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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세계사 10 - 현대 세계의 냉전과 변화 ㅣ 처음 세계사 시리즈 10
초등역사교사모임 지음, 한동훈.이희은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7년 2월
평점 :
현대사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제 뜨거운 열전의 시대는 저물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전세계가 '자본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로 갈라져서 맹렬하게 대립하는 양산을 띠게 되었다. 이른바 '냉전시대'가 열린 것이다. 냉전은 과거의 피튀기는 열전과 대비될 정도로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전쟁'만 벌어지지 않았을 뿐 열전 못지 않은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자본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공산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소련이 대립하는 구도로 말이다.
현대사를 간단하게 소개할 방법은 없다. 크게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벌어졌고, 작게는 이 두 나라의 '대리전' 양산을 띠었기 때문에 세계대전에 비해서는 매우 협소한 '공간' 안에서 세계대전 못지 않은 살육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전'의 성격을 띠었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결국엔 '미국 vs 소련'이라는 양진영의 갈등이 그 원인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 대표적인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다. 두 전쟁 모두 '자본주의 vs 공산주의'라는 이념전쟁이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그 속내에는 '미국과 소련'이 벌이는 자존심 대결이었던 것이다. 물론, 두 전쟁 모두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을 했지만, 소련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물밑작업은 '핵폭탄 개발'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는데, 결국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왜냐면 인류가 절멸할 수도 있는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핵개발의 시작은 히틀러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맨하튼 프로젝트'였다. 독일이 먼저 핵개발에 성공한다면 히틀러가 반드시 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히틀러는 애초에 개발할 의사도 없었다는 것이 독일이 항복하고 난 뒤에야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미국은 핵개발에 성공하게 되고 진작에 항복했어야 마땅할 일제를 상대로 '핵폭탄 실험'을 실시하게 된다. 1945년 8월 6일에 '리틀보이(우라늄 폭탄)'를 히로시마에, 9일에는 '팻보이(플로토늄 폭탄)'를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파괴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핵폭탄의 무서움은 눈으로 보이는 파괴력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위험'이 더 컸다는 사실을 직접 떨어뜨려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방사능에 피폭되고 나면 '원인 모를 질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는 환자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유전자 변이'로 인해 2세대, 3세대, 4세대...끝없이 그 고통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이후에는 '방사능 피폭'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인류는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을 각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과 소련의 핵개발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이쪽이 새로운 핵개발에 성공하면, 저쪽이 더 무시무시한 핵개발에 성공한다는 식으로 '무한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핵을 쏘는 전쟁에 돌입할 수는 없었다. 핵폭탄의 위력을 너무 잘 알았기에 서로를 향해 쏘아대면 결국 인류 전체가 절멸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면 초강대국이라도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는 '핵억지력'이라는 역설적인 진실이 암묵적으로 합의될 정도였고, 그 덕분에 전세계는 '핵폭탄 보유 경쟁'에 뛰어드는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미국, 소련, 중국, 유럽, 인도, 파키스탄 등을 넘어 끝내 북한까지 핵폭탄을 보유하고, 이를 실어 쏠 수 있는 미사일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정찰위성까지 보유하는 현실이 펼쳐지게 되었다.
결국 인류는 '핵전쟁'에 뛰어들게 될까? 20세기 후반을 장식한 '냉전'은 21세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소련이 붕괴하고 독일이 통일하며 잦아들게 되었다. 하지만 21세기에도 전쟁은 끝없이 진행되었다. 제국주의 시절 식민통치로 몸살을 앓았던 나라들이 냉전시대에 독립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지만, 낙후된 경제와 혼란의 정치로 인해 '내전'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민족갈등, 종교갈등, 이념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망령처럼 떠돌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생계마저 앗아가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런 만행을 잠재울 힘은 '강대국'에게 있는데, 이들은 해결해야 할 의무는 저버리고 자신들이 누릴 권리만 앞세우며 끔찍한 만행을 방치하고 관망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인 위기 앞에서 강대국들의 무책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온실가스 배출은 선진국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그로 인한 피해는 약소국들이 짊어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전세계는 '핵전쟁'과 '기후위기'라는 두 가지 인류 절멸 시나리오를 맞이하고 있다. 그 어떤 시나리오라도 인류 절멸이라는 결말로 끝맺게 될 것이다. 과연 인류는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될까? 가장 현명한 선택은 그 시나리오가 제기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슬기로움에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전인류가 모두 힘을 합쳐야만 겨우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과연 인류는 멸망 스위치를 누르지 않는 슬기로움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없다면 '현대사'는 머지 않아 종료하게 될 것이다. 더는 역사로 기록할 인류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공산주의...그딴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