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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듄 그래픽노블 1 ㅣ 듄 그래픽노블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라울 앨런 외 그림, 진서희 옮김, 브라이언 허버트 외 각색 / 황금가지 / 2021년 2월
평점 :
아라키스. '듄'이라고도 불리는 모래행성의 이름이다. 이곳에 새주인이 찾아온다. 공작가문인 '아트레이데스'가 남작가문인 '하코넨'의 뒤를 이어 아라키스를 영지로 삼게 되었다. 물론 '사담 4세'라 불리는 황제의 재가를 받아서 아트레이데스의 레토 공작이 정식임명되긴 했지만, 공작으로서는 황제조차 믿을 수 없는 처지이다. 왜냐면 아라키스에서 생산되는 '스파이스'가 엄청난 이윤이 남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황제는 하코넨을 이용해서 아트레이데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선심을 쓰듯 아라키스, 즉 '듄'을 선물해주었던 것이다.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욕심이 난다면 황제가 자신의 권력과 권위로 '듄'을 독차지하면 될 것을 왜 복잡하게 '줬다가 빼았느냐'고 말이다. 그렇지만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 최고권력자가 혼자서 독식을 하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면 괜한 '반발심'만 키우기 때문에 하사하는 척하면서 온갖 이권은 황제가 차지하고, '황제의 몫'까지 챙기느라 영주였던 '하코넨'은 듄의 사람들을 혹사시킬 정도로 무지막지한 양을 착취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착착 착취를 해오던 것까지도 눈치를 보게 될지경에 이르게 되자 제국 안에서 평판이 좋은 편인 '아트레이데스'에게 듄을 새로 하사하고서 '하코넨'과 짜고서 공작을 암살해버리면, 다시 황제에게 엄청난 이득을 챙겨줄 '하코넨'이 다시 듄을 재점령하는 방식을 취하려는 '감춰진 뒷배경'을 이해하면 <듄>의 줄거리가 술술 읽히게 될 것이다.
암튼, <듄>의 첫 장면은 물이 풍부한 '칼라단 행성'에서 모래투성이인 '듄 행성'으로 이주하는 아트레이데스의 분주한 모습이 그려진다. '그래픽노블'에서는 그 모습이 더욱 생생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초심자(입문자)'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듄>의 매력속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를 관람한 분들이라면 더욱더 생생할 것이지만, 앞서 설명한 뒷배경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과거의 독자들처럼 '읽고 또 읽고'서야 겨우 머릿속에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서사시를 그려낼 수 있는 노고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면에 이번 '그래픽노블'은 그런 불편함을 싹 해소하는 면에서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의 주인공 '티모시 살라메'는 영화에서 감상하시고, 폴 아트레이데스에 집중해보자. 훗날 '퀴사츠 헤더락'이라 불리며 모래행성의 주민 '프레멘'을 이끌고 황제와 대결해서 승리를 거둘 위대한 지도자가 될 운명인 아이다. 전형적인 영웅 등장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태생부터 영웅이 될 자질을 타고났으며, 그렇기에 하나를 가르쳐도 열을 깨우치고, 적절한 때가 되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며, 그 위기 속에서도 기적과 같이 살아남아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따르고, 숙명적인 적들을 처지하며, 자신을 따르는 자들이 꿈꾸던 미래를 실현시켜주는 인물이다. 어찌보면 이런 '영웅의 탄생'이 전체 1부의 내용에 해당한다. 그 가운데 <듄 그래픽노블 1권>에서는 폴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 순간까지 보여준다.
한편, <듄>을 이해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소설'과 달리 '그래픽노블'에서는 그 공부에 해당하는 '용어해설'이 빠져 있다. 그래서 '그래픽노블'만 읽은 초심자라면 뒷배경의 전반적인 이해가 힘들 수도 있다. 이는 '영화'만 관람한 관객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소설'은 필독이다. 그밖에도 부수적으로 꼭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 '아트레이데스 VS 하코넨'의 갈등양상일 것이다. 왜 이 두 가문은 숙명적으로 싸우기만 하는가 말이다.
사실, 두 가문은 '베네 게세리트'라는 종교집단에 의해 '하나의 가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이미 섞여있는 상태다. 왜냐면 두 가문의 남자들이 대부분 '베네 게세리트 교단' 출신의 여자들과 혼인을 한 상태이고, 이들이 낳은 딸은 어김없이 두 가문의 남자와 혼인을 하니, 두 가문을 따로 구분할 유전적 개별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쓰일 당시에는 '유전학'이 그닥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므로 '대가문의 혈통'은 오직 남자쪽으로만 이어져내려 온 탓에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 그 밖의 대가문들로 구분할 뿐이다. 따라서 '아트레이데스'와 '하코넨'이 대립하는 까닭은 '두 가문의 뿌리깊은 성정'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하코넨'은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사족을 가리지 않는 천박한 품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자신들의 명예가 신하와 부하들의 안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꽤나 민주적인 방식으로 가문의 일원들을 관대하게 통치하는 품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래서 '듄' 행성을 통치하는 방식도 차별적인 것이다. 하코넨은 듄의 주민들인 '프레멘'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쓰레기를 보듯 하찮게 푸대접을 한 반면에 아트레이데스는 '프레멘'의 전통을 존중하고, 그들을 지배하기보다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대우해주는 면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레멘은 레토 공작의 아들인 '폴 아트레이데스'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받아들이며, '공통의 적'인 하코넨과 황제를 향해 압도적인 전력으로 상대해 물리치게 된다.
1권에서는 이쯤하고 2권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