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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의 천일야화 5 - 마신 사냥꾼의 눈물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원래 <천일야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짜여 있다. 다시 말해, '이야기속에 이야기'가 흘러가는 형식인데, 그 구조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원래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 도식적으로 설명하자면, 'A'라는 세라자드가 샤리아르 왕에게 들려주는 현실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B'라는 상상속 이야기가 "빠빠어웨이~"라면서 진행된다. 그러다 그 이야기 속에서 또다시 등장인물이 나타나 'C'라는 "원스어펀어타임~"이라며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하도 반복되는 구조다보니 [A-B-C-B-B'-B-C-C'-A…] 등등 어느 이야기가 원래의 이야기인지 헷갈릴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다시 세라자드가 샤리아르 왕에게 들려주는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오니,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해서, <양영순의 천일야화>도 결국엔 '현실의 이야기'인 세라자드와 샤리아르 왕의 스토리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 까닭에 5권의 이야기는 샤리아르 왕과 세라자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왕국은 거센 반란의 서막이 펼쳐지고 말이다. 한마디로 뒤숭숭하단 말이다. 샤리아르 왕은 그 반란의 기미를 알아채고 '주동자'를 색출하게 되고, 반란의 중심이 된 귀족들은 샤리아르 왕이 계속 폭군으로 행세하지 않은 것이 불만족스운 상황이다. 세라자드의 '이야기 치료' 덕분인지 샤리아르 왕의 폭정이 멈춰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족들은 총리대신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반란을 진행시키려다 발빠른 총리대신의 움직임 때문에 오히려 '역습'을 당해 자신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버렸다. 총리대신이 귀족들의 반란을 꼰지르(?)고서 자신의 안위를 보살피려 했는데, 그 발빠른 조치로 인해 오히려 세라자드의 아버지인 대장군까지 반란혐의에 엮여서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아직까지 샤리아르 왕은 세라자드가 '대장군의 딸'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데...
한편,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세라자드는 샤리아르 왕에게 이야기 치료를 계속하게 된다. 이번 이야기는 '마신사냥꾼'에 관한 이야기다. 같은 한 그루의 나무에서 한 쪽에 꽃이 피면 다른 쪽에선 꽃이 지는 나라에 '유진'이라는 마신사냥꾼 이야기 말이다. 마신사냥꾼이란 사람과 마신의 혼종으로 마신과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생식능력'은 잃어버린 독고다이 스타일의 캐릭이다. 원래의 <천일야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양영순이 창조한 캐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진은 마신사냥꾼으로 살아왔으나 가족이 누군지도 모르고 혹독한 훈련을 거쳐 '마라이카의 갑옷'을 입은 채 사냥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감찰대원의 쌍둥이 형을 살해하는 일을 저질러 그 동생인 감찰대원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는데, 유진의 죗값을 심판하기 위해 재판장까지 호송하는 임무를 하필이면 그 감찰대원이 맡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은 범죄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범죄자가 친형을 죽인 살인자라는 것을 아는 감찰대원이다. 이 두 사람만이 떠나는 먼 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사랑하는 가족을 죽인 살인범과 '동행'이라니...아무리 '법의 수호자'라 하더라도 개인적인 감정까지 추스르며 정의의 심판에 기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 둘의 여정은 이어지는데, 호송 도중에 사건이 발생한다. 유진이 범죄자인만큼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산 일도 많았을 터, 호송 도중에 사사로운 심판을 내리겠다며 유진을 살해하려는 무리들이 습격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으라는 유진은 죽지 않고 호송을 맡은 감찰대원이 독에 중독되어 죽을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감독자가 사라지니 유진은 도망가면 그뿐이겠지만, 만일을 위해서 유진의 목에 둘러놓은 '마신뱀'은 감찰대원의 사념에 의해 주문이 걸어져 있었기 때문에 감찰대원이 죽게 되면 유진도 목졸려 죽게 될 판인 셈이다. 그렇기에 유진은 목숨을 걸고 감찰대원을 살려야만 했다. 그렇게 사흘거리의 목적지를 쓰러진 감찰대원을 업고 뛰어 '신의(神醫) 만초'를 찾아 감찰대원을 살려내고 만다.
허나 유진의 목숨은 또다시 위협을 받게 되니, 더 무시무시한 암살자가 유진의 목숨을 해하려 찾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죄 짓고는 못사는 법이다. 암튼 암살자는 끝내 유진의 행방을 찾아냈고, 유진의 목숨은 경각에 달하고야 말았다. 허나 유진은 '불사의 몸'을 지닌 마라이카의 갑옷을 문신으로 새겼기 때문에 웬만한 공격으로는 죽지를 않는다. 그러나 그 암살자는 복수를 다짐하며 유진이 죽을 수밖에 없는 '무기(?)'를 가지고 왔는데, 그 무기가 바로 6권에서 등장한다. 기대하시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