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사회 통합 및 양극화 해소 방안 연구
이진로.채진원.하봉준 지음, 한국정치평론학회 엮음 / 인간사랑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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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회는 꽤 심각하게 분열되었다. 보수 vs 진보, 우파 vs 좌파, 친일 vs 종북, 이뿐 아니라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등 헤아릴 수도 없이 수많은 갈등양상을 보이고 하루가 멀다하고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펙트체크하느라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새로운 이슈를 들먹이며 떠들썩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분열의 핵심쟁점은 언제나 '빈부격차'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어가는데 빈자는 일상을 걱정할 정도로 빈털털이..아니 빈털털이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영끌해서 장만한 '내집'은 고금리로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무리해서 투자한 주식과 코인은 반토막도 건지지 못해 날이 갈수록 '적자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이런 마당에도 정치와 언론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의 장을 마련하지는 못할 망정 더욱더 갈등을 조장하고 격차를 벌려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원흉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살 길은 '똑바로 선 언론'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언론의 사회 통합 및 양극화 해소 방안 연구>는 뜻깊다.

 

  사실 일반대중은 첨예한 갈등과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 솔직히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오직 '대한민국의 이익'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될 뿐이지, 어느 당에서 나오건, 어떤 편향을 갖고 있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훌륭한 고양이다"라고 말했다. 막말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선도적인 위상을 펼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로 압도적인 경제력과 정치력,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힘을 과시할 수 있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겠냔 말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모든 정당이 오직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저마다 재주를 뽐내려한다면 무엇인들 마다하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다못해 못죽여서 안달이 나는 정치를 하고 있으니 뭐라도 사단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점은 '언론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해야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텐데, 대한민국 언론은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편향성을 추구하는 것을 숙명처럼 여기고, 이쪽 언론은 저쪽을 깎아내리고, 저쪽 언론은 이쪽을 혐오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과 이슈로 '저들만의 밥벌이'를 할뿐, 언론의 핵심인 '건전한 여론 형성' 역할은 아예 포기한 상황까지 전락하고 말았다. 오직 갈등을 조장하고 혐오를 양산하는 이슈를 전달하는 것에만 올인한 상황이란 말이다. 더구나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은 애저녁에 포기하였다. 이른바 '기계적 중립'이란 미명 아래 '국민여론을 호도'하게 만들고, 정치권과 경제계의 잘못에 분명한 비판을 제시해야 함에도 '양쪽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 무슨 안건이든 '50 : 50'이라는 균형을 맞추는 바람에 '압도적인 여론'조차 불을 꺼버리는 '관영매체'로 스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언론'을 신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미 양극화의 끝자락으로 치달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조명하고 적절한 해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해소방안은 다른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 스스로 해내야만 한다. 먼저 첨예하게 갈라진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수든 진보든 목적은 하나다. 대한민국이 잘 사는 것 말이다. 문제는 '방법'인데, 이른바 '부자감세 vs 복지포퓰리즘' 이란 대립구조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세금은 부자만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싫어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국민 모두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세금의 형평성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부자가 좀더 많이, 빈자가 혜택 많이' 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잘 살기 위해 '얼마만큼의 세금'이 필요한데, 이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공평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집중조명'하려는 노력부터 보여야 한단 말이다. 이런 조명을 하는 역할은 바로 '언론'이 할 일이다. 언론이 앞장 서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비추어주면 온국민이 판단하여 지지할 세력을 찾고, 어려운 일에도 손발을 걷어부치고 나설 것이 아니냔 말이다.

 

  언론이 바뀌면 국민들도 언론을 신뢰하게 된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가짜뉴스'에는 가차없는 '팩트체크'로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건전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쪽의 목소리 '한 번'이면, 저쪽의 의견도 '한 번'이라는 기계적 중립 따위는 집어치우란 말이다. 누가 봐도 '살인자'가 분명한데, '어떻게 해서'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변명을 전달하는 짓도 그만 둬라. 어떤 정치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달하기만 하는 '기사'는 그만 써라. 그 정치인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자의 양심'과 '언론의 사명감'을 가지고 오직 국민을 위한 '소신발언'을 하란 말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기자'가 될 것인지 '기레기'가 될 것인지는 바로 이것에 달렸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들도 깨어나야 할 때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대가리가 깨져도 '누구'를 지지한다는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방향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방향을 틀어버릴 수도 있는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옳다거나, 분명 잘못된 것이 틀림없는데도 '남 좋은 일은 절대 못한다'는 심보라면 될 일도 망칠 뿐이다. 오직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얼마든지 다른 이의 주장과 의견을 듣고 난 뒤에 반드시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내 이익'과 '우리나라의 이익', 그리고 '인류공영발전'에 위배되는 일이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첨예한 사안이라면 '더 큰 이익'을 위해 편을 들어야 하고, 기꺼이 '자기희생'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오직 그것만이 대한민국 사회가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내린 판단이 올바른지 혹은 그른지 적절한 판별을 하기 위해 평생공부도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한 '훌륭한 정보'가 담긴 연구서다. 국내의 문제를 국외의 사례와 비교분석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한 점도 좋았다. 언론의 사회통합 역할을 위해선 '정치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과 그 방안으로 '사회적 합의로 도출된 원칙으로 복지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도 공감한다. 한편 '언론양극화'는 더욱 어려운 문제다. 우리 언론이 기계적인 중립 자세로 보도하는 경향이 강한 탓에 올바른 여론 형성을 언론 스스로 막아왔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다수의 의견'은 더 많이, '소수의 의견'은 낮은 비중으로 '여론의 현실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실에 더욱 부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찬반 양쪽의 대화와 타협을 '사회적 합의'에 담아 진실되게 보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중간'일 것이고, 이것이 언론이 지향해야 할 점이라는 지적에도 공감한다. 여기에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양수준을 높이면 첨예한 갈등으로 싸울지언정 '품격있고 우아하게' 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 아름다운(?) 싸움이 보고 싶다.

 

인간사랑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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