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상상놀이터 2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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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말한다. 평화를 지키려면 전쟁을 대비하라고 말이다. 또한, 평화를 위한다면 상대보다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 감히 우리를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상대보다 더욱 더 강한 무기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해도 그닥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그 강한 무기를 끝내 만들고 말았다. 단 한 발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순삭시킬 수 있고, 서로를 향해 수십 발을 쏘아대는 것만으로 온 지구의 생태계를 망가뜨려, 결국 인류의 멸망을 앞당길 '핵무기'를 말이다. 다행히 여지껏 단 두 발밖에 '떨어뜨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만 발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중 1/10만 터뜨려도 온 지구는 끔찍한 일을 치루게 되겠지만 말이다. 인류는 그런 끔찍한 일을 잘 알고 있기에 아직까지 만들었으나 쏘지는 않는 '암묵적인 합의'를 도출해내었다.

 

  물론 전쟁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비극이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곳곳에서는 '내전(시빌 워)'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강대국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자신들보다 한 없이 약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향해 거침없이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하지만 약소국이라고 해서 마냥 당하고만 있지도 않는다. 그들은 처참하게 패배하고 망가져 가고 있지만 결코 '항복'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전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결국 '누구도 승리하지 못할 전쟁'의 마침표를 찾지 못하고 헤맬 뿐이다.

 

  만약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만에 하나라도...핵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라면 '서로를 향해' 아낌없이 쏘아 댈 것이며, 한 쪽만 보유한 상황이라면 '또 다른 나라'가 끼어들어 '핵우산 카드'라고 이름을 붙여 대신 쏘아 댈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파괴할 것이 분명한 '핵전쟁'이 벌어지고 난 뒤에는 어떤 상황이 펼쳐지게 될까? 이 책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은 바로 그 '핵전쟁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상상하며 쓴 소설이다. 1983년이 쓰여졌기에 '독일 통일(1991)'이 아직 이루어지기 전을 배경으로 삼았다. 바로 서독은 미국을 대신하고, 동독은 소련을 대신하여 '냉전체제'에 종지부를 찍고서 서로를 향해 핵탄두가 실린 미사일 '버튼'을 눌렀다고 가정한 뒤에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전쟁의 원인' 따위는 밝히고 있지도 않다. 그저 '핵폭탄'이 터진 상황만 보여줄 뿐이다.

 

  물론 '핵폭탄'이 터졌다고해서 곧바로 지구가 붕괴되거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은 끊임없이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원인 모를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원자병'이라 불리는 병은 아예 치료가 불가능하다. 엄청난 고용량의 방사능에 피폭이 되면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심각한 '유전자 변형'으로 인해 치료를 할 방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병원치료라는 것은 '자가치료(면역체계)'를 도와주는 역할일 뿐, 망가진 유전자만 골라내어 '정상 유전자'로 치유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유전자'가 망가지면 다시 원래대로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원자병'은 그래서 무섭다.

 

  다행히 핵폭발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방사능 피폭'을 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은 오랜 시간동안 남아 우리가 숨쉬는 '공기속'에, 마시는 '물속'에, 그리고 먹는 '음식속'에 남아 숨쉬고, 마시고, 먹는 행위를 하면 할수록 '우리몸'에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디다 '그 이상'이 축적이 되고나면 결국 '유전자 변형'을 시킬 것이며, 한 번 변한 유전자는 다시는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고 '끝없는 고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렇게 '변형된 유전자'는 고스란히 유전되어서 뒤이어 태어날 아이들에게도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원자병'은 2세, 3세, 4세, 5세...그 이상의 후손들에게도 고스란히 '유전'되어 태어날 때부터 고통받을 것이란 말이다. 허나 이런 고통도 엄마의 뱃속에서 '건강'히 자라다 '안전'하게 순산한 뒤에 받을 고통이다. 대부분은 '유산'되어 햇빛도 받아보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들을 향해 '천벌받을 부모들'이라고 욕을 써놨다. 어른들이 저지른 전쟁 때문에 자신들은 어른이 되어 보지도 못한채 고통받으며 죽어갈 뿐이라고 말이다.

 

  솔직히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너무 끔찍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모른채 죽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핵폭발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마을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모든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그나마 나았다. 어린이들은 '핵폭발' 이후에 벌어진 끔찍한 아비규환의 다툼속에서 '힘쎈 어른들'에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심지어 쉴 곳도 다 빼앗기고서 '도둑고양이'마냥 먹을 것을 몰래 훔치려다가 매를 맞아 죽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또한 심한 굶주림에 아프고 병이 들면 제때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서로를 끌어안은채 죽어갈 뿐이었다. 어제 한 아이가 죽고, 오늘 두 아이가 죽고, 그렇게 하나둘 죽고 나면 마지막으로 죽은 아이가 서툰 솜씨로 묘비를 만들어주고서 자신은 맨바닥에 쓸쓸히 죽어나자빠질 뿐이었다. 그나마 서둘러 찾아온 '핵겨울'에 '방사능 낙진'으로 오염된 하얀눈이 그 작은 주검 위를 덮어주었다.

 

  그럼에도 온정은 남아 있어 그러한 비참한 죽음에 이르기 전에 마을 어른들이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하나둘 거두어 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썼고, 이미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와 마실거리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이들에게 남은 희망이란 것이 있을까?

 

  다행히 아직까지는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고, 그 보유량만으로도 지구를 절딴내고도 남을 만한데, 여기에 더 보태서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없어도 될 '핵무기'를 생산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21세기에 접어드니 국가간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고, 이런 불평등을 해소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전세계 곳곳에 갈등과 불화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니 '핵전쟁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류는 이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벌어진 비극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미국의 '스리마일', 그리고 일본의 '후쿠시마' 등등에서 죽음의 방사능이 아직도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핵전쟁의 무서움'을 잘 모르고 있다. 그저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에만 떨어지지 않으면 그뿐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 책을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구마을 어느 곳에라도 '핵폭발'이 일어나게 되면 모두가 '똑같이'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핵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 단 한 발의 핵폭탄도 터뜨려서는 안 될 일이다. 그 뒤에 벌어질 무서움을 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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