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1 : 위대한 모험의 시작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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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에 이어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가 출간되었다. 뭐, 어린이책이 집중호우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니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지만, '인간탐구'를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류탐험'으로 시리즈를 확장시킨 것을 보면 뭔가 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도 '시즌1'이 끝난 뒤에야 '시즌2'가 나오는 법인데 말이다. 책의 서문에서는 '인간탐구'는 뇌과학을 다룬 과학책이고, '인류탐험'은 고고생물학을 다룬 역사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크게 뭉뚱그려서 과학과 역사를 합친 [빅 히스토리]적 관점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통섭의 시대에 발맞춰서 어린이책 출판에서도 그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책이 등장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이긴 하다.

 

  본격적인 인류탐험의 시작에 앞서, 아우레 행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이 지구, 그것도 먼 옛날의 지구로 찾아와 모험을 떠나는 사연이 1권 전체의 줄거리다. 호모 사피엔스일 것으로 보이는 '쿠'라는 인류의 조상 때문에 아우레인들이 살고 있는 아우레 행성이 박살이 나고 말았는데, 아우레 행성을 예전처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그 '쿠'라는 인류가 아우레 행성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 '사건을 조작'하는 것이 이번 탐험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아우레 행성은 왜 박살이 나게 되었을까? 여기에 중요한 과학적 단서가 두 가지 등장하는데, 하나는 '인공지능'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태양'이다. 우주의 모든 행성은 스스로 밝게 빛나는 항성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행성이 '생명'을 품기 위해서는 '골디락스'라고 하는 항성과 행성 사이의 적당히 떨어져 있는 안정적인 궤도를 돌아야만 한다. 물론 '골디락스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이라고 모두 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생명체가 있더라도 '고도의 지식'을 갖춘 영장류가 살고 있어야 우주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지구인들이 우주의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주 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과학이 발전한 외계종족에겐 현재의 지구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미 겪었을 것이다.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멸종 시나리오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아우레 행성인들도 갈수록 척박해지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인공태양'을 띄워서 아우레인들이 살기에 쾌적한 행성환경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사소한(?) 조작 실수로 인해서 '인공지능'이 오작동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인공태양'이 아우레 행성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그 때문에 아우레의 고도문명은 고작해야 '문명의 쓰레기'나 주우며 근근히 먹고 사는 초라한 행성으로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박살이 나게 된 원인이 바로 '쿠'라는 인류의 오판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인공지능'의 오작동과 '인공태양'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대재앙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은 '아우리온'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서 '웜홀'을 지나 과거의 지구행성으로 '쿠'를 찾아 탐험을 떠났고, 이후의 이야기는 '쿠'를 찾아 시간탐험을 하면서 '초기 인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탐험일지를 써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라는 시리즈가 또 하나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공상과학적인 내용'이 그저 상상의 산물이기만 할까? 그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보다 훨씬 똑똑한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으로 이미 예약이 되었고,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한 실험은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했으므로 얼마든지 필요하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차갑게 식히기 위해 태양과 지구 사이에 거대한 차단막(!)을 만들자는 계획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벌써 지구인들이 과학기술이 이만큼이나 발달한 셈이다. 그런데 왜 안 만들고 있냐고? 그건 '천문학적인 액수'가 필요한 초거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그걸 실제로 '실현'했을 경우에 벌어질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조심, 또 조심히 실행여부를 검토, 또 검토하며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그로 인한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며, 결정적으로 단 한 번의 실수나 오류로도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을 위험천만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지구환경을 황폐하게 만들버리고 말았다. 과학자들이 그토록 경고했건만, '기후변화'는 경고를 넘어 '기후위기'라고 불리며 하루라도 빨리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배출제로'를 달성해야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다시 살기 좋은 환경으로 되돌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하루라도 더 빨리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앞서 말한 '초거대 프로젝트'들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실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들어 '인류 절멸', '여섯 번째 대멸종' 같은 끔찍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언급을 자주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먼 과거로 떠난 아우리온 탐험대의 모험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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