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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요 강귀찬 - 20년 차 만화가의 밥벌이 생존기
김한조 지음 / 파란의자 / 2023년 11월
평점 :
나이가 들수록 자본주의사회에 환멸을 느낀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대한민국 1%의 금수저 반열에 오르는 '성공적인 환상'에 찌들어 사는 중장년층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10대, 20대조차 돈 많이 벌어 넉넉한 노후를 살아가려는 '나약한 꿈'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국가가 발벗고 나서서 '노후보장'을 책임져 준다면 좀 더 활기찬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만화가로 성공적인 삶을 꿈꾸던 젊은이가 '생존'을 위해 밥벌이 걱정만 하고 사는 중년(40대 가장)이 되어 날마다 창문 너머로 뛰쳐나갈 '엔딩'만 그려대고 있으니 말이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온 국민에게 100만 원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해준다면, '아빠+엄마+자녀=300만 원'이라는 생활비가 보장이 되니, 아빠도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고, 엄마도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자녀도 미래를 설계하며 부푼 꿈에 나래를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책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기본소득'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중년의 위기'로 고통받는 주인공을 보니 슬퍼져서 꺼낸 이야기니까 말이다.
'만화가의 삶'은 고단하다. 몇몇 인기 만화가는 남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삶을 살지만 대다수의 만화가들은 '성공의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 무일푼의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단 만화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 위로가 될까 싶지만, '창작의 고통'까지 짊어져야 하는 만화가의 삶은 시작부터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그런 고통을 20년 간 짊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만화의 혹독한 생태계에서 생존하기까지 했다. 비록 '완벽 적응'으로 대단한 성공은 하지 못했고, 지금은 '절필선언'까지 해야 하는 처량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그렇게 홀로 쌓은 금자탑만큼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만큼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긴, 돈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자탑'이 뭐 대단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을테다. 허나 그렇게 돈벌이도 제대로 못했는데 '20년 외길인생'을 살면서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느냔 말이다. 이것이 대단한 까닭은 또 있다. 우리네 삶이 대부분 이러하기 때문에 그렇다. 대한민국 90%에 달하는 '흙수저의 삶'이 이렇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고 또 버티는 '존버의 삶' 말이다. 언젠가는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믿음조차 산산히 부서진 '존버의 삶'은 어느새 우리가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 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이를 대단하다 추켜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혼란의 시대'를 겪게 될 것이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길고 긴 혼돈으로 빠져들어서 말이다.
이젠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대신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는 말을 쓴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사회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아빠찬스'가 없으면 성공은 꿈도 못 꾼다. 다시 말해, 돈이 없으면 '좋은 돈벌이'도 얻지 못한단 말이다. 그런 기회조차 '돈'이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는 어떤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것만 귀띔해주어도 살만한 세상이 될터인데, 그런 귀띔조차 해주는 이가 없다. 왜? 모든 해결방안은 '돈'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오직 '돈'만 꿈꾼다. 돈돈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헬게이트'가 열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그 '지옥문'으로 들어가지 않을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이 책의 주인공 '강귀찬'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의외의 해결방안이 보일 것이다. 돈 벌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자신의 모습'마저 에피소드 감으로 삼아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존력'을 보란 말이다. 정말 처량하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날의 중년의 모습이자, 대한민국 가장들의 웃픈 민낯이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릴 것이 없다지만, 정녕 이처럼 '슬픈 자화상'을 그려가며 동정심을 자극할 일인가 말이다. 여기에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많관부' 따위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 성 싶은가? 강귀찬의 모습이 바로 대한민국 90%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해결방법이 보인다.
돈이 절실한 이들에겐 돈을 넉넉히 주면 해결된다. 많이 벌면 돈이 간절해지지 않게 된다. 아니 모자라지 않을 정도만 있어도 돈벌이에 영혼을 팔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고 망국의 지름길이라 비난할 요량이면, 세금이라도 넉넉히 내란 말이다. 그럼 대한민국 '위기의 가정'이 험난한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기금이라도 마련해서 살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열심이들에게 '기회의 장'이라도 마련해줄테니 말이다. 이런 '복지정책'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금수저, 은수저 들에게 적극적인 과세정책을 밀어붙이란 말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적극적인 투표를 해서 '대한민국 90%'가 기운을 낼 수 있게 만들란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대한민국 90%'가 금수저와 은수저 들이 내야할 세금을 깍아주는 일에 적극적이다. 저들이 부자가 아니면서 '부자감세'에 한 표를 던지고, 서민들의 등골만 빼먹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열광을 한다. 미친 거 아니냔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정치이야기'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강귀찬의 인생을 보고 있으면, 가난은 게으른 자의 몫이라는 잘못된 인식만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작 지은이 자신은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으면서 말이다. 오히려 그런 자신을 '실패작'이라 자학을 하며, '실패한 삶'을 글감으로 삼아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살아간 20년이 정말 슬프고 비관적이었다면, 감히 이 책을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20년간 별볼일 없이 살았지만, 지금도 이렇게 살아있노라고 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대단히 성공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나, 아직 안 죽었어요"라고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강귀찬'처럼 살아간다. 나 역시 그렇다. 지난 18년간 '리뷰'를 써오면서 별다른 돈벌이도 못했지만, '코로나19'에도 살아남았다. 돈벌이가 궁해져 월 30만 원으로 근근히 버티기도 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물론 여전히 돈벌이 안 되는 '리뷰'는 계속 쓸 작정이다. 언젠간 나의 리뷰가 빛을 발해 성공하리라는 기대까지는 안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끊임없이 써갈 작정이다. 이젠 리뷰쓰기가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제이펍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