들자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책>이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수많은 '동화책의 결말'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맺음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왕자와 공주의 결혼을 '행복공식'으로 삼고, 바람직한 가족구성을 '권선징악'의 일부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식의 결말을 마냥 '좋다'라고만 평가하지 않는다. 왕자와 공주의 결혼이 무조건 '행복한 결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종이봉지 공주>처럼 왕자가 공주를 구하지 않고 '역발상'으로 용감하고 씩씩한 공주가 사악한 용에게 잡혀간 왕자를 구해주지만, 왕자는 용과의 결투 도중에 옷이 불타버리고 초라한 '종이봉지'로 몸을 가린 허름한 공주의 모습에 실망하고 투정하는 왕자와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아간다는 결말을 시도한 동화책도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 <돈이 사라진 날>의 주제와 목적이 '어린이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저축의 필요성과 합리적인 소비를 가르치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통화인 '인식표'와 '가상화폐'의 등장이 적절한 대안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용하던 통화가 사라져서 '불편한 물물교환'을 보여주고, '아나바다 운동(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운동)'까지만 보여줬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소중한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꼭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더 뿌듯한 결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예를 들어, 민지가 200만 원을 스스로 모아서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는 꿈'을 실현시키는 결말로 말이다. 굳이 '외계인의 지구정복'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서 괜한 '충격요법'을 써서 '돈의 소중함'을 강요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은 것이다. 내가 완독 후에 껄끄럽게 생각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한편, 시리즈의 '일관성'을 갖추려는 작가의 고민은 이해하는 바다. 하지만 조금 더 고민을 한 뒤에 '결과'를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이번 책은 좀 뭔가에 쫓기듯이 급하게 썼다는 느낌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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