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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 나무늘보의 노래 - 달라서 좋아, 동물들의 생존 전략 ㅣ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최재천 기획, 박현미 그림, 황혜영 글, 안선영 해설 / 다산어린이 / 2023년 3월
평점 :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각자 '자기만의 방법'으로 진화를 했다. 1권에서는 '의태'를 다루면서 생물들이 서로 '흉내내기'를 통해서 생존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는데, 2권에서는 '공생'을 다뤄며 생물의 다양성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생물은 '살아남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왜 살아가려고 하는지는 잠시 접어두어야 '생물학'을 보다 깊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생물들의 생존전략이 얼마나 다양한지에만 좀더 집중을 하면 좋겠다.
다시 돌아와서, 자연환경은 생각보다 아늑하고 포근하지 않다. 그렇기에 보다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생존전략'을 짠다. 이를 테면, 육식동물인 사자는 이빨과 발톱을 날카롭게 발달시켰고, 초식동물인 얼룩말은 다리를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발달시켜서 '생존율'을 높였다. 하지만 '에너지효율'만 놓고 본다면 몸집을 불리는 것이 '체온유지'에 유리하기 때문에 몸집이 큰 동물이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몸집을 키우다보면 '급격한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먹이가 풍부한 따뜻한 곳'을 서직지로 삼으면 생존율은 높아지겠지만, 자신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도 덩달아서 늘어나기 때문에 생존율이 급감하기도 한다. 그래서 '먹이가 적은 극한 환경'을 서식지로 삼기도 하는데, 먹을 것이 부족하고 살아가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춥거나 건조한 지역이라서 '포식자'가 현저히 줄어드는 이점이 있어, 의외로 '생존율'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생물은 저마다 '살아가기' 위한 독특한 전략을 세우고, 주어진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이 또한 오랜 시일이 지나고 나면 '진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이렇게나 다양한 생존전략 가운데 '공생'은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아주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이른바 '꽃과 꿀벌의 공생관계'처럼 서로 다른 생물끼리 협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꿀벌'이 사라지면 결국엔 '꽃'도 사라지고, 최종적으로는 '인간'도 더는 살아갈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겪은 '코로나 팬데믹'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로 삼는 '천산갑'을 사람들이 자주 잡아먹게 되면서 '인간'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원래는 '감염고리'가 없던 별개의 개체였던 야생의 '천산갑'과 도시의 '인간'이 어찌하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다보니 복잡한 생태계의 그물로 얽히고 만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깨달아야만 한다. 모든 생물들의 생존전략 가운데 하나인 '공생'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꽃과 꿀벌', '꽃과 나비', '개미와 진딧물' 등등과 같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의 협력적인 공생관계도 생태계는 허용하지만,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관계에서 피해를 보는 '식물의 관점'에서 보면 얻는 것도 없이 빼앗기기만 하는 '기생관계'도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미와 진딧물'이 번성하게 되면 식물은 결국에 말라죽고 만다. 야생에 사는 '천산갑'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품고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었다. 애초에 '감염고리'조차 형성되지 않았던 관계로 '우연히' 천산갑과 인간이 마주치더라도 천산갑에 살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산갑이 인간에게 '특효약'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인간은 야생에 머물던 '천산갑'을 도시의 시장에서도 판매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그렇게 '가깝게' 자주 접촉을 하다보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천산갑에서 인간에게까지 감염을 시키는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 셈이다. 그런데 천산갑을 숙주로 삼고 있을 때에는 크게 위험하지 않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을 수 있게 되자 '면역체계'를 형성하지 못한 인간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인간도 '생태계의 그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사슴을 습격하는 늑대가 골첫거리가 되자 늑대를 몽땅 사냥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포식자'가 사라진 사슴들은 '개체수'가 불어나 숲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숲이 황폐해지자 사슴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사슴을 보호하려고 늑대를 사냥했던 것인데, '인간의 개입'으로 늑대가 사라지자 결국엔 보호하려고 했던 사슴도 사라지고 만 셈이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깨달은 '인간'은 늑대를 복원하였고, 사슴의 개체수가 적절히 유지되자, 숲도 다시 살아나는 '생태계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자연환경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생물의 다양성을 망가뜨리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자연은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물종을 멸종하지 않도록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 셈이다.
물론, 인간도 생존하기 위해 '자연을 개발하고, 인간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동안에 너무 '인간중심적인 개발'만을 앞세운 탓에 야생의 자연속에서 살던 동식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인간이 사는 곳'으로 침범(?)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오히려 인간이 자연을 황폐하게 만든 탓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환경을 황폐하게 만든 탓에 우리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특정한 생물종'을 절멸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테면, 함부로 바다에 버린 쓰레기들이 모여 태평양 한가운데 거대한 '쓰레기섬'이 웬만한 대륙의 크기 만하게 커져서 '바다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었고, 그 섬에 모인 플라스틱이 더 잘게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바다거북의 콧구멍에 들어간 플라스틱 빨대를 기억할 것이다. 심지어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고래의 뱃속에 소화를 시키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잔뜩 들어가서 죽은 사체를 본 일도 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심각한 문제는 그저 '빙산의 일각'만큼일 것이다. 그 아래 잠겨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태계 파괴'를 일삼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을 다룬 어린이책이고,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벌어지는 위험성까지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모님들이 먼저 읽고서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할 '배경지식'으로 삼아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왜 중요한 일인지 설명해주면 좋을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지식'은 없는 법이다. 그리고 '배경지식'을 많이 알고 있으면 있는만큼 세상은 보다 더 넓어보이기 마련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훌륭한 독서법은 이책과 저책 '사이'에 숨겨진 지혜를 찾아내는 '남다른 안목'을 키우는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행간'을 읽어내는 방법과 같은 것이다. 그 행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생물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말이다. 앞서 설명한, 이책의 '지식'을 저책의 '지혜'로 삼는 통섭의 학습법을 숙련시켜야하는 까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