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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동물대탐험 1 : 비글호의 푸른 유령 - 동물들의 숨바꼭질 '의태' ㅣ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1
최재천 기획, 박현미 그림, 황혜영 글, 안선영 해설 / 다산어린이 / 2022년 11월
평점 :
어린이들에겐 '놀이'가 곧 '학습'이다. 다시 말해, 놀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란 말이다. 그런데 전세계적인 감염병이 대유행을 하는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에겐 최악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비대면 학습'이 대유행을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또래끼리' 어울리고 싸우면서 평생에 남을 추억과 함께 '최고의 학습'을 해야만 하는데도, '팬데믹'을 겪으면서 도통 어울리면서 뛰어노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다. 심지어 한층 사람들의 '얼굴표정'을 보면서 여러 감정과 사회성을 배울 나이인데, 사람들마다 온통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쓴 모습만 보았던 터라 요즘 어린이들은 '표정'조차 어색하게 짓고, '감정표현'마저 서툰 경향을 띠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영특한 아이들은 마스크를 뚫고서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내고, 독서와 영상을 통해서 '최고의 학습역량'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향형 어린이'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활달한 성격을 지닌 '외향형 어린이'들은 신나게 떠들고 뛰어 다니면서 학습을 더 잘하는 법인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어린이들과 동식물 등 '생물학'과 관련된 공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방과후 교문앞에서 '병아리'를 파는 날이 많았다. 보통 한 마리에 100원이라는 큰 부담없는 값을 치르고서도 엄마에게 혼날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병아리를 구경하던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떠올려보란 말이다. 자신과 같이 팔딱팔딱 심장이 뛰고 자신의 손 안에서 따뜻함을 뿜어내는 노란병아리를 쳐다보던 그 시절을 말이다. 요즘 아이들이라고해서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요즘이야 강아지다, 고양이다 별걸 다 키우는 통에 조금 시들해졌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밖에도 산으로 들로 시냇가로 온동네를 쏘다니며 온갖 동물과 곤충, 그리고 온 주변을 형형색색 물들이던 여러 식물들을 보고 만지면서 자연스레 '생물학 박사'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도시 어린이들은 이런 자연스런 '경험'을 좀처럼 할 수 없어 안타깝다.
그렇기에 이 책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시리즈는 값질 수밖에 없다. 자연을 뛰어다니며 놀면서 배워야 마땅한데도 '독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운다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웬만한 '생태박물관'보다 더 생생한 생물의 신비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훌륭한 어린이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다윈의 진화론'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낸 점이 매우 좋았다. 요즘도 어린이들에게 '진화'란 애니메이션 <포켓몬>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더 익숙할 테지만, <포켓몬>에서 등장하는 '진화'는 다윈의 진화론과는 사뭇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우려가 크다. 어쩌면 <포켓몬>에서 말하는 '진화'란 곤충의 탈바꿈(변태)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로 이어지는 곤충의 탈바꿈처럼 '피카츄-라이츄'로 탈바꿈한 것이다. 여기서 포켓몬 진화는 '능력향상'을 보이기 때문에 '생물의 진화'도 점점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진화는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꼭 진화를 했다고 해서 더욱 '고등생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진화론의 잘못된 상식'까지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의 주제는 '의태'다. 의태란 어떤 생물이 다른 생물을 흉내내거나 닮아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생물의 세계에서 '의태'는 매우 흔히 벌어지기 때문에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여기서 '진화론의 핵심'을 파악해두는 것을 학습센스쟁이들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바로 어떤 생물이라도 '의도적'인 의태를 하며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도태'다. 이는 '환경적응'에 유리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의 대원칙으로, 같은 생물인데 우연히 '색깔'이 다른 A와 B가 있다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해 A가 B로 색깔을 순식간에 바꾸는 것은 '진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진화'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 어떤 생물도 '한순간의 짧은 시간'에 스르륵 모습을 바꿀 수 없다. 그러므로 '의태'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나뭇가지'를 닮은 대벌레의 조상이 포식자인 새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았는데, 그 이후로도 점점 더 '나뭇가지'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대벌레만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후손을 남겼고, 그밖의 대벌레의 조상들은 포식자의 눈에 잘 띄어서 후손을 많이 남기지 못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올바른 것이다.
또한, 원숭이가 '진화'하여 인간이 된 것도 아니다. 영화 <혹성탈출>에서는 전쟁이나 재앙으로 인해 '인간의 절멸'한 빈 자리를 원숭이를 비롯한 유인원들이 차지하고서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게 되었다는 스토리라인을 짜서 흥미를 끌었으나, 이는 '진화론'에 위배되는 내용일 뿐이다. 원숭이와 인간이 서로 닮은 것은 그들의 머나먼 조상이 '하나인 공통조상'이었는데, 우연찮은 계기로 서로 다른 개체로 진화를 해온 것이라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원숭이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결코 '인간'으로 진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저 더 똑똑한 원숭이일 뿐이다.
이러한 '진화론의 핵심'을 이해하고 나면 '생물의 의태'도 살아남기 위해 특정한 생물의 모습이나 냄새 따위를 발바르게 '흉내낸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흘러 '특정한 모습이나 냄새'를 생물종이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더욱더 많이 살아남아 '후손'을 남겼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생물의 모습이 '우연찮게' 닮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의태를 '흉내 내기'라고 단순이해를 하고 나면 꽃등에가 벌과 닮기 위해서 '특정방향'으로 진화를 한 결과라고 잘못 이해할 리가 없게 된다. 그저 꽃등에의 머나먼 조상 가운데 '벌'과 비슷한 모양을 지닌 꽃등에게 더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었고, 점점 더 벌의 모습과 닮은 꽃등에만이 더 많이 살아남아 '개체수'가 늘어나게 되어 지금의 꽃등에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이해하면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 '우등생'인 것이다.
평소 최재천 선생님은 '통섭'이라는 학습법을 강조했다. 통섭을 쉽게 말하면 '하나'를 깨우치면 '열'을 깨닫는 것이라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교육을 넘어 '이쪽의 지식'을 '저쪽의 지혜'로 삼는 통섭교육은 어린이들의 창조융합능력을 키우는데 아주 적합한 학습법일 것이다. 바로 그 '통섭'을 강조한 선생님이 직접 참여해서 쓰신 책이니 얼마나 훌륭할 것이냔 말이다. 앞으로 이 책의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