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영화처럼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 ㅣ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3년 4월
평점 :
우리는 역사를 '한국사'와 '세계사'로 나누어 배우는 경향이 있다. 각 나라별 역사를 공부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한 나라'를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역사가 어찌 '국내와 국외'를 칼로 무를 자르듯 반듯하게 나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면 분명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무엇'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역사는 한데 뭉뚱그려서 '통찰'을 하듯 바라보면서 공부를 해야지 '한국사' 따로, '세계사' 따로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나라를 둘러싼 나라들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특히, '한중일, 세 나라의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깊이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그 가운데 이 책은 '중국사'를 후루룩 들이킬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나게 풀어썼기에 '중국사 입문용'으로도, 폭넓게는 '역사 입문용'으로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심지어 역사와 담을 쌓았던 독자라도 쉬이 빠져들며 읽어나갈 수 있을테니 한 번쯤 필독해보길 권한다.
우리에게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상으로 굉장히 먼 나라에 속한다. 물론,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고, 유교, 불교, 도교 등 사상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지만, 지금도 '공산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가로막고 있다. 심지어 '한국전쟁' 당시에는 우리를 침공한 나라였고, 지금도 우리와 적대시하고 있는 '북한'과 형제관계 운운하고 있는 상황이라 마냥 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데도 <삼국지>와 <초한지>, 그리고 <수호지> 같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나라인 까닭에 꽤나 친숙한 느낌을 지울 수도 없다. 한국사에서도 중국은 빠지지 않고 등장을 하며 우리가 전통사상을 이야기하며 '공맹사상'이니, '노장사상'이니 동양사상을 거론할 때에도 중국의 '요순시대'와 '춘추전국시대'를 들먹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작 <중국사>에 대해서 깊이 얘기하지 못한다. 알면서도 잘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국의 역사를 너무 띄엄띄엄 공부한 탓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역사는 흐름이 중요한 법이다.
거기다 우리는 중국과 너무나도 자주 싸웠다. 중국사의 시초라고 하는 '삼황오제시절'부터 동이족의 수호신인 '치우천왕'과 수없이 싸웠다고 하며, 상나라의 유적이 발굴된 '은허'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적은 거의 대부분 '동이족'의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서 연구를 할 수 없다. 중국정부가 '중국땅' 안의 모든 것은 '중국사'라고 트집을 잡고 있기에 다른 나라의 역사학자들은 출입국조차 쉽지 않고, 역사연구를 목적으로 한다면 심한 '검열'을 하고, 심지어 자기네들에게 불리한 사료가 나오면 '체포와 수감'까지 불사하고 있는 탓에 '고대사 연구'는 더욱더 힘들다고 한다. 정황으로 봤을 때 분명 '한국의 역사'인 것이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암튼, 그런 세세한 내용까지는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으니 살짝 재껴두고, 우리와 똑같은 '반만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중국사의 흐름을 조명하며 읽어나가면, 도리어 '한국사'가 절로 이해되는 '역사의 이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너무 자주 싸운 탓에 '공통의 역사'도 많기 때문이다. 한무제는 '고조선 멸망', 수당시대는 '고구려침공 및 멸망', 송요금원시대에는 '고려의 위상'을 느낄 수 있으며, 명청시대에 '조선'이 중국사를 들었다놨다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를 잘 들여다보면 중국이 '분열의 시대'를 겪을 때에는 한국이 '부흥의 시대'를 맞이하고, 중국이 '통일제국'을 건설하게 되면 한국이 '위기의 시대'를 겪게되는 묘한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국사'를 깊이 이해해야 하는 주목적이다. 중국은 우리에 비해 엄청 큰 대륙이라는 지리적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이 분열되면 우리에겐 '기회'가 되고, 통일을 하면 '위협'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분열되었을 때 중국은 '부흥'했고, 우리가 통일했을 땐 중국도 바짝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중국의 초기역사는 미약했고 혼란했다. 그렇기에 '고조선'은 대륙을 호령하는 강국있었고, 중국이 진한시대에 통일을 한 뒤에 '고조선'은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이 위진남북조(5호16국)시절을 겪을 때 '고구려'는 천하의 중심이라 외칠 정도였다. 하지만 수당제국으로 중국이 또다시 통일을 하자 고구려는 수차례의 대규모 침공으로 멸망하고 말았다. 또다시 중국이 '5대10국', '송요금원'으로 분열하자 우리는 북쪽에 발해가, 남쪽에 고려가 차례로 등장해 각각 당당히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랑하였다. 하지만 몽골이 '원제국'으로 통일을 하자 고려는 다시 위축되고 말았다. 이후 명청시대에도, 현재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비록 현재는 우리가 '남북'으로 분열하여 중국에 짓눌린 상황에 처했지만, 중국의 공산주의가 쇠퇴하여 혼란해지고, 우리가 통일을 이룩하면 또다시 반전이 일어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중국사'에 깊이 빠져들어야만 한다. 아예 '한국사와 중국사'를 뭉뚱그려 '동아시아 대륙사'로 같이 묶어 빠삭하게 파헤쳐야 마땅하다. 분명 앞으로는 그리해야만 할 것이다.
역사공부는 다분히 '자국중심주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세계사를 배우며 '서양의 위대함'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되는 것처럼 '중국사'를 다루면서 '대륙의 스케일'에 압도될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대륙의 원래 주인이었다는 심정으로 '중국사'를 바라보면 의외로 '중국의 빈틈'이 굉장히 많고 상당히 크다는 사실도 엿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우는 것들이 훨씬 더 많게 된다. '해야 할 일'도 많고 말이다. 중국이 '동북공정' 따위로 무한한 자국이기주의 사상의 근거를 조작하려는 속셈도 같은 이치다. 하지만 중국은 심각한 '과장법'을 자주 사용하는 못된 버릇이 있기 때문에 애써 마련한 자기애적인 이기주의조차 헛물켜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바로 이 틈을 파고 들어 우리는 '냉철한 이성'으로 한국사를 다시 써야만 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할 수 있는 역량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그 역량을 발휘해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역사분야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게 되면 중국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더 냉혹한 법이다. 대한민국의 국력은 아직까지 중국과 맞짱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편이다. 중국을 비롯해서 미국, 일본, 러시아, 심지어 북한과도 '역사적 명분'에서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오랫동안 중국의 속국 행세에 익숙했고, 청나라가 멸망하면서 속국신세를 면하나 싶었는데, 일제가 강제로 '식민통치'를 했으며, 해방된 뒤에는 '미국과 소련의 군사통치'로 혼란했고, 곧이어 터진 '한국전쟁'으로 남북으로 분단된채 오래도록 '미국의 그늘'에서 쑥쑥 성장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정도로 성장하긴 했으나, 막상 '홀로 우뚝 서 본 경험'이 없는 관계로 자신감이 실종된 상태가 우리가 직면한 처지다. 과연 우리는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역사는 거대한 중국조차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게 만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도 거대한 중국을 쫄게 만든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그 시절이 되돌아오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다. 이제 전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사의 변방이 아니라 '주역'이 되었단 말이다. 그렇다면 하루 빨리 '홀로서기'를 달성해야만 한다. 중국사의 흥망성쇠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역사공부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이 분명 '그 시작'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