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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 스페이스 오디세이 ㅣ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3
아서 C. 클라크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평점 :
2권의 마무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목성이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태양계에는 '2개의 태양'이 존재했고, 또 하나의 이름은 '루시퍼'라 불렀다. 왜 악마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좀 나중으로 미루고...
실제로 목성이 '항성(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이론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목성은 '행성'치곤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들은 목성의 질량이 조금만 더 무거웠다면 태양계는 '쌍성계'가 되었을 것이고, 우주 곳곳에는 '쌍성계'가 훨씬 더 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양처럼 질량이 작은 별이 홀로 빛나고 행성도 이렇게나 많이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특별한 경우라고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태양계가 '쌍성계'였다면 지구에 이렇게나 많은 생명이 태어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왜냐면 생명은 '밤'에 더 많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지구의 수많은 생명들이 한낮보다는 달빛이 은은한 밤에 '잉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동물'일수록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잠을 자야 하는데, '두 개의 태양'이 번갈아 뜨게 되면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는 '밤의 시간'이 줄어드는 탓에 생명이 번성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더구나 '야행성 동물'의 경우엔 잠보다 더 중요한 '먹잇감 구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동물의 번성'에 큰 차질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생태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 분명하단 말이다.
그런 까닭에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번성하게 되었다. 바로 목성의 위성이었던 '에우로파(유로파)'다. 이제는 목성이 행성의 지위에서 승격을 하여 '항성(태양)'이 되었으니, 에우로파도 당당히 '행성의 지위'를 얻게 된 셈이다. 2권의 초반에 중국의 우주선이 에우로파에 '연료보급'차 착륙을 했다가 괴생명체에 의해 우주선이 파괴되고 유일한 생존자는 '그 사실'을 알리고서 조난을 당하게 되었는데, 비록 소설속 이야기지만 '에우로파'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셈이다. 그러다 목성의 주변에 있던 '티코석판(TMA-1)'이 불현듯 사라졌다가 목성을 '새로운 태양(루시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행방불명이 되었던 데이비드 보먼이 존재를 나타냈고, 새로운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 모든 행성들은 에우로파를 제외하곤 당신들 것입니다. 에우로파에는 착륙을 시도하지 말길.]
과연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3권의 시작은 '루시퍼 탄생'으로부터 50년이 훌쩍 지난 때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에우로파'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리고 왜 하필 50년 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던 걸까? 이런 이야기의 맥락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상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1986년에 지구를 찾아왔던 '헬리 혜성'이 76년 뒤인 2062년에 다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헤이우드 플로이드 박사가 바로 '헬리 헤성'에 직접 착륙해서 탐사를 하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실제로 2003년에 일본 탐사선 '하야부사'가 소행성에 착륙해서 시료를 채취한 뒤 2010년에 성공적으로 귀환한 일이 있었기에, 소설에서 '헬리 혜성'에 착륙해서 탐사를 마치고 유유히 떠나는 장면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비록 하야부사도 무사귀환에는 실패하고 우여곡절 끝에 시료를 채취한 '캡슐'만을 무사히 보낸채, 지구의 대기권 속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지만, 앞으로 더욱 기술발전을 이룬다면 '혜성탐사' 정도는 우아하게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암튼, SF소설 <206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혜성탐사를 무사히 마친 플로이드 박사가 자신의 손자인 크리스 플로이드가 불시착한 '에우로파'로 구조를 떠나면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지게 된다. 과연 '접근금지명령(?)'을 보낸 에우로파에서 무사히 구조작전이 성공적으로 마치게 될 것인가? 이쯤해서 태양계의 새로운 별 '루시퍼의 등장'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 태양계의 이름은 '그리스로마 신화의 족보'에서 따오기 마련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말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성경'에 나오는 악마(사탄)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다니..과연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
사실, '루시퍼'는 하느님을 따르는 대천사의 이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느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죄를 짓고 '타락천사'가 되었으며, 하느님의 명을 거역한 악한 정령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사탄'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작가는 '목성'을 스스로 빛나게 만든 '티코석판'이 어떤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복선을 깔고자 했던 것일까? 그리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에우로파 행성'은 진정한 악의 소굴이 될 거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곳에 불시착한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아서 클라크가 '사악한 악령'을 외계생명체의 근원으로 삼고자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락천사(루시퍼)'의 다른 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루시퍼가 왜 천사의 신분으로 하느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지 말이다. 하느님은 죄 많은 인간들을 벌 주고자 했단다. 그 명을 받은 천사가 바로 루시퍼였고 말이다. 그런데 명을 받고 내려와 벌을 내리려고 하니, '죄를 받아 마땅한 인간들'이 아니라 '불쌍한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루시퍼의 눈에는 말이다. 그래서 불쌍한 인간들이 '회개'를 하고 벌을 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그것이 '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죄가 되어 루시퍼가 '대신' 벌을 받게 되었더란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루시퍼는 '타락천사'가 아니라 죄 많은 인간들 '대신' 벌을 받은 메시아(구원자)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와 그닥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이런 '루시퍼'를 악마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우주를 방랑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더욱 흥미를 더해간다. 곧 마지막 4권의 이야기도 풀어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