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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3 - 대항해 시대의 콜럼버스와 엘리자베스 1세 ㅣ 벌거벗은 세계사 3
최호정 그림, 김우람 글, 박구병 외 감수,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기획 / 아울북 / 2022년 11월
평점 :
콜럼버스의 '신항로 개척'은 유럽이 이끈 '대항해시대'를 맞이하는 시작이었다. 그리고 새로 개척한 '바닷길'이 열리자 인도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톡톡히 이득을 보던 '이슬람 문명의 쇠퇴'를 알리는 교두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메리카 대륙에서 강탈한 금은보화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스페인)는 일찌감치 해상무역을 선점한 해양강국으로 우뚝 선다.
하지만 아메리카에서 들여온 엄청난 물량의 금과 은이 너무 많이 유통되는 바람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었고, 구교와 신교의 종교갈등으로 이곳저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무적함대'를 이끌던 스페인은 점점 경제적으로 몰락해가고 있었다. 그때 마침 영국에서는 헨리8세가 영국 국교회를 공인하면서 '절대왕정'을 누렸고, 그녀의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 1세가 집권을 하면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는 등 빛나는 업적을 남기며 '대영제국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콜럼버스'와 '엘리자베스 1세'라는 위대한 인물을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3>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 영웅이기만 한걸까?
우리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헌신한 사람을 '역사적 위인'으로 꼽고 '영웅'이라 칭송하길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 아닌가?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사람이었지만 에스파냐의 총독으로 임명되어 '신대륙 발견'을 발견하여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준 자랑스런 인물임에 틀림없다. 엘리자베스 1세도 유럽의 변방이었고, '외딴 섬'에 불과한 작은 나라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정도로 위대한 대영제국을 만드는데 발판을 마련한 훌륭한 여왕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빛나는 업적의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죄없이 죽음을 당해야 했고,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겨야 했으며, 죽을 때까지 채찍질을 당하며 온갖 노역과 수모를 당하는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 바로 '아메리카 원주민'도 아니고 '인디언'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믿음의 자유를 빼앗긴 '종교전쟁'으로 말이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도착한 곳이 '인도'라고 철썩같이 믿었고, 그래서 지금의 '캐리비안 해' 주변의 섬들을 '서인도 제도'라고 부르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분명 '인디언(인도사람)'도 아니고, 애써 유럽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부르려면 '아메리카 원주민'이라 불려야 마땅한데, 지금도 여전히 '인디언'이라 불리고 있는 것은 애초부터 이 '원주민들'을 제대로 대우해줄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을 짐작케 해준다. 그런 까닭에 자신(백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황금을 얻지 못하면 서슴지 않고 학살도 자행하고, 노예로 부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무참한 짓으로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을 살다 죽게 만든 악마, 그 자체였다. 그렇게 아메리카의 문명이었던 아즈텍과 마야, 잉카 문명이 차례차례 모조리 말살되고 말았다. 스페인은 바로 여기서 빼앗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유럽 최강의 함대(무적함대)를 앞세워 대서양을 누비며 '해상무역'을 독점할 수 있었다.
바로 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극적으로 몰살시키며 새로운 해상강국으로 발돋움한 이가 '엘리자베스 1세'였으며, 그녀는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데 첫 삽을 뜬 훌륭한 여왕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위대한 대영제국의 여왕폐하께서도 빛나는 업적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희생양을 제물로 삼아야만 했다. 물론 그 '학살의 시작'은 그녀의 아버지인 헨리8세가 시작하였다. 아들을 낳는 왕비를 얻기 위해 수차례 이혼을 했고, 가톨릭 교황이 이혼은 불가하다고 통보하자, '국교'를 바꿔서 자기 스스로 '새로운 종교의 수장'이 되어 맘대로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절대왕권을 누렸던 터였다. 그 '절대왕권'으로 인해 헨리8세는 '이교도 숙청'을 자행했고, 그의 첫째 딸인 '피의 메리 여왕'도 똑같이 따라했으며,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 1세도 마찬가지로 학살을 자행했다. 왜 영국의 퓨리턴들이 '믿음의 자유'를 얻기 위해 좁디좁은 메이플라워 호에 몸뚱아리 하나만 싣고 대서양을 횡단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당시 영국은 이교도를 불에 태워 죽이는 '화형'이 멈춘 날이 없을 정도였단다. 왕이 영국 국교회로 강제로 바꾸자 '가톨릭신도'와 '청교도신도(퓨리턴)'가 화형을 당했고, 다시 가톨릭을 믿는 여왕이 들어서자 '국교회신도'와 '청교도신도'가 불살라졌으며, 또다시 국교회를 믿는 여왕이 왕위에 오르자 '가톨릭신도'와 '청교도신도'는 툭하면 화형을 당하고 말았다. 어디 이뿐인가. 딴 나라가 종교전쟁(구교와 신교의 싸움)을 벌이면 영국은 둘 중 하나를 골라서 전쟁을 치룰 정도로 '전쟁을 참 좋아하는 왕'이었다. 과연 이들 왕들이 영웅이라 불려도 되는 걸까?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을 때, 수많은 나라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늘날의 경제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제국국가'였으며, 전세계를 '식민지'로 삼던 '약탈국가'였고, 그 식민지인들의 미개함을 문명화시켜주겠다는 아름다운 명분을 내세워 '학살'을 자행한 나라가였는데,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한 나라였으며, 세계 어디에도 식민지를 만들지 않았으며, 식민지를 만들지 않았으니 수탈과 약탈을 한 적도 없는데, 오직 자신들의 힘만으로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한류열풍'으로 붐을 일으키고 매료시켜버렸기에 엄청난 부러움을 샀기 때문이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지금 쪼금 심각하게 삐걱거리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다니고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세계사를 배우면서 '위대한 위인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쟁광'에다가 '학살자'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고,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덕을 베풀며 덕으로 흥하게 되면 덕으로 망할 수 없는 법이다. 덕으로 흥한 자를 망하게 만들면 '부도덕'하다 욕을 먹기 때문이다. 역사를 배우며 '한국사=수난사'라고 부끄러워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왜 우리는 알렉산드로스나 칭기스칸, 나폴레옹처럼 위대한 영웅이 나오질 않느냐고 한탄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한민국이 세계적 위상을 드높이며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되니, 어떻더냔 말이다. 모두가 부러워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 위대함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바로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드높일 주인공들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인류공영을 위해 당당히 앞장서는 빛나는 업적을 세울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