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원전 완역판 7 : 망촉
요시카와 에이지 엮음, 바른번역 옮김, 나관중 원작 / 코너스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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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유비에게 머물고 다스릴 영지가 마련되었다. 오랜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세상을 만들 터전이 생긴 것이다. 바로 '형주'다. 조조의 100만 대군에 맞서 유비와 손권은 손을 잡고 '불의'에 맞선 다음에 유비가 갖게 된 영지인 셈인데, 실상을 좀 들여다보면, '적벽대전'은 결국 '조조 vs 손권'의 싸움이었는데, 싸움의 패자인 조조는 수많은 군대와 강남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잃은데 반해, 싸움의 승자인 손권은 조조의 세력을 '강북(장강 이북)'으로 내몰았을 뿐,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셈이 되었다. 옛 유표의 영지였던 '형주땅(양양, 강릉, 강하 등등)'은 유비가 홀랑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적벽의 승리'는 손권, 혼자만의 힘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유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지만, 손권으로서는 큰 승리의 대가로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셈이 되었으니 속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까닭에 유비가 애써 얻은 '형주땅'은 온전히 자신의 땅이 아닌 손권에게서 '빌려 왔다'는 형태로 끝을 맺게 된다. 훗날 유비가 '촉땅(익주)'을 얻을 때까지 말이다. 유비와 손권이 서로 불화를 겪게 될 빌미가 된 사연이다. 암튼, 유비는 '형주'를 발판 삼아 제갈량이 구상했다고 전해지는 '천하삼분지계'를 실현시키려 한다. 비로소 '위촉오, 삼국의 시대'가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하지만 '천하삼분지계'는 좋은 구상은 아니었다. 앞으로 유비가 얻게 될 '촉땅'은 조조가 차지한 중원땅과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고, 험한 지세로 가로막혀 있어 '한 번 들어가면' 좀처럼 바깥으로 나오기 힘든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좋은 땅'은 이미 조조와 손권이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유비가 뒤늦게 발판을 마련한 것도 너무 늦은 감이 든다. 그런 까닭에 유비에게 '형주땅'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바로 '외진 촉땅'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비록 촉의 북쪽에 있는 '한중땅'이 있기는 했지만, 그쪽도 결국엔 '조조의 세력'이 선점을 해버린 까닭에 유비는 애써 얻은 촉땅이건만 뻗어 나갈 수 있는 '문'이 꼭 닫혀진 셈이다. 나중 일이긴 하지만, 유비와 조조가 죽은 뒤에는 더욱더 꽉 막힌 형세가 유지되고, 촉과 동오의 관계가 험악해진 까닭에 '제갈량의 출사표'는 유명무실해질 뿐이었다. 그 까닭은 바로 '인재의 부족'에 원인이 있다. 애써 땅을 얻었지만 그 땅을 다스리고 지켜낼 '사람'이 부족해진 촉은 너무나도 불리한 형세에 놓이게 된 셈이다. 그런 까닭에 '천하삼분'이란 이름은 그저 이름에 그쳐 버리고 '한나라'는 멸망의 절차를 밟게 될 뿐이다. 그리고 뒤이어 펼쳐진 '위진남북조', '5호16국' 시대는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대였다.

 

  어쨌든, 다시 이야기로 돌아오면, '적벽대전'을 거쳐 '유비의 혼인', '마등의 죽음', 그리고 '유비의 입촉'까지 펼쳐진다.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주목받아 마땅한 이는 '어린 봉황(봉추)'이라 불리는 '방통'이다. 유비가 조조에게 쫓겨 형주에 도착했을 때 사마휘가 "와룡과 봉추 중 하나라도 얻게 된다면 천하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하지만 유비의 입촉 과정중에 방통은 '낙봉파'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사람이 태부족한 유비의 세력에겐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던 셈이다. 방통이 온전히 살아서 유비의 입촉을 도왔다면, 촉땅엔 제갈량이, 형주엔 방통이 머물면서 온전히 지켜냄은 물론이고, 훗날 유비가 중원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화수분'처럼 쏟아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정을 취하고서 북쪽의 '한중땅'을 넘어 중원의 서쪽과 남쪽에서 조조 세력을 공략했으면 빵빵한 물자를 바탕으로 천하를 통일하는 위엄도 충분히 뿜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도 '유비가 오래 살았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했을 것이다. 왜냐면 유비가 겪는 인재부족은 그의 아들인 '아두의 모지람'이 최정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아비의 성품을 반의 반만이라도 갖췄다면 좋았을 것을 애초의 그릇이 작은 탓에 제갈량조차 십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방통의 이른 죽음'으로 벌어진 일이니, 그의 죽음이 더욱더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더욱 어이 없던 죽음은 바로 '주유와 마등의 죽음'이다. 주유는 제갈량과 더불어 적벽의 대승리를 거두는 일등공신이었건만, 속이 너무 좁은 인물이었다. 특히 자신의 재능보다 더한 제갈량의 재능을 시기하고 질투한 덕분에 제 명을 다 살지도 못하고 죽은 어리석은 인물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기 마련인 것을 어찌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능력'을 질투하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죽는단 말인가. 만년 2인자로 살아야만 했던 '폭풍저그 홍진호'도 자신의 능력을 '스타크래프트'라는 한계에 가두지 않고 프로게이머를 넘어 다양한 재능을 펼치며 '화려한 재기'를 보여주고 있건만, 어찌하여 주유는 오직 제갈량이라는 산을 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속좁게 운명을 한줌의 재로 불사르고 말았느냔 말이다. 오나라에 주유보다 못한 인물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런 인물도 제각기 능력을 발휘하며 오래오래 살았건만, 주유는 그러지 못했으니 속좁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등은 서량땅에서 힘을 길러 '헌제의 밀지'를 받아 역적 조조를 죽일 수 있는 명분을 얻었는데도 조조가 펼쳐놓은 '그물망'을 피하지 못하고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아들 '마초'는 아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한순간이나마 조조를 궁지로 내모는 역량을 발휘했으나, 지혜가 부족한 탓에 '조조의 모사꾼들'에게 휘둘리다가 마등과 의형제를 맺은 한수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스스로 몰락하고 만다. 훗날 유비와 힘을 합쳐 조조에게 복수를 하려 들지만 그 꿈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만다.

 

  어찌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니 어느덧 <삼국지>도 종반을 향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은 하나둘 떠나보낼 시간이 된 것이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본격적인 '위촉오, 삼국의 시대'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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